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영화 '순이삼촌'…한국영화의 저력 보여주겠다"
현기영 원작 '순이삼촌' 4.3 극영화로 탄생
림원식·임종호·임종재 3부자 공동 연출…6월 크렝크인
제주의소리
2006년 04월 30일 (일) 16:51:22 양김진웅 기자
▲ <순이삼촌> 공동연출을 맡은 세 부자 감독. 왼쪽부터 임종호, 림원식, 임종재.
아무도 몰랐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에 그토록 처절한 비극이 바닷가 근처 옴팡밭에 묻혀있다는 사실을…. 1978년에 작가 현기영이 소설 '순이삼촌'을 세상에 발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는 자는 가슴에 묻고 침묵했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바다와 땅을 일구며 살아가던 28만 여명의 섬사람들...
적어도 3만 여명이 알게 모르게 억울한 죽임을 당했던 진정한 해방공간. 우리 현대사에서 묻혀졌던 세계사적 비극을 다룬 영화는 그렇게 장편 극영화로 만들어진다.
1만 4200평 부지 세트장에 북촌교 실물 재현...'4.3 역사교육 및 체험장 활용'
한국판 홀로코스트인 제주4.3항쟁을 다룬 '순이삼촌'이 내년 베를린 영화제를 겨냥해 본격 제작된다. 주 촬영무대는 제주도.
향토자본의 투자, 원작과 시나리오, 화가, 감독, 주요 연기자까지 모두 제주인들이 머리를 맞댄 명실상부한 '제주영화'이다.
주요 촬영무대가 될 중산간 오름이 펼처져 있는 조천읍 선흘 일대 세트장 역시 제주지역의 토종기업인 (주)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 윤태현(탐라유통 대표)씨가 동물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부지 한쪽을 기꺼히 내놓은 곳이다.
제작사인 (주)비숀픽쳐스(대표 림원식)는 중산간 1만4200평에 9억원을 들여 '순이삼촌 영화세트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이 세트장에는 ‘순이삼촌 마을’(2800평)과 동굴과 진지 등의 격전지(9930평)가 들어서고 비극 현장인 북촌초등학교(1470평)가 실물로 재현된다.
영화 제작 후 세트장은 제주동물테마파트와 연계해 4·3역사를 현장학습하고 체험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북촌초등학교 세트는 박물관 및 전시관으로 조성돼 현기영 작가의 집필 자료와 영화 스틸사진, 주요 인물의 밀랍인형, 영화 촬영소품 등이 전시되고 영화도 상영된다.
또 순이삼촌 마을은 근대 제주 생활사의 체험장으로, 격전지는 당시 피신생활상과 수용, 고문을 체험하는 장으로 변모해 관람객의 발길을 유도할 예정이다.
▲ 왼쪽으로 부터 림원식 감독, 윤태현 회장, 현기영 소설가.
30일 낮 12시. '4.3 극영화 <순이삼촌> 제작 성공기원제'가 열린 선흘 현지 세트장 부지에서는 4.3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 내내 조심스러웠고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 울음을 삼키는 림원식 감독
이날 성공기원제에는 임원식 감독 세 부자와 함께 '순이삼촌'의 저자인 소설가 현기영, 시나리오를 맡은 시인 김수열, 제주도4.3유족회장 김두연, 4.3도민연대 공동대표 양동윤, 제주4.3연구소 감사 강남규, 4.3중앙위 전문위원 양조훈씨를 비롯해 출연 배우와 제작 스탭진 및 4.3 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4,3영화제작의 무고무탈을 기원하고 4.3 영령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
이날 가장 감개무량한 이는 바로 10년 전부터 4.3 영화를 구상해왔던 림원식 감독(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결국 림 감독은 제의 도중 북받쳐 오는 울음을 억누르지 못했는지 연신 속울음을 삼켰다.
"초기 투자...결코 쉽지 않은 일"
림 감독은 "충무로 영화펀드가 아닌 향토자본이 초기 투자를 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4.3의 무대인 조천 사람이며 그 자신이 4.3 피해자 유가족인 윤태현 회장으로 인해 영화가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대신했다.
그는 이어 "물론 <순이삼촌> 원작자인 현기영 선생의 허락이 있었다. 오랫동안 4.3을 놓지 않았던 제주 출신의 김수열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강요배 화백도 도움을 준다. 4.3단체 참여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도움을 주는 등 제주도민 모두가 참여하는 '제주영화'"라고 남다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림 감독은 "제주의 문화적 역량이 모아지고 있다. 공동연출을 맡은 3부자와 주요 연기자들도 제주 사람들이다. 이는 수도권의 자본과 제작 시스템으로부터 독립된 영화가 만들어지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충무로 영화가 있다면 <순이삼촌>은 순 제주영화이다. 이것은 한국영화의 일대 사건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원작가와 시나리오 작가, 세 연출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실 이번 영화 <순이삼촌>의 물꼬를 트게 한 장본인은 바로 윤태현 탐라유통 대표.
"순이삼촌은 바로 제주도의 얼"
그는 림 감독과 고교 선후배 사이로 림 감독의 처남과도 고교 동창이다. 우연히 림 감독의 딸을 만난 안부를 전하다 오랜만에 림 감독을 만나면서 영화 이야기가 오고 갔고, "초기 자본 5억원이면 시작할 수 있다"는 림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뜻 5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 윤태현 (주)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
"4.3 당시 아버님이 조천면장이었다. 당시 서북청년단에게 총살을 당했다. 4.3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며 4.3과의 인연을 전한 그는 "조건없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촬영도 테마파크 부지 20만평을 활용하기로 했다.세트장 조성비용도 9억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들었다"
"이는 제주 초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영구보존되는 형태로 만들 게 될 것이다. 이는 차후 조성될 테마파크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순이삼촌 세트장은 섭지코지의 '올인' 세트장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는 그는 "'순이삼촌의 당시 복원은 바로 '제주도민의 얼'이다. 따라서 정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4.3 영혼들에겐 부끄러울만큼 적은 돈"
"얼마되지도 않는 투자가 부끄럽다"는 그는 "5억이 큰 돈일 수도 있고 적은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4.3이라는 대명제에 비하면 결코 큰 돈이 아니다. 4.3영혼들을 위로하기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영화에 투자를 하면 보통 투자회수를 조건으로 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제주를 위해, 제주4.3을 위해 계속 투자해 나가고 싶다"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시나리오 쓴 시인 김수열
▲ 시나리오를 쓴 김수열 (사)제주민예총지회장
이번 <순이삼촌>에 시나리오를 맡은 김수열 (47.시인.(사)제주민예총지회장).
지난해 9월 임원식 감독으로 부터 "원작 보다도 시나리오가 더 중요하다"며 제안을 받은 그는 고심끝에 수락했다. 물론 여기엔 임 감독이 현기영 작가에게 '김수열 작가면 어떻겠느냐"며 미리 언지가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현직 교사 신분으로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았던 그는 결국 12월말 마음을 가다듬고 1~2월 두 달동안 옥고를 마쳤다. 1월말 초고를 완성하고 임 감독과 토론을 거처 2월말에 퇴고를 하는 등 속결과 집중도가 요구됐음을 물론이다. 물론 이를 위해 방 한칸을 따로 빌어 몰입도를 높였다.<순이삼촌> 시나리오는 현재 임종재 감독이 영상 문법으로 다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원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나?" 고민
"평소 4.3을 갖고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했었지요. 영화야 말로 적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입장이 맞아 떨어진 셈이죠. 하지만 원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척 고민했습니다."
물론 원작가 현기영이 오랜 망년우(忘年友 : 10년 연하에게도 '벗'으로 사귀자며 선뜻 손을 내미는 호탕한 성격의 현기영 소설가가 연하의 벗들에게 나이를 잊어버린 우정이라는 뜻으로 부르는 이름)였던 김 작가에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다른 4.3작품에서도 인용해도 좋다"며 이해해준 게 무엇보다 힘이 됐다.
"북촌 하나만으로도 모든 4.3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사건 전개에서는 1.5배의 속도로 빠르게 써내려 갔지만, '학살'과 '인권유린'의 대목에서는 0.5배 정도로 느리듯한 방식으로 서술하는 기법을 시도했습니다."
사실 "영상 시나리오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어서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감독과의 소통을 통해 건의할 것은 건의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탄탄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도록 마무리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작업임을 내비쳤다.
<다음은 림원식 감독이 전하는 제작의 변>
▲ 임원식 감독.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1998년 제주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의 평화와 인권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일본, 대만, 중국 등, 동남아시아의 학자와 문화예술인들과 교류의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특히 각국 영화인들과의 대화에서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의 역사, 그 중에서도 가장 피어린 4.3에 대해 지금까지 영화 한편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책이었다. 그때 나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유신시절과 5공 정권 때도 영화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박해를 받았지만, 차라리 4.3영화를 그때 만들어서 박해를 받았더라면 나의 심정이 이렇게까지 착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해온 것이 이 영화 <순이삼촌>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나의 영화인생 50년의 총결산이자 마지막 화두인 셈이다. 사실 제주4.3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바로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선생이 이 작품을 발표한 후 고초를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당시 제주4.3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그런 만큼 영화에 대한 결심은 굳어갔다.
최근에서야 제주4.3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가 정부차원에서 확정되고 대통령이 영령들과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고 해서 제주4.3 문제가 모두 풀린 것이 아니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물론 <순이삼촌>이 제주4.3의 완결판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4.3의 문제를 총론적으로 정면에서 다룬 장편예술 극영화로서 150개 이상의 극장과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4.3진상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사과로 4.3이 완전하게 해결된 것이 아니듯이, 이 영화 한편으로 4.3의 역사를 다 담을 수 없듯이 한 영화작가로서 담고 싶은 메시지를 아직도 다 담지 못하는 반추의 여력을 뒤로 미루어야 함으로 이 영화가 4.3영화예술의 완결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순이삼촌>은 그 이름 ‘제주도’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외경심과 기대감을 응축한 것이라 자부한다.
영화<순이삼촌>은 4.3의 진실을 전국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영화이다. 그러나 상업성의 논리를 앞세워 제주4.3의 정신을 훼손하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긴 세월 동안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방관자로서의 죄스러움을 이 한편의 예술영화에 담아 사죄하고자 한다.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첫댓글4.3항쟁과 4.19의거 그리고 소위 인형당재건위사건으로 사형선고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통일열사들의 명복을 빕니다..이렇게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든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종하는 세력들과 한나라당은 역사바로잡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도 지지율 1위라니..오호통재라!!
첫댓글 4.3항쟁과 4.19의거 그리고 소위 인형당재건위사건으로 사형선고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통일열사들의 명복을 빕니다..이렇게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든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종하는 세력들과 한나라당은 역사바로잡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도 지지율 1위라니..오호통재라!!
잘 읽었습니다. 원칙과소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