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고 포기하지 말고 읽으면 개념이 확실이 잡힘).
문학과 초자연성
적지 않은 독자들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를 환상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환상문학 작품에는 초자연적인 요소가 개입되지만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현상이 등장한
다고 해서 모두가 환상문학인 것은 아니다. 환상(fantasy)의 요소는 이미 고대의 구약, 젠더
베스터, 호메로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중세의 전설과 민담류, 요정이야기를 거쳐 근
대의 고딕소설과 낭만주의문학, 그리고 20세기의 카프카나 보르헤스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으
로 편재하는 문학 고유의 허구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문학평론가인 다빗 로아스는
초자연적인 테마를 다룬 모든 문학을 현실성(reality)과의 관련 하에 환상문학, 경이문학
,
마술적 사실주의, 기독교적(종교적) 경이문학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환상성의 이론
Teorias de lo fantastico』, 2001). 환상문학은 초자연적인 질서가 우리의 일상세계 내에
삼투됨으로써 빚어지는 이성과 비이성 사이의 갈등이나 충돌을 다루며 따라서 독자에게 공포
나 의심, 불안 같은 정서적인 효과를 야기한다. 이에 비해 경이문학에서의 불가해한 일은 논
리적 세계의 밖에서 발생하므로 비정상적인 요소들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
며 독자들은 지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이 두 장르사이에 위치한 것으
로서 초자연적인 현상은 이성적인 현실세계의 컨텍스트 내에서 벌어지지만 자연/초자연의 질
서는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한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서로 모순 되는 두 세력
이 대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상문학과 다르며 그것이 자연세계 내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는 경이문학과도 구분된다. 한편 기독교적 경이문학은 인과율과 논리를 벗어난 초월적인 현
상들이 최종적으로 신의 논리로 귀결되는 것을 말하며 대부분의 종교적인 신비주의 문학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분류에 의하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등 요즘 유행중인 대부
분의 ‘팬터지 소설’은 경이문학의 범주로,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국내의 문학 평론가들마
저 환상문학의 개념과 혼동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간의 고독』이나 이사
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은 엄밀한 의미에서 환상문학과 구분되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포함
되게 된다. 이렇듯 자연과 초자연, 이성과 비이성 등 서로 다른 두 질서의 인식론적 충돌을
다루는 환상문학은 로저 카이와의 지적대로 과학적 논리와 인과율에 바탕을 둔 결정론적 사
고 이후에나 등장할 수 있었으며 이성의 과잉에 대해 직관과 감성을 강조하는 낭만주의의 반
동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문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등을 돌리는 현실도피적인 문
학이 아니라 근대 이후 이성적 세계관에 의해 폄하된 직관과 감성의 부활을 통해 이성의 절
대성을 상대화하면서 현실을 좀 더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일종의 철학적 시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 환상문학의 종류
환상문학은 장르 내부적으로는 크게 가시적 환상(낭만주의적 환상), 일상적 환상(사실주의
적 환상), 신환상(포스트모던적 환상)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가시적 환상은 유
령, 흡혈귀, 늑대인간 등 초자연적인 존재가 명확한 물리적인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로 초월
적이고 비실재적인 대상들까지도 언어의 상징적 특성에 의해 표현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미학
에 힘입은 것이다. 이탈로 칼비노는 가시적 환상을 주로 테오필 고티에, 제라르 드 네르발
E.T.A 호프만 등 19세기 전반기까지의 작품들에 한정시키나 낭만주의 시대의 괴물들은 아돌
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러시아 인형』(문학과 지성사, 2003)에서 보듯 20세기의 작품들에서
는 유전자 복제나 생물학적 실험 등 현대적 변형의 형태로 나타난다. 초자연적인 힘이 우리
의 일상생활에 은밀한 형태로 잠복, 병존하는 ‘일상적 환상’의 경우 19세기 후반 경험에
의한 실증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철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두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더 이
상 초자연적 존재의 현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심리학, 병리학적 측면을 통해 현실에 대한 우
리의 기존의 개념을 전복시키려고 시도한다. 즉 이제 환상성은 ‘사물’이 아닌 ‘관계’속
에서, ‘형체’의 불충분이 아닌 ‘의미’의 불충분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컨대 또마 나르
스작의 비유를 들자면 더 이상 늑대인간이나 흡혈귀가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흡혈귀의 빈 관
이라든가 늑대인간에게 물려죽은 희생자가 환상적이 된다. 『환상문학서설』에서 환상성의
개념을 “자연적인 논리와 초자연적인 설명 사이에서 주저하는 상태”로 본 토도로프의 유명
한 정의는 사실상 이 일상적 환상에 대한 견해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도로프
는 환상문학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의해 무의식이 규명되기 전까지의 19세기적 장르로
만 파악한다. 한편 환상문학 논의의 최대의 쟁점중의 하나는 신환상에 관한 문제이다. 토도
로프뿐만 아니라 루이 박스 같은 몇몇 이론가들 역시 신환상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카프카의
『변신』을 환상문학의 범주에서 제외시킨다. 일반적으로 자연적인 현상에서 초자연적인 현
상으로 이행하는 전통적인 환상문학과는 달리 신환상은 『변신』이나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파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보듯 반대로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출발, 자연적인
현상으로 흐른다. 또한 하이메 알라스라키의 지적처럼 신환상에서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설명
하려는 욕구가 보이지 않으며 불가해한 상황에서 느끼는 ‘주저함’이나 ‘공포’와 같은 감
정도 외연화하지 않는다. 이는 전통적인 환상문학에서 낭만주의자들이 세계를 이성적으로 설
명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반면 신환상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세계는 순수한 비현실이라
고 느낀 데서 연유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현실에 대해 아
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데 어떻게 현실을 전복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같이 신환상은 자연세계에서 초자연적 요소의 부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화
된 초자연적 요소를 통해 현실의 비정상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환상은 자연/
초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경이문학과는 다른데 그것은 신환상 역시 전통적인 환상
문학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믿었던 바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환상과 마술적 사실주의와의 차이점은 전
자가 인식론적, 철학적인 측면에 치중한 반면 마술적 사실주의는 ‘사실주의’라는 용어가
암시하듯 사회역사적, 정치적 의도가 짙은 데에 있다하겠다.
3. 작품과 이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환상문학은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요하는 장르이다. 단순한 여가시간
의 활용이 아닌 이 문학 장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키우길 원한다면 우선 국내에 소개되
어 있는 호프만, 모파상, 포우 등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의 작품부터 시작해서 20세기의 보
르헤스, 카프카, 코르타사르, 비오이 카사레스에 이르기까지 한번 일독해 볼 것을 권하고 싶
다. 환상문학에 대한 이론적인 차원의 연구는 1970년에 나온 토도로프의 『환상문학서설』
(한국문화사, 1996)이외에는 국내에 그다지 많이 번역, 소개 되지 않았으나 위에 언급한 비
평가들 이외에 1950, 60년대의 피에르-조지 카스텍스, 아나 마리아 바레네체아, 장 벤야민
노엘, 로즈 마리 잭슨, 이레네 베시에르, 로저 보제토, 안토니오 리스코 등을 원서로라도 읽
을 것을 권하고 싶다. 지면상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나 1990년대 이후 최근의 이론적 동향은
환상문학을 예전처럼 하나의 고정된 장르로서가 아니라 사회, 역사적 컨텍스트에 따라 상대
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네이버에서 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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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에 대하여
고구려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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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17 18:2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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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커억,,@_@;; 무슨 소리인지;;;
저도 겨우 이해한 ㅎ
흠, 저는 이해하기 어려움 - ㅁ-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