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의 자유와 방종 /■■
서울에서 목회를 하면서 광고 영상을 생업으로 하는 친구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문진 횟집에 TV 광고 영상을 찍으러 가는 중인데
잠깐 와서 조명등 좀 들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목사란 호칭을 쓰지 않고, 일 하는 동안 나는 조감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작업장으로 출발 하면서 횟집 광고 영상을 찍는 직원으로서 단정한 복장으로 해야 되지 않냐고 묻고 있는 내 자신을 보았다. 목회자로서 낮 시간에 근무하는 내 복장은 양말도 안 신고 슬리퍼 차림에 티 하나 걸친 복장이다. 이렇게 입고 가도 되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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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 입어도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양말을 신고 구두로 갈아 신고 영상 조감독으로 친구의 일을 도왔다.
돌아 오면서 작은 교회 목회자로서의 근무 복장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나도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데, 광고 영상회사 조감독의 복장보다 더 자유로운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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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전기 일을 하는 친구로부터 급한데 하루 일 좀 도와달라는 요청이 와서. 친구와 함께 건축현장에서 전기보조 기사로 하루 일을 하고 일당을 벌었다. 나에겐 좋은 경험이고 즐거운 외출이며 노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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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가는 내 목회 현장이 목회적 품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방종은 아닐까? 하는 갈등을 품을 때가 많다. 교회 성장을 원한다면 이러한 목회적 습관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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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내 모습에 더 당당해 지고 싶다.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의 이웃으로서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음이다.
성육신 되어 오신 주님의 모습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냐 마는,
내 모습에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자유함이 진정한 공동체의 기초가 될 것임을 안다
2017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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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젊게 보이는 이유.
옷을 살 때, 아내는 나이 들어 이제는 비싼 옷을 입어야 한다고 메이커 옷을 권한다. 사실, 십여 년 전에 산 브렌드 옷 몇 벌을 조금씩 수선해 가면서 지금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 차이는 분명히 있다.
무더웠던 올 여름,
반바지에 어떤 단체에서 기념품으로 선물한 티셧츠 두개로 여름을 보냈다.
비싼 옷을 입고 그에 걸 맞는 치장을 위해 머리를 만지며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것이 나에겐 어렵다. 헐렁한 티 하나 입고, 머리 툭툭 털고 내려와 아침 청소를 하고 커피와 함께 하루 카페 장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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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옷이란, 내가 높아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평안한 대화의 물고를 트기 위한 악세사리로서 옷을 생각한다면, 목회자의 평상복은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정장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올 가을엔. 학생들과 교회 행사 때, 단체복으로 한번 입고 옷장 깊이 묻어 두었던 옷들을 한번 꺼내어 입고 싶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데 너무 비싼 자전거라서 커피숍 아래 세워 놓지도 못하고 이층 베렌다까지 들고 와서 힘들게 커피 마시는 사람들을 보았다. 운동을 위한 도구라면 힘들지만 값싼 자전거가 몸에도 정신건강에도 좋다.
사람들이 첫 인상의 나를 젊게 보는 것은,
알고 보면 내가 입는 값싼 옷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