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공장 옆엔 선체 구조물에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공장이 세워졌다. 이곳이 가동되면 인화성 물질이 도료 용매(溶媒)로 쓰인다. 이곳 산단에선 국내 대형 정유사들이 저유시설 100여곳도 가동하고 있다. 위험물 취급·제조업체만 82곳이 들어섰다.
군산조선소는 올 8월 세계 최대의 골리앗크레인(1650t)과 함께 조선 도크가 완공된다. 조선소 관계자는 "대형 건물 화재 등을 초동 진화할 특수 소방·구난장비와 전문 인력이 산업단지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등이 입주한 군산조선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 파출소는 15㎞나 떨어져 있다. '군산항119안전센터'로 펌프차 1대와 화학차 1대, 구급차 1대만을 갖췄다. 최한신 군산소방서장은 "센터는 군산항과 인접 지방 산단 화재에 초기 대응하기 위한 장비로 진화가 늦어져 화재가 커지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산 산업단지에 절실한 것은 소방서만이 아니다. 밤이면 드넓은 산단 속 주거단지와 상가는 외딴 섬으로 남는다. 기업체 종사자 등 400여가구가 입주했으나 이들을 지원할 행정 서비스 시설은 없다.
이곳 S식당 주인 박모씨는 "식당 간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내버스로 두 차례 시청을 다녀오는 데 한나절씩 걸렸고 밤이면 취객끼리 폭력이 생기기도 하지만 치안은 사각지대"라고 했다.
산단 서편에서 시청 민원실까지는 25㎞고, 주민등록초본이나 인감증명을 떼주는 소룡동주민센터도 20㎞나 떨어졌다. 한일덕 소룡동장은 "전입 신고가 늘고 있어 당장 무인 민원서류 발급기라도 공단에 둬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산업단지관리공단 군산지사 고객지원팀 이민식 과장은 "공단에 공장이 채워지면 근로자만 5만명이 유입되는데 우체국이나 지구대 한곳 없다"고 했다.
군산시는 소방서와 행정청사, 근로자복지센터 등의 설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이곳 산업단지의 80%는 국가 산단이어서 조성 과정에 시가 나설 수 없었고, 손쓸 겨를도 없이 기업들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정부가 산단 중앙에 확보한 공공지원시설부지 7만8000㎡에 행정·비즈니스지원 복합타운을 조성한다는 구상으로 이를 양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그러나 매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수요에 대비한 땅으로 국제 교역기지 건설 등 국가 기관의 수요가 생기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김성우 군산시 투자유치담당은 "국가 비축용지는 결국 공공을 위한 것으로 군장산단에 접한 새만금산단에도 마련할 수 있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