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비위국(義比爲國)
개인적인 의리보다는 나라를 위해야 한다는 뜻으로,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작은 일은 버려야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義 : 옳을 의(羊/7)
比 : 견줄 비(比/0)
爲 : 위할 위(爪/8)
國 : 나라 국(囗/8)
출처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한국의 인간상(韓國의 人間象)
우리들 흔히 쓰는 말로 '왕(王: 국가의 지도자)은 하늘이 낸다'고 한다. 역사를 통해본 한 나라의 창업자들의 경우를 보면 가장 우선적인 과제를 '민심(民心)'에 두고 있다. 곧 민심을 얻어야 새로운 국가의 창업이 가능한 것이다. 옛 왕이 절대권이 있는 시대에도 그랬는데 민주주의가 정치의 기준이 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어떠하겠는가?
고려(高麗)를 창건한 왕건(王建)이 궁예(弓裔)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있을 때였다. 왕건이 궁예의 명(命)을 받아 군사를 거느리고 정주(貞州: 현재 경기도 개풍)를 지나다가 길가 버드나무 아래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그곳의 아름다운 부잣집 유천궁(柳天弓)의 딸을 보게 되었다. 첫눈에 반한 왕건은 빨래터로 내려가 말을 걸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예, 이 고을의 장자 유천궁의 딸이옵니다."
"나는 왕건이라는 사람이오. 지나다가 그대가 하도 어여쁘기에 인사를 청한 것이오. 이제 해도 저물었는데 그대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갈 수 없겠소?"
"그러시면 저희 집으로 가시어 아버님께 여쭈어 보시옵소서."
왕건은 처녀를 따라 유천궁의 집으로 갔다. 유천궁은 왕건을 보더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직감하고 그날 밤으로 딸과 짝을 지어 사위로 삼았다. 그렇게 해서 왕건은 유씨 처녀와 하룻밤을 같이 했으나, 당시에는 궁예의 명령을 받아 후백제와 전쟁을 하는 처지라서 좀처럼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유씨 처녀는 왕건의 행운도 빌고, 정절(貞節)도 지킬 겸해서 중이 되었다.
몇 해가 지나 왕건이 도성(都城)으로 돌아와서 아내 유씨를 찾았으나 그녀가 정절을 지키려 중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곧 그녀를 데려다가 혼례를 치렀다. 유씨는 남편 왕건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했다. 그러나 왕건은 시중(侍中)으로 나라의 중책을 맡고 있었음으로 언제나 우울해 했다. 이유는 궁예의 성질이 날로 난폭해져 충신은 말할 것도 없고 일가친척마저도 자기 기분에 거슬리면 사정없이 죽이는 등, 그 횡포가 이루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왕후 강(康)씨가 이성을 찾으라고 충고를 했다. 궁예는 강씨가 남편인 자기를 반대하고 다른 사람을 두둔하는 것은 다른 놈과 간통했기 때문이라고 죄를 뒤집어 씌워 모진 고문 끝에 죽였다. 이에 신하들은 임금이 미쳐서 아내와 아들까지 마구 죽이는 판이니 우리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끝내는 이처럼 포악한 임금을 그대로 섬겨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일게 되니 왕건은 몹시 괴로웠다.
왕건의 나이 42세, 6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왕건이 거느리고 있던 무사 홍유(洪儒), 배현경(裵玄慶), 신숭겸(申崇謙), 복지겸(卜智謙) 등이 왕건의 집으로 찾아왔다. 왕건은 이들이 나라의 중대사를 의논하려는 것임을 알고 아내에게는 그 비밀을 감추고자 집안 식구들에게 참외를 따오라고 내보냈다.
그러나 눈치를 챈 유씨 부인은 참외를 따러 가는 척하고 아무도 모르게 북쪽 문으로 들어가 장막 뒤에 숨어서 이야기를 엿들었다. 과연 놀라운 이야기였다.
"지금 임금께서는 정신착란으로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니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소이다. 하루 빨리 그를 쳐서 바로잡도록 합시다."
"그렇소! 그런데 우리가 나라를 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임금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왕 장군밖에 없습니다. 하여 이렇게 찾아왔으니 우리들의 뜻을 져버리지 마시고 왕위를 이어받아 주십시오."
여러 장군들도 그렇게 하는 것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니 될 말이오, 나는 어디까지나 궁예 임금의 신하요. 신하가 어찌 임금을 배반할 수 있겠소. 나는 그것만은 못하겠소."
그러자 신숭겸이 나서며 힘주어 말했다. "장군은 개인적인 의리만 중하고 나라는 쓸어져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씀이오? 우리가 어질고 훌륭한 임금을 배신한다면 나쁘지만 지금의 임금이 어디 사람이라 할 수 있소이까? 장군은 아무 말 하지 마시고 우리들의 뜻을 받아 주시오. 그것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것이오."
그러나 왕건은 거듭 거절하였다. 그러자 장막 뒤에 숨어 있던 유씨 부인이 왕건 앞으로 나아가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나라를 위하여 불의를 치는 일은 예로부터 있었던 일이옵니다. 소녀가 듣자하오니 여러 장군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자인 저로서도 마땅한 일이라 생각되옵는데 하물며 장군께서는 장부의 몸으로 어찌 반대만 하십니까?"
그리고 왕건에게 갑옷을 입혀 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병(病)은 제때에 고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나라의 일도 적절한 시기에 이르렀을 때 손을 써야 합니다. 때를 놓친 다음에는 후회해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나리께서는 부디 여러 장군들의 뜻을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부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왕건은 여러 장군들과 뜻을 모아 혁명의 깃발을 들고 궁예를 몰아낸 다음 새로운 나라, 고려(高麗)를 세우고 태조가 되었다. 유씨 부인은 작위를 신혜왕후(神惠王后)로 받고, 왕건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지도자는 지도자다운 자질(資質)이 있어야 하고, 그를 보좌하는 신하는 신하의 도리(道理)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절대권력(絶對權力)의 횡포(橫暴)를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지도자에게 간언(諫言)하는 참다운 충신(忠臣)도 필요하고, 권력의 독주(獨走)를 막기 위한 반대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국민을 위한 바탕이 우선되어야 함은 두 말의 여지가 없다. 즉 민심을 파악하고 따르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맹자는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맹자 당시[戰國時代]의 상황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왕권시대에 민심이라는 대 원칙을 강조했던 것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대단하지 않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라고 했다. 맹자의 설명은 이어진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天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諸侯)가 되며,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大夫)가 된다고 하여 역시 백성을 우선했다.
궁예(弓裔)는 민심에 역행(逆行)했고, 왕건(王建)은 민심을 읽고 따랐다. 명군(明君)과 암군(暗君)의 차이인 것이다. 지도자만이 아니고 위정자들이 꼭 알아야할 덕목이다. 선거 때만 민심(民心)을 찾는 사이비(似而非) 위정자를 민심은 반드시 구분할 것이다.
▶️ 義(옳을 의)는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义(의)는 통자(通字), 义(의)는 간자(簡字)이다. 나(我)의 마음 씀을 양(羊)처럼 착하고 의리있게 가진다는 뜻을 합(合)하여 옳다를 뜻한다. 羊(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양으로 양을 바쳐 신에게 비는 의식(儀式)이 나중에 바르다, 의로운 일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義자는 '옳다'나 '의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義자는 羊(양 양)자와 我(나 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我자는 삼지창을 그린 것이다. 義자의 갑골문을 보면 창 위에 양 머리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양 머리를 장식으로 한 의장용 창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창은 권위나 권력을 상징했다. 상서로움을 뜻하는 양 머리를 창에 꽂아 권위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義자는 종족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역할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옳다'나 '의롭다',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義(의)는 (1)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떳떳하고 정당한 도리(道理). 오상(五常)의 하나임 (2)남과 골육(骨肉)과 같은 관계를 맺음 (3)글이나 글자의 뜻. 의미(意味) (4)경서의 뜻을 해석시키던, 과거(科擧)를 보일 때의 문제 종류의 한 가지 등의 뜻으로 ①옳다, 의롭다 ②바르다 ③선량하다, 착하다 ④순응하다 ⑤맺다 ⑥해 넣다 ⑦섞다, 혼합하다 ⑧간사하다(마음이 바르지 않다), 옳지 않다 ⑨의(義), 정의(正義), 올바른 도리(道理) ⑩의리(義理), 우의(友誼) ⑪뜻, 의미(意味), 의의(意義) ⑫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예절(禮節), 의식(儀式) ⑬정의에 합당한 행동, 의로운 일 ⑭명분(名分) ⑮법도(法道) ⑯용모(容貌),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⑰의로 맺은 친족 관계, 의리(義理)의 관계 ⑱공적인 것, 공익을 위한 것 ⑲인공적인 것 ⑳가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의로운 사람을 의인(義人), 義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義兄弟),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일을 의무(義務), 정의를 위하여 거사함을 의거(義擧), 수양 아버지를 의부(義父), 글이나 학설의 뜻을 설명하여 가르침을 강의(講義), 굳게 지키는 일정한 방침을 주의(主義),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믿음과 의리를 신의(信義), 표의 문자에서 글자의 뜻을 자의(字義), 같은 뜻나 같은 의미를 동의(同義),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 상의 의리를 도의(道義), 갚아야 할 의리와 은혜를 은의(恩義), 의리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불의(不義), 어진 것과 의로운 것을 인의(仁義),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의방지훈(義方之訓), 의기에 불타 일어나는 용맹을 일컫는 말을 의기지용(義氣之勇),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당연함을 이르는 말을 의리당연(義理當然), 의가 있는 사람은 어버이를 거역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의불배친(義不背親), 의로써 이利의 근본을 삼음을 이르는 말을 의이건리(義以建利), 의는 바다와 같고 은혜는 산과 같다는 뜻으로 은의恩義가 대단히 크고 깊음을 이르는 말을 의해은산(義海恩山), 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뜻으로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을 일컫는 말을 사생취의(捨生取義),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다는 뜻으로 의형제를 맺음 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사욕을 버리고 목적을 향해 합심할 것을 결의함을 이르는 말을 도원결의(桃園結義), 봉건시대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 곧 어려서는 아버지를 좇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좇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좇음을 이르는 말을 삼종지의(三從之義), 남남끼리 의리로써 형제 관계를 맺음 또는 그런 형제를 일컫는 말을 결의형제(結義兄弟),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를 이르는 말을 인의예지(仁義禮智),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일컫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을 일컫는 말을 견리망의(見利忘義), 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단장취의(斷章取義),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예의염치(禮義廉恥) 등에 쓰인다.
▶️ 比(가지런할 비)는 ❶상형문자로 夶(비)는 고자(古字)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어 비교하는 모양으로, 옛날에는 왼쪽으로 향하게도 오른쪽으로 향하게도 써서 같은 글자였으나, 나중에 왼쪽으로 향한 從(종; 복종하다)과 오른쪽으로 향한 比(비; 친하다, 나란히 하다)로 나누어진다. 비율빈(比律賓; 필리핀)을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比자는 '비교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比자는 두 사람이 우측을 향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본래 比자는 '친하다'나 '친숙하다'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한다는 의미에서 '견주다'나 '비교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참고로 比자는 匕(비수 비)자를 겹쳐놓은 것이기 때문에 匕자가 부수자인 것으로 착각될 수도 있지만 比자는 엄연히 단독부수로 구분되어 있다. 다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比(비)는 ①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비교하다 ②본뜨다, 모방하다 ③나란히 하다 ④고르다, 가려 뽑다 ⑤갖추다 ⑥같다, 대등하다 ⑦친하다, 친숙하다 ⑧따르다, 쫓다 ⑨겨루다 ⑩엮다, 편집하다 ⑪돕다 ⑫아첨하다, 편들다 ⑬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이르다(어떤 정도나 범위에 미치다) ⑭줄을 서다 ⑮접하다, 잇닿다(서로 이어져 맞닿다) ⑯앞서다 ⑰즐거워하다 ⑱친하게 지내다 ⑲맞다, 합당하다 ⑳섞다, 뒤섞이다 ㉑조사(調査)하다 ㉒비율(比率), 비례(比例) ㉓순서(順序), 차례(次例) ㉔이웃 ㉕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동아리, 패거리 ㉖오늬(화살의 머리를 활시위에 끼도록 에어 낸 부분) ㉗선례(先例), 전례(前例) ㉘괘(卦)의 이름 ㉙언제나 ㉚자주, 빈번히 ㉛위하여, 때문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견줄 교(較)이다. 용례로는 어떠한 현상이나 사물의 설명에 있어서 그와 비슷한 다른 성질을 가진 현상이나 사물을 빌어 뜻을 명확히 나타내는 일을 비유(比喩), 둘 이상의 것을 견주어 차이나 우열이나 공통점 등을 살피는 것을 비교(比較), 일정한 양이나 수에 대한 다른 양이나 수의 비를 비율(比率), 어떤 물체의 무게와 그와 같은 부피의 섭씨 4도의 물의 무게와의 비 또는 다른 사물과 견주어지는 사물의 중요성을 비중(比重), 예를 들어 견주어 봄을 비례(比例),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함을 비견(比肩), 마을이나 동네를 비려(比閭), 다른 물건과 비교한 값을 비가(比價), 견주어서 보기에 서로 비슷함을 비등(比等), 멀지 않은 요즈음을 비래(比來), 고을이나 국경의 경계선이 고르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것을 비지(比地), 어떤 범위 안의 최고 높이와 최저 높이와의 차이를 비고(比高), 비교하여 연구함을 비구(比究), 옛날과 비교함을 비구(比舊), 가까운 몇 해나 매해 또는 한 해 한 해를 비년(比年), 비교하여 헤아림을 비량(比量), 두 가지를 서로 견주어 내리는 결론을 비론(比論), 비교하여 같은 또래나 종류가 될 만 함을 비륜(比倫), 색의 짙은 정도 따위의 특성을 견주어 보는 일을 비색(比色), 단위 질량의 물체가 차지하는 부피를 비용(比容), 지력이나 능력이 엇비슷하여 맞섬을 비적(比敵), 어떤 비례의 앞항과 뒤항을 바꾸어 놓은 비를 역비(逆比), 많은 것이 빗살과 같이 빽빽하게 늘어섬을 즐비(櫛比), 서로 맞대어 비교함을 대비(對比), 암수 개체 수의 비를 성비(性比), 비례를 따라 나누어 몫을 지음을 배비(排比), 두 개의 비가 서로 똑같게 된 것을 등비(等比), 비할 데가 없이 뛰어남이나 견줄 만한 것이 없음을 무비(無比), 수행하여 닦은 힘을 견주는 일을 행비(行比), 같은 무리끼리의 의를 가깝고 두터이 함을 당비(黨比), 단식으로 된 비나 단순한 비를 단비(單比), 붕당을 지어 자기편을 두둔함을 붕비(朋比),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뒤꿈치를 따른다는 뜻으로 차례로 이어져서 끊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비견수종(比肩隨踵), 소인은 사사로움에 치우치므로 특이한 사람만 친할 뿐이지 널리 사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비이부주(比以不周), 드물지 아니하고 흔히 있음을 이르는 말을 비비유지(比比有之), 근엄하여 좀처럼 웃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소비하청(笑比河淸),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굳세고 튼튼함을 일컫는 말을 강고무비(强固無比) 등에 쓰인다.
▶️ 爲(할 위)는 ❶상형문자로 为(위), 為(위)는 통자(通字), 为(위)는 간자(簡字)이다.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양을 본떴다. 전(轉)하여 하다, 이루다, 만들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삼고 다시 전(轉)하여 남을 위하다, 나라를 위하다 따위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爲자는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爲자는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爲자를 보면 본래는 코끼리와 손이 함께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코끼리를 조련시킨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爲자의 본래 의미는 '길들이다'였다. 하지만 후에 코끼리에게 무언가를 하게 시킨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爲(위)는 ①하다 ②위하다 ③다스리다 ④되다, 이루어지다 ⑤생각하다 ⑥삼다 ⑦배우다 ⑧가장(假裝)하다 ⑨속하다 ⑩있다 ⑪행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사(徙),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옮길 이(移), 다닐 행(行), 구를 전(轉)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를 위함을 위국(爲國),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 다른 것에 앞서 우선하는 일이라는 위선(爲先), 힘을 다함을 위력(爲力), 첫번을 삼아 시작함을 위시(爲始),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생업을 삼음 또는 사업을 경영함을 위업(爲業), 사람의 됨됨이를 위인(爲人), 정치를 행함을 위정(爲政), 주되는 것으로 삼는 것을 위주(爲主), 예정임 또는 작정임을 위계(爲計), 진실한 즐거움을 위락(爲樂), 어떤 것을 첫 자리나 으뜸으로 함을 위수(爲首), 기준으로 삼음을 위준(爲準), 나라를 위한 기도를 위축(爲祝), 부모를 위함을 위친(爲親), 자기를 이롭게 하려다가 도리어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위총구작(爲叢驅雀), 치부致富하려면 자연히 어질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위부불인(爲富不仁), 바퀴도 되고 탄환도 된다는 뜻으로 하늘의 뜻대로 맡겨 둠을 이르는 말을 위륜위탄(爲輪爲彈),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되거나 안 되거나 좌우 간 또는 하든지 아니 하든지를 일컫는 말을 위불위간(爲不爲間), 선을 행함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을 위선최락(爲善最樂),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된다는 뜻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어육(爲魚肉), 어떤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새로이 마련함이나 남을 위해 정성껏 꾀함을 일컫는 말을 위인설관(爲人設官), 자손을 위하여 계획을 함 또는 그 계획을 일컫는 말을 위자손계(爲子孫計), 가난을 면하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귀소소(爲鬼所笑),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됨 또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지록위마(指鹿爲馬),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마부위침(磨斧爲針),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을 귤화위지(橘化爲枳), 손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이르는 말을 객반위주(客反爲主),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는 뜻으로 작은 것도 모이면 큰 것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진적위산(塵積爲山),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등에 쓰인다.
▶️ 國(나라 국)은 ❶회의문자로 国(국)은 간자(簡字), 囗(국), 囶(국), 圀(국)은 고자(古字), 囲(국), 围(국)은 동자(同字)이다. 國(국)은 백성들(口)과 땅(一)을 지키기 위해 국경(口)을 에워싸고 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는 데서 나라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國자는 '나라'나 '국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國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或(혹 혹)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或자는 창을 들고 성벽을 경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或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누가 쳐들어올까 걱정한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혹시'나 '만일'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囗자를 더한 國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國자는 성벽이 두 개나 그려진 형태가 되었다. 참고로 國자는 약자로는 国(나라 국)자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國(국)은 (1)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쓰이어 국가(國家), 나라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나라, 국가(國家) ②서울, 도읍(都邑) ③고향(故鄕) ④고장, 지방(地方) ⑤세상(世上), 세계(世界) ⑥나라를 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 백성을 국민(國民), 나라의 법적인 호칭을 국가(國家), 나라의 정사를 국정(國政), 나라의 안을 국내(國內), 나라의 군대를 국군(國軍), 나라의 이익을 국익(國益), 나라에서 나라의 보배로 지정한 물체를 국보(國寶), 국민 전체가 쓰는 그 나라의 고유한 말을 국어(國語), 한 나라의 전체를 전국(全國), 자기 나라 밖의 딴 나라를 외국(外國), 양쪽의 두 나라를 양국(兩國), 외국에서 본국으로 돌아감 또는 돌아옴을 귀국(歸國), 국가의 수를 세는 단위를 개국(個國), 조상 적부터 살던 나라를 조국(祖國), 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침을 순국(殉國),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국(愛國),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은 둘도 없다는 뜻으로 매우 뛰어난 인재를 이르는 말을 국사무쌍(國士無雙), 나라의 수치와 국민의 욕됨을 이르는 말을 국치민욕(國恥民辱), 나라의 급료를 받는 신하를 국록지신(國祿之臣), 나라의 풍속을 순수하고 온화하게 힘을 이르는 말을 국풍순화(國風醇化), 나라는 망하고 백성은 흩어졌으나 오직 산과 강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말을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구하는 방패와 성이란 뜻으로 나라를 구하여 지키는 믿음직한 군인이나 인물을 이르는 말을 구국간성(救國干城), 나라를 망치는 음악이란 뜻으로 저속하고 난잡한 음악을 일컫는 말을 망국지음(亡國之音), 국권피탈을 경술년에 당한 나라의 수치라는 뜻으로 일컫는 말을 경술국치(庚戌國恥), 입술과 이의 관계처럼 이해 관계가 밀접한 나라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순치지국(脣齒之國),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 사회, 이상 국가를 이르는 말을 소국과민(小國寡民), 한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운다는 뜻으로 뛰어난 미인을 이르는 말을 일고경국(一顧傾國), 사이가 썩 친밀하여 가깝게 지내는 나라 또는 서로 혼인 관계를 맺은 나라를 이르는 말을 형제지국(兄弟之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