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구백열세(913) 번째 날 편지, 4 (이슈-issue, 정치) - 2023년 3월 8일 수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3월 8일 수요일이란다.
넷플릭스(Netflix)가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3월 3일 공개한 이후 사회적 파장이 큰데, 공개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한국 톱 10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 정말 할 이야기가 많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나는 신이다'라는 제목만 보면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오지 않았으나, 포스터에 등장한 정명석, 박순자 등의 얼굴을 보니 스스로를 신이라 자칭한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다큐고, 콘텐츠 회차의 제목들은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이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내용들은 이미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방송되었고 그때마다 방송국 앞에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했으니, 말았으니 하며, 대규모 시위를 동반하는 빅 이벤트가 벌어졌었는데, 'PD 수첩', '그것이 알고싶다' 등을 통해 심도 있게 봤다고 생각했던 이슈들을 OTT 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로 시청을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먼저 방영한 ‘JMS, 신의 신부들’은 기독교복음선교회로 알려진 JMS의 정명석이 이미 신도들을 성 착취한 혐의로 법의 처벌도 받았던 만큼 사이비 종교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라, 자신을 따르는 여성 신도들을 '주님의 신부'로 뽑아 성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알았지만,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통해 보이는 정명석의 실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구체적으로 어떤 짓을 했는지를, 그동안 MBC나 SBS의 방송에서는 왜 다 보여주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상파에서는 도저히 다룰 수 없는 수위의 폭로라, 이런 다큐멘터리가 왜 OTT를 통해 공개되어야 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하지만, 그만큼 내용은 충격적이고, 비위가 상할 정도였는데, '1만 명의 여성을 성적 관계를 통해 하늘의 애인으로 만드는 것이 하늘의 지상 명령'이라는 주장과 피해자들이 당한 일만 충격적인 게 아니라, 그가 법의 처벌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리고, 법의 처벌과 무관하게 그 종교단체의 신념은 계속된다는 것, 피해자가 끊이지 않고, 더더욱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을 무참히 위해 하고 위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스스로를 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자신을 메시아라 칭한 이들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한 걸까?
'JMS. 신의 신부들' 말고도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을 보면 박순자가 교주인 줄 알았으나 그 배후에는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유병언이 있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왜 이런 비극은 되풀이되는 걸까?
이 피해자들은 왜 의심하지 못했을까?
이런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 들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증언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은 안전한 걸까?
걱정도 되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조성현 PD는 이 작품이 공개되던 3일 JMS 탈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가나안'에 직접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는 "처음 이 다큐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작에 이렇게 긴 시간을 들이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의 2년이 걸렸다. 당연하겠지만 촬영을 진행하며 미행과 협박, 해킹을 당하게 될 거란 생각 역시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것은 생각과 달랐다"라는 말로 이 프로그램의 제작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렸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방송 내용에도 보이지만, JMS 집단은 쇠 파이프를 들고,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들의 반대에 서 있는 사람들을 없애려 했는데, 아마 PD도 이와 비슷한 위협을 당하지 않았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이 있었는지는 3월 10일에 있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직접 들어보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작품을 연출한 조성현 PD는 MBC에서 'PD수첩'을 만들었었고, 그 외에도 'DMZ 더 와일드' '휴먼다큐사랑'등도 만들며, 진정한 다큐멘터리로 시청자들과 진실 이상의 것을 소통하기 위해 애써왔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는 처음 이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2023년의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100명이 넘는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메시아를 만났지만, 놀라울 만큼 유사한 피해를 겪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피해자들이 신으로 받들었던 사람들이 정말 메시아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왜 여전히 같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들께 남길 수 있길 바란다”라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를 밝혔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이라서 다큐멘터리 장르가 있는 것으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라, 끝까지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작품이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이슈가되고, 화제가 되고, 인기 시청 1순위를 달리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보고나면, 엄청난 안타까움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런 감정들이 '가짜 메시아'에게 빠진 사람들에게도 제발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들, 그 사건 속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흔적, 이들의 비극이 사회에 던진 파장을 다루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넷플릭스에서 다시 볼 수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3월 8일 수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연주곡] I’ve Been Away Too Long-George Baker Se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