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7일 오후, 김제학 할아버지(84·대전 중구 문창동)가 자신의 집 대문을 열어주었다. 화초가 잘 다듬어진 정원을 지나 단독주택으로 들어가니 아내와 며느리, 손자, 손녀가 반긴다. 거실 한 가운데 3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은 문창동에서 ‘효자집’으로 꽤 유명한 집. 몇년 전, 김 씨의 노모(老母)가 세상을 뜨기 전만 하더라도 한 지붕에 4대가 함께 살았고, 지금은 3대 7명이 살고있다.
김 씨의 가정이 화제가 된 것은 단지 3-4대가 함께 살아서가 아니다.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효자·효부상을 받은 가족이 4명이나 된다. 지극한 효심이 대를 잇고 있는 것이다.
김 씨의 안내를 받으며 안방으로 들어가니 소문으로만 듣던 효자·효부상 상패가 가득했다. 1986년 김 씨의 효도상 수상을 시작으로 아내 임영순 씨(79), 아들 김용성 씨(57·계룡공고 교감), 며느리 최영화 씨(54·주부)가 잇따라 효자·효부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상·대전시장상 등을 휩쓸었다.
김 씨는 55년 전, 부모를 모시고 신접살이를 하면서 이 곳에 터를 잡았다. 효심 지극한 외아들 용성 씨는 결혼 후에도 부모인 김 씨 부부와 함께 살길 원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김 씨의 손자·손녀가 태어났고, 어느덧 장성한 손자 형준 씨(30)는 오는 10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효심은 자연스레 대를 이어온 듯했다.
김 씨는 김 씨의 어머니가 세상을 뜨기 전인 1999년까지 매일 아침 아들 내외, 손주들과 함께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드렸다. 손수 어머니 목욕을 시켜드렸을 만큼 그의 효성은 지극했다. 며느리 임 씨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정성스레 어머니의 밥상을 따로 차렸다. 이러한 효심은 아들 내외가 배웠고, 또 손자·손녀로 이어졌다.
김 씨는 “물론 3-4대가 한 지붕 아래에 살기가 서로 쉽지 않았을 텐데 55년간 이 집에서 큰소리가 났던 적은 없었다”며 “어른을 모시고 살다보니 아들 내외도 항상 공손했고, 손주들도 예의바른 성인으로 잘 자라주었다”고 말했다.
고부간의 갈등도 컸을만도 한데 가족에 대한 이해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자라났다.
임 씨와 며느리 최 씨는 “부모 자식간에 함께 살다보면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면이 없진 않았지만 서로 옛날식, 현대식의 효도를 강요하진 않았다”며 “서로의 세대차를 이해하고 사랑하다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남들이 ‘어떻게 한 집에서 3-4대가 살 수 있느냐’며 대단하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다복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다”며 “부모를 위하는 마음, 자식을 이해하는 마음이 함께한다면 모든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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