이 땅이 부처다 _ 삼보일배(三步一拜) - 이문재

[미션.]

땅이 부처다 _ 삼보일배(三步一拜)


이문재




지극히 낮아지기 위하여

척추를 곧추세우는 것이다



첫걸음에는 뒤돌아보고

두 번째 걸음에는 둘러보고

세 번째 걸음에는 내다보고

두 손발 가지런히 모아

온몸을 낮추는 것이다

숨을 내쉬며 나를

숨을 들이마시며 그대를

그리하여 온 세상을 끌어안으며

수직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단정해진

수직을 안으로 말아

등뼈와 두 손바닥을 하늘에 보이며

땅에 입맞추는 것이다

두 눈을 감는 것이다



가는 것도 아니고

멈춰 서는 것도 아니다

세 걸음 걷고 한 번 큰 절

말을 버리자 눈물이 마른다

길이 몸 속으로 들어온다

큰절 올리고 다시 세 걸음

몸 속으로 땅이 들어선다



그렇다

이 땅이 부처다

이 땅 이렇게 부처다



-- 시집 [제국호텔] (2004)

• 

• 미국인 승려, Heng Ju & Heng Yo,의 상보일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