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0. 4. 수요일.
서울 송파구 잠실4단지 아파트 유리창에 햇볕이 든다.
하늘의 날씨는 맑고 푸르고, 바람은 잔잔하다.
<한국국보문학 2023년 11월호>에 오를 예정인 시 하나를 미리 읽었다.
이순필 작가의 '은행 유감'
... .....
가을 되어
잎 노랗게 치장하고
순금빛으로 열매 물들어도
물들어 떨어져도 더는 귀하지 않다
누군가의 구둣발 아래서
누군가의 운동화 밑에서
냄새 고약한 놈이라 타박 들으며
신음 소리 흘리며 떨어져 있다
....... ....
내가 아래처럼 댓글 달았고, 퍼서 여기에 올려서 내 글감으로 삼는다.
글맛 좋군요.
엄지 척!
제 시골집에도 여러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지요.
지난 9월 중순경 산소 벌초행사하려고 고향에 갔다가 서울 올라오기 직전에 은행알을 조금 주웠지요.
물에 담근 뒤 장화를 신고는 물컹거리는 겉껍질을 벗겨내고 물로 휑궈 말린 뒤
딱딱한 목질의 은행알을 서울로 가져왔지요..
뺀찌로 눌러서 목질의 껍질을 깨뜨려서 속 알맹이를 꺼냈지요.
십여년 전 늦가을철에는 겉껍질인 은행을 일곱말 이상 주웠지요.
지금은 서울에서 살기에 .. 줍지도 못하고...
내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시골집에 내려가 있다.
내 시골집 주변에는 여러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어서 가을이면 은행알이 무척이나 많이도 떨어진다.
바깥마당 가생이, 내 집으로 들어오는 담부리 길목(마을안길), 텃밭 등.
해마다 은행나무가 굵어지며 키가 더 자랄 수록 구린내 나는 은행알이 많이도 떨어져서 마을안길을 더럽힌다.
오고가는 자동차 바퀴, 사람들의 발길에 눌려서 으깨어진 은행알에서는 고약한 내음새가 무척이나 많이도 난다.
나한테는 소중한 은행알이지만 나는 지금 서울에 있기에 그저 마음속으로만 안타까워 한다.
내버려져서 으깨어진다는 사실이....
시골집 주변에서 은행알을 하나씩 주워서 큰 함지통 속에 넣으면 아마도 한 가마니도 훨씬 더 넘을 게다.
큰 물통 안에 조금씩 부어놓고는 장화 신은 발로 잘근잘근 밟아서 겉껍질을 벗겨낸 뒤
허드렛물로 여러 차례 휑궈내면 구린내나는 겉껍질은 씻겨나가고, 딱딱한 목질의 은행알이 남는다.
비닐-멍석 위에 은행알을 펼쳐 널어서 햇볕과 바람에 꼬들꼬들하게 말린다.
십여 년 전에는 이렇게 작업해서 거둔 은행알은 일곱 말도 더 넘었다.
아마도 2023년인 지금에는 더욱 많을 게다.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계속 크고, 굵기에 매달리는 은행알은 더욱 크고, 더욱 많아졌기에.
지난 2023년 9월 15일.
나는 아내와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9월 17일에 있을 산소 벌초행사에 참가하려고.
시골집 바깥마당에 차를 멈춘 뒤에 나는 마을안길과 바깥마당에 떨어진 은행알을 줍기 시작했다.
아직은 은행알이 작고, 조금만 떨어졌다. 더 익어야 하니까.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졌다..
자잘한 은행알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서 큰 통에 넣었다.
1957년에 지은 함석집.
낡은 함석지붕 처마 밑에 놔 둔 커다란 물통 여러 개.
빗물을 받아 둔 물통에서 빗물물을 바께스로 떠내서 방금 전에 주워온 은행알에 붓었다.
그 안에 들어가 장화 신을 발로 으깨어서 은행 겉껍질을 벗겨냈다.
물컹거리면서 고약한 구린내를 풍기는 은행알 겁껍질.
장화 신은 채 질커덩 질커덩 여러 번 밟고, 빗물으로 여러 차례 걸러내면 목질의 은행알이 나온다.
물속에서 건져낸 뒤 멍석 위에 펼쳐서 널었다. 따스한 가을햇살, 잔잔한 가을바람에 은행알에 묻었던 물기는 말라갔다.
나중에는 뽀송뽀송한 목질의 은행알만 남았다.
아쉽게도 이번 9월 중순에 주운 은행알의 양(무게)은 조금밖에 안 된다.
그래도 어디냐. 서울로 가져온 뒤에 뺀찌로 목질의 은행알을 깨뜨려서 속 알맹이를 뽑아냈다.
으깨어진 목질의 겉껍질은 화분 흙에 부어두고, 속알맹이는 아내한테 넘겼다.
아내가 잡곡밥을 지을 때마다 은행알을 조금씩 넣어서 밥을 짓는다.
밥맛이 훨씬 좋다.
여러 종류 속의 잡곡 속에서도 은행알이 크고, 확실하니까.
......
나중에 더 보탠다.
잠시라도 쉬자.
인터넷 사진으로 검색.
용서해 주실 게다.
*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확대됨.
2023. 10. 4. 수요일.
오후에 비뇨기과병원에 들러서 전립선비대증 진찰을 받고는 약을 구입해야겠다.
다달이,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서 검진을 받는다.
벌써 20여 년 째... 심하지는 않아도 소변을 자주 본다.
나날이 건강이 자꾸만 나빠지는 세월에 와 있는 나.
첫댓글 선생님, 늘 국보 문인들의 글을 정성으로 읽어주시고 또 댓글 달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은행 열매와 관련된 추억을 저도 갖고 있는데 선생님꺼서도 은행 열매를 주우셨다니 공유하는 얘기가 됩니다. 저는 여동생이랑 은행 열매를 주워 와서 고무장갑을 끼고 껍질을 벗긴 후 은행알을 얻어 구워 먹기도 했었는데요. 천년 은행나무로, 보호수로 귀히 여겨지기도 하는 은행나무가
도시의 가로수가 되어 먼지와 매연을 삼키고 길가에 선 모습을 보니 가엽다는 생각이 들고 해서 시를 써 보았어요. 사람살이도 저런 것인가 생각도 들구요.
선생님, 늘 건강을 잘 챙기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저는 카페 회원들의 글을 읽으면서 늘 배우지요.
어색하다고 여기면 인터넷어학사전, 국어사전, 띄어쓰기사전 등으로 검색해서 그 차이를 공부하지요.
회원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지요.
잘 쓴 글에서는 내용을 배우고, 조금 어색한 글에서는 국어공부를 더 하고 있지요.
우리말을 우리글자(한글)로 쓰려면 생각보다도 더 어렵고, 자주 틀리대요.
그래도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카페, 문학지에 오른 글을 읽으면서 저도 덕분에 국어공부를 더 하지요.
남의 글에 댓글 달았다고 해서 이따금 미움을 받기도 하지요.
이순필 문학가님.
임의로 댓글 다는 버릇이 있는 저를 이해해 주시니
거듭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