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4.10.15.화요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515-1582) 기념일
갈라5,1-6 루카11,37-41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자유
“자유롭게 하는 사랑”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시편42,2ㄴ-3)
어제는 회개에 대해 나눴고 오늘은 자유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자유하면 희랍인 작가 니코스카잔자키스의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라는 묘비명이 생각납니다.
수도생활은 더 큰 자유에로의 내적 여정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진정 영적성장은 사랑의 성장이요 자유와 함께 갑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하느님의 자유이시다’로 고백할 수 있겠습니다.
오래전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하늘을 본다
텅비어 있는 하늘
자연스럽게 뻗은 나뭇가지들
하늘은 사랑이다
하늘은 자유다
당신의 하늘이 되고 싶다”<1997,3.>
하늘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이요 하느님은 사랑이자 자유임을 깨닫습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집착없는 초연한 사랑, 깨끗한 사랑입니다.
이런 참 사랑이 서로를 자유롭게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이, 바오로의 사랑이, 성인들의 사랑이, 오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사랑이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자유로운 모습이 약여합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서 식사전 손을 씻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사실과
이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에서 예수님이 얼마나 자유로운 분이신지 깨닫습니다.
본말전도의 바리사이들과는 달리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표리부동의 위선적 어리석은 바리사이들은 여전히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래서는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속이 깨끗하면 겉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겉은 걱정안해도 됩니다.
무슨 옷을 입든 어울리며 화장도 성형도 불필요합니다.
사랑의 내적 아름다움과 향기는 저절로 밖으로 스며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자선으로 속의 탐욕과 사악을 말끔히 비워낼 때 비로소 깨끗한 마음에 내외적으로 깨끗한 삶에,
참자유로운 삶입니다.
사랑의 자유입니다. 참사랑과 함께가는 자유요 하느님을 닮은 사랑의 자유입니다.
복음의 예수님을 그대로 닮은 대자유인 바오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자유의 모범이 됩니다.
어제에 이어 반복되는 서두 말씀과 후반부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사랑과 깊이 연루되어 있는 자유임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자유롭게 했으니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말고 참자유를 누리라는 말씀인데
답은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그렇게 사랑할 때 자유로운 삶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믿음으로 의로워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는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합니다.”
성령을 통하여 믿음으로 의로워지는 우리들이요,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우리를 참으로 자유롭게 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신비가 대데레사 역시 참으로 자유로운 성녀였습니다.
현실적일수록 영적이라 했는데 성녀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파란만장한 삶중에도 성녀는 참으로 낙천적이었고 쾌활했으며 유머도 풍부했습니다.
성녀에 대한 일화도 무수하지만 나누고 싶은 것은 널리 회자되고 있는 성가가 ‘아무것도 너를’ 이란 고백시입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아빌라 대데레사 성녀의 사랑과 자유의 비밀이 다 드러납니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했기에, 하느님만으로 아쉬울 것이나 부족함이 없었기에,
하느님만으로 두려움과 불안이 없었기에, 초연한 사랑, 초연한 자유의 참행복한 삶이 였습니다.
성녀는 1582년 여행도중에 병으로 쓰러지고, 1개월 만인 10월4일, “주여, 저는 거룩한 교회의 딸입니다.”라는
유언을 남긴채 사망하니 향년 67세입니다.
선종후 32년 지나 1614년에 시복되었고, 8년후인 1622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됩니다.
300여년 후인 1970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성녀를 시에나의 카타리나와 함께 여성으로는 최초 교회학자로
선포합니다.
여기에 성녀 소화 데레사와 성녀 힐데가르트가 추가됩니다.
성녀 대 데레사를 ‘기도의 박사(Doctor Orationis)’, 성녀 소화 데레사를 ‘사랑의 박사(Doctor Amoris)’로
일컫기도 합니다.
교회 역사상 뛰어난 신비가인 성녀의 대표적 저술에는 자서전인 “천주 자비의 글”, “완덕의 길”,
“영혼의 성” 있고 이외에도 무수한 편지와 책이 있습니다.
답은 사랑뿐입니다.
사랑의 자유입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입니다.
집착없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안팎으로 깨끗하게 하므로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사랑입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참사랑의 자유인으로 변모시켜 날로 주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내 입으로 그 진실하심을 대대에 전하리라.”(시편89,2).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아멘,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