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라이브, 달갸 부침과 삶은 달걀과 달걀 프라이, 나이 먹는다는 것, 공장장,
꿈 공장(dream factory), 戰士, 외로움, 행성, 7th, 콘서트, 솔직함, forever, 별, 순수,
착하게 살자, 소년, 콜라, 편집증,
소심함, 진짜 뮤지션, 고집, 완벽주의, 氣, 꿈,
anti-, 왕개미(이건 개인적인 공통분모),
만화, 천재, 어른, 환상, 욕심,
야마('야마돌다'의 그 '야마'다.), 서른여덟,
진행형 사랑, 적, 비타협, 대중성,
똑똑한 팬, nice voice, 여성성, 돈, 파워,
대박, 同志…
- 그와의 인터뷰 중에 떠오른 새각의 편란들.
- 어린 왕자는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하여 별을 떠나왔으리라 생각한다.
이승환, 이 석자의 이름이 우리에게 온 지 별써 몇년째인가. 89년에 1집이 나왔으니 그가 우리를 찾아온지 무려 14년 그가 정말 철새를 타고, 우리 곁으로 왔는지 뭘 타고 왔는지 이동 수단이야 모르겠지만 '텅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눈물로 시를 써도' 같은 정신이 번쩍드는 멋진 음악으로 우리의 마음의 창을 두드린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이 이야기에 '그 말 진짜야?'하며 시비를 걸겠다고 덤비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그는 지상파 라디오를 통해 우리에게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고, 콘서트에서는 콘서트장을 폭파시켜 버릴 것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얼마전 7집 앨범 발매를 홍보하려 각 레코드사의 벽면에 걸렸던 대형 현수막에 프린트된 이승환은 여전히 1집을 발표하던 20대의 그의 모습이아닌가.
하지만 세월이 그만 비켜갈리는 없는 일. 그는 데뷔 14년째를 맞는 서른 중반의 가수가 되었고 3년여일 기다림을 참아온 팬들에게 7집「EGG」를 선물하며 돌아왔다.
글쎄, 돌아왔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TV 공중파에서 비슷비슷한 앨범을 들고 나와 3~4개월 단위로 고별과 컴백 스패셜 무대를 반복적으로 갖는 가수들을 보며 '누구 놀리나?' 하고 짜증을 내곤 했는데 그와는 확실히 다른 돌아옴이니 말이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가끔 우리에게 줄 음악 선물을 위해 잠시 두문불출하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음악을 하며 우리 곁에 있었으니, 멀리 떠나 있다가 돌아온 사람이 하는 "오랜만일세. 반갑네."란 인사보다는 아침에 일 나갔던 남편이 저녁에 돌아와 "다녀왔어."라는 가벼운 인사가 어울리
는 잠시 동안의 떨어짐. 그렇다면 "다녀오세요."라고 가볍게 받아야겠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다녀오세요."라고 말해주는 팬들이 있어 아마도 그는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고, 행복할 것이다.
-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되뇌었다.
7집 앨범 발매에 맞춰 2001년 마지막 달에 전국 투어를 위한 서울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예매를 했느데 세상에 '뻥'을 좀 치면 시작 1초만에
(사실5~6초) 예매가 끝나 보렸다.
포기가 빠를 사람들은 '역시 이승환'하며 그의 건재에 마음 뿌듯해 했고, 일부 사람들은 표를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지, 아무리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승환의 건재는 언제나 콘서트장에서 땀을 흘리며 원초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법이니.
이번 7집은 두 개의 CD로 이루어져있다. 앨범 이름을「EGG(에그)」라 짓더니 각 CD의 제목도 'sunny-side up'과 'over easy'다. 서니 사이드 업은 달걀의 한쪽만
익힌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달걀 요리이고, 오버 이지는 완숙 스타일로 양면을 모두 익힌 달걀 요리를 말한다.(솔직히 CD를 산 후 영어 사전을 뒤져서야 그
뜻을 알았다. 이렇게 어렵게 제목을 짓다니 미워 정말.)
제목의 뜻을 알고 음악을 들으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나누어놨는지 알 것 같았다. 서니 사이드 업에는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발라드류의 편한 곡들이,
오버 이지에는 록이 중심인 비대중적인 곡들이 실려 있다. 그러니 양면을 다 익힌 완숙이 싫은 사람은 반숙만 잇는 서니 사이드 업만 들으면 될 일이고, 이승환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오버 이지를 들으면 된다.
하지만 이번「EGG」앨범은 완숙과 반숙만 있는 그런 성의 없는 상차림이 아니다. 달걀이 얼마나 요리법이 많은 재료인가. 길 떠날 때 먹는 삶은 달걀, 엄마가
도시락에 척 덮어주는 달걀 부침, 맛만큼 보기도 좋은 달걀말이, 새우젓의 비릿한 냄새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뚝배기에 담긴 달걀찜 등등. 잘 들어보면 앨범 곳곳에
다양한 달걀요리 레시피가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녹음을 시작한 7월부터 12월까지 차에 기름을 다섯번 밖에 넣지 않고서 녹음실에만 처막혀 있으면서 준비한
음반이니, 국내와 미국, 체코를 다니며 최고의 음악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 만들었다. 합류한 뮤지션들만 국내외를 합쳐 5백명이 넘는다니... 그의 음악적 욕심이
고스란히 담긴 초대형 프로젝트가 바로 이 앨범이다.
「EGG」앨범을 듣는 방법은 특별하다. 여우의 가르침대로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보자. 오로지 마음으로 들어야만 이승환이 음악에 대한, 팬에 대한 사랑을 담아
준비한 음악이 들릴 것이다. 그리곤 고소한 달걀 요리의 향기가 느껴지겠지. 어린 왕자는 안다. 가장 중요한건 마음이라는 것을.
SUNNY-SIDE UP
[s∧nisaid-] ((미)) 달걀을 한쪽만 프라이한.
((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걀 요리법.
((EGG적 의미)) 대중적인.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걀 요리는 아무래도 한쪽만 살짝 익힌 달걀 프라이겠지. 그래서 서니 사이드 업에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고 지금까지 익숙해진 발라드 음악을 위주로 담았다. 맑은 감성에 우수가 겹친 듯한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노래들이 모였다. 꼭꼭 씹는 것처럼 발음하는 그 특유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승환을 '발라드의 황제'로 알고 잇는 사람들에게는 '딱'인 앨범.
"7집 앨범의 키워드요? 대중성은 철저히 대중성으로, 내 음악은 철저히 내 음악으로예요. 그래서 두 장으로 낸거구요"
자신의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니 사이드 업 사서 듣고, 이승환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은 오버 이지를 사서 들으라는 컨셉, 어찌 보면 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난 이 음악 하고 싶지만 당신들이 좋아하는 곡도 함께 냈으니 알아서 사서 들으라.'는 식의 이번 앨범이. 하지만 "팔려야 하잖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 앞에서 무슨 말을 더하랴. 그건 단지 상업성이라는 말로 단정짓진 말자. 근 3년을 그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저 좋다는 음악'만 내놓을 뻔뻔함이 그에겐 없었기에 함께 내놓는 종합선물 세트라고 생각하자.
"음반을 낼 때 두려움은 없었어요. 이번 건 음악적인 성격은 약하지만 대중성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엔 대중성이라는 것이 어떤 뜻인지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다른 가수 음반 작업을 하면서 뜨려니 생각한 건 망하고, 유희열처럼 너무 어렵지 않나 싶은 것은 오히려 사랑을 받으니까요. 제가 14년전 1집을 냈을 때는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어요. 1년 후에 떴는데도 조바심도 없고 '이 정도면 뜨지 않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점점 대중성이 뭔지를 모르겠으니..."
키워드 중 하나가 대중성이라고 해놓고 대중성이 뭔지 점점 모르겠단다. 요즘은 음악의 대중성이라는 것보다는 가수의 이미지로 음반을 파는 세상이니까. 언제나 대중음악 시장은 열악했지만 이렇게 바뀌는 음악 환경이 그로선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그는 씩씩하다.
"겁이 나야 되는 상황인가? 그래도 난 겁이 나진 않는데."
'콘서트에 가보지 않고 이승환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콘서트에 가기 전 사람들은 이승환을 발라드 가수로 안다. 하지만 콘서트를 보고 난 뒤라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공연 때 그의 노래는 발라드, 록, 때로는 댄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으며 현란한 스테이지 매너로 라이브의 귀재임을 확인시킨다. 보는 사람도 힘들 정도의 공연을 4시간 정도 그것도 40여곡의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며 팬들을 이끈다. 정말 여기는, 무대 위에서 노래 몇 곡 한 걸로는 라이브 축에도 못 끼는 무서운 동네이다. '노래도 한 10년 해야 노래 좀 하갔구나 하고, 무대 위에서 노래도 한 40곡은 해야 공연 좀 하갔구나.' 소릴 들을 지경이다. 그 파워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2월 31일의 공연도 장장 4시간 50분 동안 진행됬다고,
"공연 때는 언제나 힘들어요. 숨이 끝까지 차오죠. 게다가 워낙 제가 비실비실 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로부터 기(氣)를 받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기를 받아서 공연을 하죠. 그런데 2년전 부터는 무대 뒤에 산소 호흡기를 배치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을 하다가 두 번쯤은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거든요. 공연하다가 머리 속이 하얘진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아직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느 거예요."
세상에, 공연 중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버티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제가 직업병이 있어요. 요기 발목 앞쪽이 많이 아프거든요. 접골원에 가거나 스포츠 마사지를 받아도 소용이 없어요. 제가 발목이 정말 가늘거든요. 이것 봐요(정말 가늘다. 내 손목보다도 가는 것 같다. 슬쩍 옷소매를 내려 손목을 가렸다). 원인이야 뻔하죠. 제가 공연 때 요렇게 앞발로만 뛰거든요. 그러니까 발목이 견디지 못하는 거지."
"아, 그러게 아프면 어지간히 좀 뛰어요. 공연 때 보면 쉬지 않고 뛰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발목이 아픈데도 공연 때는 내가 공중에 한참 떠 있는 게 스스로 느껴져요. 재미있으니까 '더 높이 뛰어야지.' 그러고선 더 놓이 뛰죠. 평상시에는 아파서 그렇게 뛰라고 해도 못 뛰어요."
지금부터, 콘서트에서 그가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할 것 같다. 얼마나 집중을 하면 아픈 것도 모를까. 하긴 공연 반년 전부터 자기가 기획하고, 콘티 짜서 올리는 콘서트이니 그만큼 애정이 갈 밖에. 이렇게 준비한 공연은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저러다 혼절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열창하는 노래 땜에 감동 먹고, 불과 물과 뱀(이건 아니다.)을 이용한 온갖 쇼 때문에 달뜨고, 기타가 부서지면서 흥분하고, 사람이 공중을 날기 시작하면 몇몇은 기절한다. 이런 식의 이승환만의 파격적인 콘서트 기획은 이제 다른 가수들이 다 도용할 정도로 콘서트의 기본이 되고 있다. 물론 그의 열창의 무대가 주는 감동만은 어느 가수도 따라 하지 못하지만.
"이런 식의 공연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예전부터 지겨운 공연은 사람들이 보러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수 효과가 늘어서 재미있어지면 관객도 늘고, 그 돈으로 음향에 투자하면 더 줗은 공연 할 수 있고, 그러면 관객들도 좋고, 전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공연을 보는 동안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즐기길 원하니 그걸 만족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음악적 능력이 전제가 된 상태에서요."
최근 콘서트 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었다. 연말에는 공연장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콘서트 스케줄이 꽉차 있다. 이런 콘서트 문화에 일조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승환이 아닐까.
나날이 풍성해지는 콘서트 식단에 무얼 골라 먹을지 고민이어서 행복한 사람들은 그에게 일단 감사의 표시를!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콘서트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이야기는 마치 미카엘 엔데의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다양한 소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끝없이 이어지고, 그런 인터뷰를 마치고 글을 쓰려니 자꾸만 늘어지는 이 상황. 그래서 이쯤에서 손들어 버리기로 했다. 그 많은 이야기를 다 옮길 수는 없고, 나머지가 궁금하다면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콘서트장을 찾길.
그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 테니.
OVER EASY
[ouv ri:zi] ((미)) 양면을 살짝 익힌 달걀 프라이 요리.
((한)) 몇몇의 사람들만 좋아하는 특별한 달결 요리법.
((EGG적 의미)) 이승환이 하고 싶은.
이승환은 뮤지션이면서 공장의 공장장이다. 쭘 공장의 공장장. 그는 현재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 말 그대로 꿈 공장을 20여명의 직공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그들의 공장에 들어서면 각종 재미있는 인테리어가 우리를 맞고, 친절하고 매너 좋기로 소문난 이 공장의 직공들은 선한 얼굴로 사람들을 맞는다.
여기가 바로 그가 필생을 두고 이룩한 그의 모든 것이 담긴 곳. 그의 꿈을 이를 곳. 꿈 공장이다. 그의 꿈쭌 아니라 나오는 앨범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번 '돈'도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방송국과 연예 기획사의 횡포가 횡횡한 대중예술 판에서 휩쓸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기 위해서 만든 곳이었다. 그러니 뮤지션과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꿈 공장이 맞다. 20억을 투자해서 만든 녹음실을 포함한 5층짜리 건물. 사람들은 이걸 보고 '이승환이 돈 좀 벌었나 보군.' 하지만, 현재는 차임 경영을 하고 있는 상태.
"회사로서는 망한 거죠. 세번이나 파산을 하고 차입경영을 하고 있으니. 경제 사정이 좋아 투자 붐이 일었을 때도 저희 회사는 투자를 받지 못했어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죠. 투자를 받으러 다니며 모멸도 많이 느꼈어요.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러고 다니는지 회의도 들었지요. 음악만 했으면 돈도 많이 벌고 편하게 살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꿈 공장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방송국과 기획사 등 이해관계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순수하게 뮤지션과 팬들이 주축이 되는 기획사를 꿈꾸었고, 그건 아무리 힘들어도 그에게는 버릴 수 없는 화두이다.
"힘들어도 버텨 주세요. 드림 팩토리는 이 판에서 상징적인 곳이잖아요. 살아남아야만 해요. 팬이랑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뭉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죠."
"그러니까 이런 게 힘든 거예요. 사람들은 꿈 공장을 꼭 성공해야 된다고 응원해 줘요. 그렇지만 기획사나 방송국에서 도와 주기는 커녕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당에서는 계속 적자를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제일 힘들 때가 사람들이 저를 "슈퍼맨"으로 생각할 때 입니다."
여전히 예의 가벼운 목소리로 얘기하지만 많이 지친 모양이다. 얼굴에서 고단함이 느껴진다. 오버 이지에 수록된 'fight'에서 "...너무도 기분만 잡쳐 너무 많이 깝쳐 가만히 좀 닥쳐 이렇게 당하고만 있지 않지 절대 없지 너는 곧 다쳐.." 하며 끊임없이 '파이트'를 외치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그 마음이 느껴진다. 기자도 속으로 '파이팅!'을 외쳐본다.
그는 얘기 중에 "나이가 드니까..."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 눈에는 그가 여전히 스무 살의 어린 왕자로 보이는데 아닌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노래를 만드는 스타일도 변할까?
"그럼요, 바뀌죠. 감정이 옅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그게 더 좋고 편해요. 예전에는 감정도 진하게 깊게 넣으면서 노래를 부르긴 했는데, 이젠 그런 노래는 내가 들어도 부담스러워요. 편한 게 좋은 거 같아. 록이야 어쩔 수 없이 찐(?)하게 불러야 하지만 발라드는 더 편하게 가게 돼요. 일본에 안전지대라는 보컬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통기타 하나 들고 가장 심플한 음악을 하더라구요. 저도 정말 노래 잘하게 되는날, 그런 음반 내고 싶어요."
엉, 그럼 이제 우린 예의 그의 콘서트를 못 보고,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그를 만나게 되는 것일까?
"앨범을 그렇게 낸다는 것이지, 그런 앨범 내면 공연은 안 하죠. 어차피 나이 마흔 넘으면 지금 같은 공연 못해요. 추하잖아요. 그때 되면 한 3만장 나가는 거 기대하면서 음반 내게 될까?"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이 쓸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나이 먹는다는 게 별로 싫지 않다고 말하더니 이런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그래도 우리는 마음이 급하다. 그의 파워풀한 공연을 보지 못한다면 그 상실감을 무엇으로 보상받을까?
얘기를 나누면 그는 상처받기 쉬운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의 비난에 민감하고, 한 번 듣고 버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백 마디의 칭찬보다 한마디의 비난에 무릎꿇는다."고 그는 스스로 표현했다. 지금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면 노래가 나가는 사이에 부러 DJ에게 말을 붙인다고 했다. 자기 노래에서 음정 틀리고 그러는 걸 틀키는 게 싫어서. 편집증적이라고 했더니 순순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14년 동안 아무런 바람막이 없이 혼자서 노래하고, 꿈 공장을 꾸려가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그걸 견디게 하는 건 음악과 팬에 대한 애정 때문이겠지. 그리고 최근에 발표한 여자 친구 채림의 도움도!
그는 올해 안에 또 한 번의 앨범을 낼지도 모른다. 이번 작업 때 녹음은 해놓고 앨범에서 빠진 11곡의 노래를 모아서 내게 될 것 같다고. 3년 만에 음반을 내고 이번에는 1년 사이에 한꺼번에 두 번의 선물을 주다니 '대단히 제멋대로인 사림이군.' 생각하면서도 그때가 기다려진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가 올해 안에 또 다시 앨범을 낸다고 했으니 우리는 한 해 내내 기다리며 행복해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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