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독주체제로 여겨졌던 17대 총선판세에 변화가 일고 있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박풍’,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풍’(노인폄하발언),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 등이 진원지가 되고 있다.현지 취재를 통해 지역민심을 다섯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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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7일 울산에 출마한 후보와 함께 야음시장을 방문 상인들ㅇ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울산 최해국기자 seaworld@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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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직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동네에 후보가 몇명이며,어느 당 소속인지,이름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선거와 관련해서는 당을 보고 찍겠다는 ‘당파’와 인물을 보겠다는 ‘인물파’로 대체적으로 양분됐다.
지난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온천천.부산에서 유일하게 여·야에서 여성후보를 내보낸 곳이다.
산책나온 40대 주부에게 누구를 찍을건지 묻자 “누가 출마하는지 모른다.”며 귀찮다는듯 손을 내저었다.
인근 동래시장에서 식품가게를 한다는 한 상인은 “선거 때문인지 장사가 더 안된다.”며 울상을 지었다.그는 “하루 매상 맞추기도 급급한데 선거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느냐.”며 누가 돼도 상관 없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당을 보고 찍겠다는 사람도 많다.은행원 김모(44)씨는 “나라의 안정과 진보성향인 거여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을 찍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열렬한 한나라당 지지자였다는 자갈치시장 상인 윤재웅(47)씨는 “탄핵사건 이후 마음이 달라졌다.”며 “이번에는 우리당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그는 자신뿐 아니라 보수성향이 강한 50∼60대의 상인들 대부분이 탄핵 이후 우리당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경남 “탄핵이 잘못됐지만 국론을 분열시키고,빌미를 제공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상남동 성원주상가 주차장에서 만난 전형석(42·건축업)씨에게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이어 “거대 여당이 탄생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한나라당도 정신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경남지역은 총선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지만 민심은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이지만 노 대통령의 고향도 두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와 양산 등 동부지역은 우리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중소기업 대표 안모(47)씨는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 김해의 민심”이라고 전했다.그는 “정치가 안정돼야 기업이 살고,서민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진주를 중심으로 서부경남의 민심은 딴판이다.박종한(56·진주시 신안동)씨는 ‘그래도 한나라당’이라고 지역민심을 전했다.그는 “차떼기와 탄핵정국을 거치며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컸지만 박근혜 대표가 선출되고,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발언이 민심을 돌려 세웠다.”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창원·마산지역에서는 민생안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주부 정모(49·창원시 상남동)씨는 “아직 당도 후보도 정하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청렴하고 민생을 잘 챙길 것으로 보이는 후보,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정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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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7일 오전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당사로 출근하면서 승객들과 악수하고 있다. 남상인기자 sanginn@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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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탄핵역풍보다는 한나라당 정서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택시기사 이모(48)씨는 “우리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뭔가 이상하다.’,‘젊은 사람들만 조사해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승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그러나 젊은층으로 갈수록 우리당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보인다.이들은 우리당 후보자보다는 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더 관심을 나타낸다.
회사원 최모(43)씨는 “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정치환경이 지금처럼 바뀔 수 있었겠느냐.”며 “큰 흐름에서 작은 실수나 잘못은 이해하고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거 분위기는 썰렁하다.
중구 우정동 정모(42)씨는 “정치이야기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선거때만 되면 후보자들이 모두 엎드리지만 국회에 가면 다 똑 같아지더라.”면서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
●대구 “우야겠노.찍을 곳이라곤 미우나 고우나 한나라당밖에 더 있나.”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은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바람이 재현될 조짐이다.박풍과 노풍이 분 탓이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하는 이명희(52)씨는 “한나라당도 미덥지는 않지만 지난 1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사고만 쳤지 잘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문시장은 이달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방문했을 때 열광적인 환영으로 박풍을 일으킨 곳이다.
대구지역 노인들의 휴식처인 대구 달성공원의 분위기는 격앙돼 있는 모습이다.
김종술(70·대구시 서구 내당동)씨는 “‘노인들은 투표 안해도 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이번 기회에 60∼70대도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을 따끔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 사는 김익준(43·한의사)씨는 “입만 벌리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우려와는 달리 세상만사가 조용해졌다.”면서 “좌충우돌 노 정권에 4년을 더 이상 맡길 수가 없는 만큼 대구가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30대를 중심으로 ‘대구가 이대로는 안된다.’면서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영남대 캠퍼스에서 만난 이현경(22·정치외교 4년)양은 “또 다시 묻지마식 투표로 한나라당에 몰표를 몰아주면 앞으로 대구는 전국에서 왕따가 될 것”이라면서 “박풍이니 노풍이니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이번만큼은 인물을 보고 선택,대구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철강업을 하고 있는 김종민(43)씨는 “대구가 10년 야당도시 하면서 경제는 엉망진창이 됐다.”면서 “돈과 기업을 대구로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앞으로 대구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 역시 여기 저기서 박풍이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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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서 민주당 ㅊ추미애 선대위원장이 7일 휠체어에 앉은 채 전북 김제시 요촌동 구산사거리를 방문, 노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김제 오정식기자 oosn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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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신흥주택지로 부상한 구미시 인동에서 만난 서모(58·여)씨는 “처음에는 인물을 보고 우리당을 찍으려고 안했나.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딸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지.”라고 말했다.
의성군 안계시장의 상인 김모(54·여)씨는 “박 대표가 선출된 뒤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박 대표가 6일 경북 북부지역을 방문하면서 박풍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풍도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정오 경북 K시 한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노인무료급식소.한나라당 후보가 급식을 기다리는 200여명의 노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지지를 호소하자 노인들은 “수고한다.열심히 하라.”며 격려가 이어지고 박수도 터져 나왔다.잠시 뒤 우리당후보가 나타나자 “노인들은 투표를 하지 말라면서 왜 왔느냐.”는 말이 여기 저기서 나오며 웅성거렸다.
군위군 의흥면 김모(67)씨는 “이번 선거부터 법이 바뀌어 60세 이상은 투표권이 없는 줄 알았다.”면서 정 의장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인물과 정책을 보고 지역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했다.
식당을 하는 경산시 서부동 이모(65·여)씨는 “그동안 한나라당을 찍어 지역에 도움이 된 게 뭐가 있느냐.”며 “지역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시 형곡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정모(47)씨는 “구미 제4산업단지조성이 활발히 추진되고 기업유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고 중앙무대에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후보가 되어야 한다.”며 “감성적으로 투표해서는 진정한 일꾼을 뽑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대 도모(23·여)씨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구애되지 않고 정책이나 공약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바람에 흔들리는 표심에 한마디 했다.
대구 한찬규 황경근 김상화기자 cg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