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난운이좋았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운좋게 취직이되어
광역시에서 잠깐 회사를 다녔었다.
남들 어렵다는 취업을 너무 쉽게해버려
내인생이 순조로울줄 알았는데 , 지나서 생각해보니
인생이 고달파지기시작한게 그때부터였던것같다.
대기업에 지원할 스펙도,용기도 없고
중견이 내스펙으로 갈수있는 제일 최선이라 생각했다.
운 좋게 이름있는 회사의 광역시 지점에 입사를해서
들뜬마음으로 출근을했다.
지점은 아주 조촐했다.
출근 첫날 나는 내 소개를 끝마치자마자 화장실로 따라오라는 말을듣고 따라가 손에 청소용 걸레를 쥐었다.
매일아침 막내가 이삼십분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해야한다고했다.
쓰레기통은 이모님이 치워주시지만
막내가 책상과 전화기를 다 닦아야한다고.
나는 사무직일인데 왜 모두의 책상을 매일아침 닦고있는건지 너무나 이상했지만, 첫 사회생활이었으므로,
그리고 규모가 있는 나름의 알려진 곳이었으므로
원래 그런건가 그러려니했다.
사수는 열살은 넘게 많은 남자였다.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사람같아 처음에 어렵지 않았다.
일도 잘 알려주는것같아서 운좋게 좋은 사수를 만난것같아 기뻤다.
그러나 사실 아니었다.
잦은 회식자리에서 나는 늘 그사람 말에 움츠러 들었다.
사수가 내게 '사근한 맛'이 없다고 했다.
사근한맛이 뭘까 . 나는 매일 웃으면서 먼저 인사도 열심히하고 뭔가 배울때마다 감사하단 인사도 빼먹지않는데.
내가 일로 실수를 한것도 아니였다.
다만 그의말에 따르면
내가. 여자인데 . 비쥬얼은 괜찮은데,
사근한맛이 없다며, 자신을 케어해주지 않는다며
나를 싫어하는 티를 냈다.
그럴수록 나는 더 굳어버려 사수를 따분하고 싫게 만들어버렸다. 일을 하는데 왜 사근해야할까?
나는 잘 웃는데 그 이상의무얼 바라는걸까,
본인이 나보다 사수인데 왜 내가 그사람을 케어해야하지
온통 이상한것 투성이었다
그런 얘길 회식자리에서 했을때 ,
단순한 농담이아니라 누가봐도 분명한 적의가 보였음에도
모두가 와하하 하고 웃어넘겨버릴때.
나는 정말 이상한 세계에 혼자 떨어져버린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원래 회사란 , 사회생활이란 이렇게 굴욕적인걸까
다들 저 말이 뭐가 재밌는걸까 도저히 이해할수없었다.
그 사근한 맛이 있는 여자애가 있었다.
그 애는 그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어 주었다.
애교도 잘 부리고 술도 잘 받아먹으며 사회성이 좋았다.
내겐 어려운 여자 상사분에게 팔짱을 끼고 걷곤 했는데,
옆에 어정쩡하게 서서 걸음을 맞춰 걷는 나는
저렇게 해야만 나도 예쁨을 받을수있는걸까 곤혹스러웠다.
어느날
데면데면한 나와 사수를 화해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여자애와 나와 사수
셋 만의 술자리에서.
둘이 나를 먼저 집으로 보내버리려했을때,
어린 여자애가 걱정이 된 나는
어떻게든 여자애와 같이 귀가하려고 했다.
나이많은남자랑 보내기에는 정말 걱정이되었으므로.
그런데 거듭 같이가자말하는 나는 사실
귀찮은 방해꾼일뿐이었다.
얼굴이 벌게지게취한 둘이서 급히 함께 택시를 타고 사라졌을때야 나는 모든걸 이해했다.
이거는 다 틀린거였다고.
난 절대 이곳에 맞출수 없다고.
그 사실을 그제서야깨달았다.
어떤날은 사수에게서 업무배제 통보를 받았다
사수는 내가아닌 그 애와 일하고싶다고 했다.
나는 사년제를 나왔고 그애보다 스펙도 갖추었는데
나보다 고작 몇달 먼저들어온 사람에게 내자리를 주겠다는게
이해할수없었지만 난 그저 무기력했다.
나는 그곳에서 이미 사회 부적응자였다.
그말을듣고 화장실에서 울었을때,
조심스럽게 따라온 여자애가 말했다.
나쁘게생각하지말라고, 어차피 우리서로 힘을 합쳐 일을 해야한다고.
내가 업무 실수를한것도 아닌데, 왜 너랑 일을 바꿔해야해
뽑힌 자리가 다른데 왜,
묻고싶은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맑은표정을 하고있는 그앨보고
그냥 삼켰다.
어느날 사수에게서 갑작스러운 폭언 전화를
새벽에 받았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목소리로,
너는 너같은애는 ,내가 너랑 비슷한 성격이라 아는데,
절대 사회생활 못할 성격이다
결혼해서 집에서 집안일이나 해. 라고했다.
말하는 목소리 뒤로 오줌을 졸졸졸 누는 소리가 들렸다.
퇴사를 결심했다.
그걸 존경스럽게생각했던 여자 상사에게 알렸을때.
걔가 원래 술먹으면 그래. 흘려들어 ,뭘 울고그래
그러게 그 시간에 오는 전화를 왜 받았어
라는 말을들었다.
둘은 누나 동생하는 사이였다.
그러다가도 차라리 걔를 내보낼테니
너는 계속 다녀라는 말을 했을때,
내가 일을 못하지는 않았구나 라는생각이 들어
그상황에 묘하게 안심이되는게 처절하게 웃겼다.
그곳을나오고도 한참은 힘이들었다.
근처를 지날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떠오를때,
구역질이나고 그저 더럽다 더럽단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추잡은 인간들, 역겨운 행동들,
양아치 같은 말투,
띠동갑이넘게차이나는 어린사람에게 뻐큐를 하던손가락,,
그런것들이 너무 역겨우면서도,
고작 몇개월 그곳에있으면서 무시당하고 상처받았던일들이
너무나 오래 꼬리표처럼 날 따라다녔다.
내가 정말 문제가있는것은 아닐까 싶은생각들이
나를 좀먹어 더 힘들고, 나를 틀어박히게 했다.
지금은 , 다행히도 잘지낸다.
저때생각을하면 웃을수도 있을만큼.
불쌍한 사람들이라 생각이 든다.
좁은 저 안에서 서로 얼마나 뒤에서 헐뜯고,
의미없는짓을 여전히 반복하고있을지 눈에선하기때문이다..
나는 서울로왔다.
이곳도 사람사는데라 모든게 좋진않다.
다만 회사다운 회사를 갈수 있는 기회가 넘쳐난다.
몇번의 이직을 거치며
쓰레기 같은 사람도 문화도 봤지만,
지금 있는곳은 첫 회사처럼 쓰레기같은 인간들도,
청소를 해야하는 의무도 없다.
사람들은 둥글고 함부로 누굴 욕하지도
편을 가르지도 않는다.
예전의 나와 비슷한 곳에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데에
익숙해진 그런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당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싶다.
그곳에는 그곳에 맞는사람들만 모여있을수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도망쳤으면한다.
멘탈이 더 무너져버리기전에.
버티는게 절대 능사가 아니다.
자책에 익숙해져 그환경이 잘못된것을 모를수있지만,
본인이 견딜수없이 힘든건
본인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크게 잘못된거라는걸
꼭 알아줬으면.
추가로,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특히나 여자들이 회사를 선택할때
되도록 지사 보다는 본사를 선택했으면 한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의 본사는 서울에 몰려있으니
사는곳이 서울이 아니라면 관심없을 수있는 이야기지만,
조금이라도 상경에 생각이 있거나 ,
지방지사를 다니면서 회사 문화에 불만이 있거나 한 사람들은 한번쯤은 꼭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평생을 살던 지역의 지사를 다니면서,
교육차 본사에 갔을때 처음 느꼈던 괴리감과
상경이후 몇 회사의 본사를 다니면서
지사의 사정을 알게되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물론 회사 사람이 좋고나쁘고는 완전히 복불복이라고하더라도)
같은 회사임에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부서 규모,
은은한 지사차별등이 존재한다.
직장내 괴롭힘에있어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체감상 , 보수적인 사람들과 그들이 뱉는 악의없는,
그러나 문제가 될만한 발언 등..이 빈도부터가 다르고,
그에 대한 규제가 본사 지사가 동등하게 존재는하더라도
그게 문제가 될만한 발언이냐 를 판단하는 허용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절대 무시못할 문제이다..
내 지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댓글 잘읽엇어 여샤...고생끝에낙이왓다!!
헐 별 미친회사를 다녔네
어휴 고생했어
원래 시골일수록 사내문화 낙후되어있어
나도느끼고있는중
내가 직접 겪은 회사도 아닌데 잡플래닛에 개큰악플 남기고싶다
너무 고생 많았다!!! 글 잘 읽었오~ 모두에게 행복한 앞 날만 가득하길
고생했다.. 진찌 초년생한테 못할짓하는 회사들이 많아
점심시간이랑 화장실 가거나 그럴때빼고
하루종일 복사&팩스&스캔후 메신져 보내기등등먼 진짜 수천장 했어
나도 첫회사때 왕따당하고 모멸당해서 한달만에 그만둠.. 진짜 한달만 다녔는데 5키론가 빠졌어 ㅋㅋ 근데 그거가지고도 계속 멸시하고... 그냥 내 모든걸 비꼬고 멸시하는게 그들의 스포츠더라 ㅋㅋ 이유가 뭐였냐면 내가 젊은(어린) 여자애여서... ㅋㅋㅋㅋ
여시 진짜 고생했다... 우리 호메도 지역신협 지점 입사했다가 3개월 만에 퇴사해서... 남같지않네
더 나은 곳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거 공감... 진짜 좆같은 경험 했네.. 앞으로는 무조건 더 나은 삶일거야
나도 비슷한데다녔어서 개큰공감함ㅋㅋㅋㅋ 다른회사다녀서 이런걱정이없어ㅠㅠㅠ
아 공감돼.. 원래 물고기들도 자기에 맞는 환경을 찾기 마련이니까!! 썩은 환경은 벗어나야해
나도 저런 회사 다녔었는데... 큰 외국계 회사의 계열사..? 였는데 여자팀장과 산하늬 남대리 남주임이 남은 직원들 쥐락펴락하는 부서였음... 아직도 존나 끔찍해 그 인신공격들과 왕따...
남사수가 문제군..청소 진짜 짜증나긴 해..현타옴
이직전인데 글 잘읽었어
나도 전 회사에서 그놈의 '사근한 맛'이없어서 차별 많이 받았었는데.. 업무배제도 당해봤었고. 진짜 회사생활 왜이렇게 힘든건지... 여시 정말 고생 많았어. 덕분에 많이 위로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