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은 십년 전에 수희와 대천해수욕장을 다녀온 추억이 떠올랐다. 십년 만에 찾아온 대천해수욕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드넓은 백사장, 푸른 바다 쉬지않고 끝없이 밀려와서 부서지는 파도도 옛날 그대로였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도... 그때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고, 소개받은 수희와 함께 이곳을 찾았었다. 서울에서 점심을 먹고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대천해수욕장을 다녀온 친구들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드넓은 백사장, 탁트인 바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외로운 듯, 바다 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떠있는 섬,갈매기와 달려오는 듯... 거칠게 달려와서 숨이 차는 듯, 언제나 들어도 일정하지 않게 들려오는 음률, 파도소리가... 또, 서해대교 야경이 밤하늘 수놓은 별과 함께 너무도 좋다는 것을 새삼 떠올라 수희와 딸 지영이를 차에 태우고 훌쩍 떠나온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둘이는 서해대교 야경을 보려고 밤에 가끔 왔던 추억이 새로웠다.
밤12시에 잠들어 있는 지영이를 깨워 어둠을 가르는 자동차 불빛따라 서해로 달리면서 안전모를 쓰고 한국의 굴지 건설회사 대림산업의 하청을 받아 자신의 서해대교를 세우는데 일했던 지난 날을 되새겼다. 행담도휴계소에 도착하여 차를 서해대교가 잘 보이는 바다 곁에 주차했다. 차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해대교 야경을 보면서... 그 공사가 얼마나 힘들 역사였는지 영일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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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은 강풍이 심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대학교수 강연에 사장교 건축공학을 누구보다 더 논문을 잘써내서 교수의 시선을 받았고, MT가서 교수는 자신을 칭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시절 유학도 생각했으나, 어학을 따라갈 수 없어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갔지만, 강의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학비와 소위 유학여행으로 수년씩 허송세월에 젖어 결실을 맺지못하고 이목때문에 머물다 오는 사례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 학생들이 외국에서 문화에 매료되어 우리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지 못해서 결국은 전통문화, 즉 어른의 말을 경청하고 지키려기 보다는 대들고 스승과 부모에게도 효도하는 마음마저 상실한 채, 경제발전과 함께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적인 문화를 갉아먹는데 결정적으로 행동하는데 앞장섰다는 것을 영일은 통감했다.
자신은 대를 이을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수희가 낳지 않으려는 것을 설득해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설득과 어른들의 성화에 수희는 마지못해 아이를 낳았다. 영일은 빨리 아이들을 갖고 싶었으나, 힘들여 키우고,교육시키려는 생각하면 머리아프다는 아내의 말에 강요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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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은 우리가 존재하는 것도 우리 부모님들이, 해방 직후 어려운 보리고개를 넘고, 아들,딸들을 낳아 열심히 키웠고, 그때는 지금보다 모두가 생활이 더 어려웠다고 설득해서 낳았다. 아들을 하나 더 얻고 싶었으나 수희가 호소하듯 반대하는 고통에 하나 만이라도 잘 키우리라 다짐했다. 참으로, 어쩌다가 우리세대는 이렇게 나약해지고 편안함 만을 ?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물론, 사회적인 자녀양육과 교육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시대였다. 아이들 과외도 50세가 넘은 여자가 집을 방문해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영일은 볼 때마다, 학교선생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하고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나라가 젊음을 잃어가고 있는데 자신의 고통만 생각해서 결혼하고도 아이를 갖지 않는 30대와40대 세대들은 나라 잃은 설음을 생각지도 않했던 것이다. 형,언니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있으니 동생들도 따라서 출산계획하지 않는다. 젊은 새대 만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리라. 직장에서 아이를 가지면 퇴직사유가 되었고, 사교육비에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컴퓨터,외국어,미술, 과외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급 절반을 차지하는데, 남들이 가르치는데 보고만 있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에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강탈당하고 나라를 되찾고자 항일운동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준열사가 칼로 자신의 배를 가르고 독립을 호소했던 것을 잊은 것일까. 나라가 없는 국민은 얼마나 비참한 지를 안다면 ... 국가가 열등국에서 허덕이고 있다면 얼마나 비참한지를 ...
결혼후 영일과 수희는 맞벌이했다. 수희는 딸아이를 낳고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가 유치원에 갈때까지 가정을 돌보겠다고 했다. 영일은 중견건설회사에 과장으로 근무하였다. 작년 가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사태로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자신이 맡고 있던 부서가 해체되었다. 자신은 그 충격으로 생전 겪어보지도 못한,상상도 하지 못했던 실업자로 전락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이렇게 사회에서 발로 채일 줄은 상상도 않했던 일을 당하자, 좌우명과 인생관이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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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충격에 영일은 두문불출하고 수염도 깎지 않은 채,몇개월을 놀고 있었다. 실의에 젖어 있는 영일을 보는 아내 수희의 눈에는, 서글품이 서려왔고,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학시절에도 서클활동을 활동했고, 성적도 우수해서 교수가 추천했던 직장이었다. 대기업으로 가려고 했으나, 정부정책이 중소기업을 양성하고, 또 자신의 능력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만드는데 일생을 다 바치려고 입지의 첫 발을내디뎠던 것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수희가 보기에도 건강미가 넘쳐흐르고 영일의 얼굴은 살이 도톰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뺨이 오목히 들어가 있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기침을 심하게해서 폐암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해서 병원에 가서 진단받아보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저녁에는 소주를 마셨댔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결혼 전에 데이트했던 서해안을 가기로 했다. 지영이는 바닷가에 간다고 하니, 좋아서 종알종알거리며 쉬지않고 질문하며 즐거워했다. 뒷자석에 서서 창을 내다보면서 소리치고 쉬지않고 단풍잎같은 작은 인지 손가락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가리키며 수희에게 쉬지않고 물었다. 서해대교를 건널 때 찬란한 불빛에 비춰진 사장교를 보며 신기한 듯이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엄마, 저게 뭐야?" "다리야." "다리? 다리가 뭔데." "응, 차가 강을 건너가기 위해 만든 거야." "그럼 이게 바다야?" "그래." "그럼, 이것도 하나님이 만들었어?" "아니, 아빠가 다니는 회사에서 만들었어." "아빠가 만든거야? 와! 아빠 멋있다." 일요일마다 교회가서 지영이는 하나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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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에 도착하니 해는 백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10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횟집들이 많아진 것 뿐이고, 지금은 주말이 아닌 평일에 와있다는 것과,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인 것만 다를 뿐, 변한 것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 십년이 흘렀어도 소나무는 조금도 크지 않은 것 같았다. 4살된 지영이와 함께 온 것은 옛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백사장에서 지영이와 함께 뛰놀던 수희는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행복한 얼굴이었다. 자신은 소나무 아래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듣고 지영이 웃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연을 가지고 지나가는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아저씨, 연 하나 주세요." 영일은 연을 샀다. 연을 주는 아저씨는 얼굴이 거멓게 탔다. 그래도 그의 얼굴에는 세상을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영일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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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했다. <연파는 아저씨는 하루 수입이 얼마 될까? 과거에는 무엇을 했을까. 자녀는 중학생일까.> 자신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였던 것이다. 연을 손에 들고 백사장으로 가면서 영일은 궁금해졌다. 연을 파는 아저씨의 삶의 끝은 어디이며, 삶이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연을 팔아서 자식을 교육시킬 수가 있을까... 시골 사람들 대부분 자식을 대학까지 교육시키는 집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를 가지고 있는 선주 정도 돼야 만이 자식들을 대학을 보낼 수 있다. 새벽 동트기 직전 칼바람과 거친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어부라는 직업을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큰돈을 벌지도 못할텐데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연을 들고 가니 수희와 뛰놀던 지영이는 손을 내밀려 달려왔다. 영일은 연을 매달은 실을 창공에 날리고, 실을 지영에게 건넸다. 지영은 바람에 날리며 높이 올라가는 푸른하늘을 보며 신기한 듯이 연을 잡은 손을 허공을 향해 높이 올렸다. 그럴수록 꼬리를 날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연을 보며 지영은 너무도 좋아했다. 수희도 나도 그 순간 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고 연날리는 데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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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다에서 파도와 함께 소리를 안고 달려와서는 연을 밀었다. 곧, 연은 소나무 앞에 있는 전기줄에 꼬리가 감겨서 움직이지 않자, 지영은 울먹이며 엄마를 보았다. 조그만 엄지손가락을 원망스러운 듯이 전기줄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영일은 연을 보았다. 파도바람은 연꼬리를 줄에 겹겹이 감겨 놓았다. 영일은 횟집이 늘어선 곳 어디론가 갔다. "아빠, 어디가?" 수희는 물었다. "응, 연을 풀어야지." 잠시후 영일은 긴 나무를 들고 왔다. 줄에 걸린 연꼬리를 걷어올려 줄에서 떨어뜨렸다. 연은 곧 모래바닥에 떨어졌다. "야~ 연이 풀렸다. 아빠 능력있다. 지영아, 아빠 능력있지?" 수희는 모처럼 환하게 활짝웃으며 지영을 보며 외쳤다. "응!" 지영은 기쁜 듯이 연을 가져와 내밀었다. 영일은 다시 파도바람을 등지고 연을 힘껏 푸른 하늘로 띄었다. 연은 다시 처음처럼 하늘로 솟아오르고 날았다. 꼬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지영이는 줄을 잡고 흔들면서 즐거워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도 연날리기에 몰두해 있는 두사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지영은 연줄을 잡으며 연이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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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영일의 얼굴에는 갈등이 스쳐갔다. 연이 다시 백사장에 떨어지자, 수희는 지영이와 해송 그늘에 있는 영일에게 왔다. 영일은 지영이에게 수족관에 있는 고기 이름을 말해주었다. 지영은 신기한 듯이 수족관에서 다람쥐 체바퀴를 돌듯이 왔다갔다하는 눈이 까만 물고기를 보고 물었다. "엄마, 저 물고기는 왜 줄이 쳐져있어?" 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응, 그것은 하나님이 만든거야." "하나님? 하나님이 뭐야?" 지영은 물었다. 검고 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영일은 순간 가슴이 메워왔다. "응, 하나님은... 자연과 인간을 만든 분이야." "이 물고기도?" 지영은 조그만 손가락으로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 까만 눈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그리고 지영이도 만들었지." 수희가 얼른 대답했다. "나두 하느님이 만든거야? 엄마가 낳았잖아." "하느님이 엄마두 아빠도 만든거지. 하느님은...지구에 있는 모든 동물과 곤충 그리고 인간에게 .." 수희는 암,수컷을 말하려다가 입 속으로 담고 말았다. "얘는 왜 바닥에만 있어?" "문어는 원래 그래." "얘가 문어야? 무섭게 생겼다." 지영은 새의 부리같은 작은 인지 손가락으로 바닥에 퍼져있는 문어를 가리켰다. "그래. 맞아." "무서워.얘도 하나님이 만든거야?" "그럼...! 자, 들어가서 맛있는 것 먹자." "어떤게 맛있는 것야?" "응,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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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바다는 달려오고 있었다. "어머, 밀물이야." 영일은 바지를 걷지도 않고 밀려오는 파도를 철썩거리며 나아갔다. 저 멀리 섬이 보였다. 밀려오는 파도는 홀로 서있는 섬을 더욱 고독하게 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생활도 없이 무슨 낙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영일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빠, 빨리 나와." 지영이가 단풍잎 같은 작은 손을 흔들며 외쳤다. 백사장을 뒤로 하고 영일은 핸들을 남으로 변산반도로 향했다.
곰소항으로 향하면서 펼쳐진 바다는 기울어가는 햇빛으로 눈부시게 반사되었다. 길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듯 휘어져 있고, 영일은 자신이 보아 둔 곳이 가까워질 수록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외침에 떨렸다. <이곳이면.... 잠깐 사이에 고통없이 잠들 수 있는 곳이다 !> 이렇게 다짐했지만... 핸들을 잡은 손은 자신도 모르게 떨려왔다. 차는 커브길로 접어들었다. 해안은 가파른 절벽이다. "엄마, 이게 바다야?" "응. 바다." "이것도 하나님이 만들었어?" "그래. 모든 것 다 하나님이 만들었지. 저기 있는 나무들도..." 영일은 하나님이 정말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은 지루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삶과 실업 속에서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생각하니 미래가 불투명했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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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 말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지영이를 대학 캠퍼스에서 책을 가슴에 들고 공부시킬 수 없다는 자신의 무능력을 또다시 자식에게 물려주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저렇게 곰소항에서 젓갈장사를 ,공장에서 일하게 키울수는 더욱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을 찾아 교회를 나가서 기도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교회에서 예배중에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삶음 무엇일까.>였다. 예수는 목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삶을 마쳤다. 왜? 목수였을까. 집짓는 망치를 들고 힘든 직업을 가졌을까. 하나님으로부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받았으면서도 왜 힘들게 일을 했을가. 선생, 공무원,사업가, 등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편한 직업이 세상에 얼마든지 많은데 왜 하필 이마에 땀흘려 일하는 천한 직업을 가졌을까. 순간! 커브길로 접어들었다. 자~ 이제 괴롭고 고민도 끝이닷! 성경도, 목사님이 설교했던 예수 이야기도 순간 사라져버렸고, 안개 같이 자욱한 기억 속에는 강렬한 충동 만이 붉은 섬광이 되어 불기둥처럼 솟아오르자, 영일은 야릇한 쾌감과 승리의 기쁨을 느꼈다. 영일은 속으로 외치고 악셀을 힘껏 밟았다. 마지막이니까 원없이 밟아보려는 듯이... 수희는 공포에 젖어 외쳤다. "어마,영일씨!" 외치고는 영일의 왼팔을 붙잡고 얼굴을 보았다. 영일의 얼굴은 노랗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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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서는 두 곳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빨리 떨어져. 낭떠러지기로... 그곳에 가면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도 고통도 없어. 편한 세계가 펼쳐지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핸들을 바다로 빨리 꺾어.> 불기둥은 영일을 독촉했다. 한편으로는 희미한 무지개 같은 빛이 비춰졌다. ( 저기 외로운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무슨 재미가 있을까. 카페도 없고 차로 드라이브 할 도로도 없지. 오페라를 볼 수 있나?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월드컵축구와 야구, 당신이 좋아하는 미국 메이져리그를 볼 수도 없고, 섬에는 병원도 없고 언제 태풍이 덮쳐 마을사람들을 수장시킬 수도 있어. 그런 불안 속에서도 빛과 바람, 평화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감사기도하잖아. 당신이 뭐가 어때서... 삶은 인간사에서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면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거야. 어떻게 모든 만족을 다 받을 수 있겠어. 상류층이 있으면 중류층이 있고, 또 하류층이 있어야 쓰레기를 치우고 사회와 나라가 존재되는 거야. 당신은 지금 화려한 밍크코드에 고급음식, 여행가는 사람들과 좋은 자동차를 타고 생활하는 사람만 생각하고 있는거야. 자신보다 더 어렵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면서 사회질서와 법규를 지키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을 잊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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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면, 상류층은 우리나라 4천8백만 인구에서 5%도 안돼. 그런데 당신은 그 5%에 들지 못했다고 당신 만을 믿고 살아가는 아이를 당신 욕심 만으로 생명을 빼앗겠다는 거야. 당신은 정말 독선전인 동물이군. 동물들도 질서를 지키며 새끼를 보호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모르는군. 아니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건가? 연어 이야기 들어봤나. 알을 부화시키려고 저 멀리 태평양에서 강원도 남대천으로 귀향해서 가파른 물살을 헤치고 알을 낳을 자리를 찾고는 부화될 때까지 자신의 생명을 다해서 장렬한 죽음을 맞는 것도 모르는가. 참 무지하고 허수아비로군.)
(저 섬에 뭐 영화관이 있어? 수영장이 있어? 은행이라도 있을까. 21세기 문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저 섬은 감옥과도 같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평화를 누리며 하나님이 내려준 삶에 순응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당신은 저 섬에 갇혀 사는 사람들 보다도 더 행복하잖아. 명문대 나왔고, 다시 취직해서 재기할 수도 있는데 뭐하러 삶을 포기하나? 지금 당장이야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경기가 회복되면 더 좋아질 수도 있잖아.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역경과 고난이 있는 사람은 당신을 더욱 강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님이 만든거야. 쇠도 불에 달구었다가 두드리고 다시 불 속에 넣어 달구기고 또 두드리고 하기를 얼마나 반복하겠어. 그러니까 칼이 되는 거야.) 마지막에 가슴속에서 올라온 무지개 소리는 수희가 간절하게 호소하는 소리와 합창이 되어 가슴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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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은 악셀에 힘주었던 발을 브레이크로 옮겨갔다. 백사장에서 연을 손에 날리면서 팔고 있는 아저씨가 떠올랐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는 지도 떠올랐다. 회집에서 고기를 받아다 팔며 살아가는 음식점 주인도 떠올랐다. 영일은 순간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그리고 핸들을 도로 중앙으로 휙! 틀었다. "끼~익" 순간, 차는 놀란듯이 소리지르며 멈췄다. 뒤에 있던 지영이는 앞으로 상체가 넘어왔다. 영일은 자신도 모르게 보호본능으로 팔을 뻗어 지영이 머리가 부딪치지 않게 막았다. "자기?" 수희는 겁먹은 얼굴로 놀라면서 반문했다. "혹시? " 커다랗게 떠진 수희의 눈에는 공포가 서렸다. "다른 생각을 했어. 잠깐." 영일은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이마를 손등에 얹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차는 빵!빵! 클랙션을 계속 울리고는 창문을 열고 영일을 향해 창 밖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치면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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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창문을 열고 얼굴을 창 밖으로 내밀고, 손가락질로 악쓰듯이 욕하고 스치듯이 지나갔다. 하지만, 영일은 이마를 차 핸들 위에 얹어놓고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갈등에 몰두해있어서 귀에는 조금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 그냥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거야. 주어진 자유에 평화를 감사하면서...> 그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업은 신성하다고 생각되었다. 잠시 머리를 차 핸들 위에 붙이고 있던 영일은 얼굴을 들고 수희를 보고 지영을 보며 말했다. "지영아,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지영이는 스쳐지나가는 차에서 어른들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에 겁을 먹고 얼굴에는 울음이 가득해 울먹였다. 수희는 지영이를 가슴에 꼭껴안고 얼굴을 숙이고 흐느꼈다. "지영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가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 것뿐이야." 영일은 수희 등을 두드렸다. "왜 울고 그래. 깜박 졸았던 것 뿐이야. 왜 울고 난리야. 휴가까지 와서...에이 !" 영일은 짜증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햇살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바다에 반사시키고 바다는 꿈틀거리야 움직이고 있었다. 바다는 살아있는 영원한 생명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는 같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 없었다. 꿈틀러리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람들은 바다의 참모습을 결코 알지 못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영일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섬에 햇빛이 내리는 것을 보며 팔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잠시후 영일은 평소와 같은 예전의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앞바퀴는 아슬하게 낭떠러지에 걸쳐있었다. 수희는 나오지 못하고 창문을 열고 하염없이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흐느꼈다. 운전석에 앉으면서 영일은 말했다. "바퀴가 바람이 없어 쏠린 것 뿐이야."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수희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바람이 없으니 과속하지 말해야지." 영일은 수희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엑셀에 발을 얹고 다시 힘을 주고 밟았다. "붕~" 차는 빠르게....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아주.. 경쾌하게 달렸다.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미소를 띠운 듯한 그림을 만들었고,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도로에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중앙선따라 경쾌하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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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
출처: 산과 인간 그리고 자연 원문보기 글쓴이: 방형석(고산자)
첫댓글 참 뭐라고 댓글을 달기가 주저되는 글이군요..우리가 사는 현시대의 아픔이 느껴지는 글입니다.....부유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자리에 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마음 한구석 어딘가 무엇이 와 닿는데 무엇라 표현이 안되네요! 잘읽어읍니다,,,,
산행에서 인사합니다 .. 감사...!
정말오랜만이예요 사계절님~ 저의기억으로는 몇해전 소매물도에서 뵙고~맞나? 잘 잃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