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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앙정가(俛仰亭歌)
송순(宋純 1493-1583) 호는 면앙정(俛仰亭), 기촌(企村). 조
선 중종-선조 때의 문신. 치사(致仕)하고 담양(潭陽) 제월봉 아래에 석림정사(石林精舍)와 면앙정(俛仰亭)을 짓고 가곡을 지었다. 황진이와 함께 시가 문학의 정수를 계승하여 명작들을 남겼다. 저서로는 <기촌집(企村集)>과 <면앙집(俛仰集)>이 있으며, 작품으로는 '면앙정가'가 있다.
무등산 한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멀리 떼쳐와 제월봉(霽月峰)이 되어거늘
무변대야(無邊大野)의 므슴 짐쟉하노라,
일곱 구비 한데 움쳐 므득므득 버려는 듯,
가온데 구비는 굼긔 든 늘근 뇽이
선잠을 갓 깨야 머리를 안쳐시니,
너라바회 우희 송죽(松竹)을 헤혀고 정자를 언쳐시니
구름탄 쳥학(靑鶴)이 천 리를 가리라 두 나래 버렷는 듯
옥천산 용천산 나린 믈히, 정자 앞 너븐 들헤 올올(兀兀)히 펴진 드시,
넙꺼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 마나 / 쌍룡(雙龍)이 뒤트는 듯 긴 깁을 채폇는 듯,
어드러로 가노라, 므슴 일 배얏바 / 닷는 듯 따로는 듯 밤낫즈로 흐르는 듯
므조친 사정(沙汀)은 눈갓치 펴졋거든 / 어즈러온 기러기는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나리락 모드락 흐트락 / 노화(蘆花)를 사이 두고 우러곰 좃니난고.
너븐 길 밧기요 긴 하늘 아래 / 두르고 꼬즌 거슨 뫼힌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노픈 듯 나즌 듯 긋는 듯 닛는 듯 / 숨거니 뵈거니 가거기 머물거니
어즈러온 가온데 일홈난 양하야 하늘도 젓치 아녀
웃독이 셧는 거시 추월산 머리 짓고 / 용귀산 봉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 원근(遠近) 창애(蒼崖)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흰 구름 브흰 연하(煙霞) 프르니난 산람(山籃)이라 / 천암만학(千巖萬壑)을 제 집을 사마 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헤도 구는지고 / 오르거니 나리거니 장공(長空)의 떠나거니
광야로 거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디트락 / 사양(斜陽)과 섯거디어 세우조차 뿌리난다.
남여(藍輿)를 배야타고 솔 아릐 구븐 길로 오며 가며 하난 적의
녹양(綠楊)의 우는 황앵(黃鶯) 교태 겨워 하는괴야. / 나모 새 자자지여 수음(樹陰)이 얼릔 적의,
백척(百尺) 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 수면 양풍(凉風)이야 긋칠 줄 모르는가
즌서리 빠딘 후의 산 빗치 금수(錦繡)로다. / 황운(黃雲)은 또 엇디 만경의 퍼겨 디오.
어적(漁笛)도 흥을 계워 달랄 따라 브니난다.
초목 다 진 후의 강산(江山)이 매몰커늘 / 조물(造物)이 헌사하여 빙설(氷雪)로 꾸며 내니
경궁요대(瓊宮瑤臺)와 옥해은산(玉海銀山)이 안저(眼底)의 버러셰라.
건곤(乾坤)도 가암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인간을 떠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니것도 보려 하고 져것도 드르려코 / 바람도 혀려 하고 달도 마츠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 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아침이 낫브거니 나조헤라 슬흘소냐 / 오날리 부족커니 내일리라 유여(有餘)하랴.
이 뫼헤 안자 보고 뎌 뫼헤 거러보니 / 번로(煩勞)한 마음의 바릴 일리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하리야 / 다만 한 청려장(靑藜杖)이 다 므듸어 가노매라
술이 닉어거니 벗지라 업슬소냐 / 블내며 타이며 혀이며 이야며
온가지 소리로 취흥(醉興)을 배야거니 / 근심이라 이시며 시름이라 브터시랴.
누으락 안즈락 구부락 져츠락 / 을프락 파람하락 노혜로 놀거니
천지도 넙고 넙고 일월도 한가하다 / 희황(羲皇)을 모를러니 이 적이야 긔로고야
신선이 엇더턴지 이 몸이야 긔로고야
강산풍월 거늘리고 내 백년을 다 누리면 / 악양루 샹의 이태백이 사라오다.
호탕(浩蕩) 정회(情懷)야 이에서 더할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현대어 풀이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무등산을)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 없는 넓은 들에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일곱 굽이가 한데 움치리어 우뚝우뚝 벌여 놓은 듯, 그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선잠을 막 깨어 머리를 얹혀 놓은 듯하며,
넓고 편편한 바위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혀 놓았으니, 마치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린 듯하다.
옥천산, 용천산에서 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잇달아) 퍼져 있으니, 넓거든 길지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거나(넓으면서도 길며 푸르면서도 희다는 뜻), 쌍룡이 몸을 뒤트는 듯, 긴 비단을 가득하게 펼쳐 놓은 듯, 어디를 가려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려가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하다.
물 따라 벌여 있는 물가의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펴졌는데, 어지러운 기러기는 무엇을 통정(通情)하려고 앉았다가 내렸다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서로 따라 다니는고?
넓은 길 밖,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잇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며,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며, 어지러운 가운데 유명한 체하여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 선 것이 추월산 머리 삼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벌어져 있는데, 멀리 가까이 푸른 언덕에 머문 것(펼쳐진 모양)도 많기도 많구나.
흰 구름과 뿌연 안개와 놀, 푸른 것은 산 아지랭이다.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며 들며 아양도 떠는구나. 오르기도 하며 내리기도 하며 넓고 먼 하늘에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판으로 건너가기도 하여, 푸르락 붉으락, 옅으락 짙으락 석양에 지는 해와 섞이어 보슬비마저 뿌리는구나.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해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들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는 흥에 겨워 아양을 떠는구나. 나무 사이가 가득하여(우거져)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서 긴 졸음을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이야 그칠 줄 모르는구나.
된서리 걷힌 후에 산빛이 수놓은 비단 물결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퍼져 있는고? 고기잡이를 하며 부는 피리도 흥을 이기지 못하여 달을 따라 부는 것인가?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과 산이 묻혀 있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얼음과 눈으로 자연을 꾸며 내니, 경궁요대와 옥해은산같은 눈에 덮힌 아름다운 대자연이 눈 아래 펼쳐 있구나. 자연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내 몸이 한가로울 겨를이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려 하고, 달도 맞으려고 하니,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으며,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 것인가? 아침나절 시간이 부족한데 (자연을 완상하느라고) 저녁이라고 싫을소냐? (자연이 아름답지 아니하랴.) 오늘도 (완상할)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넉넉하랴?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에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이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은 버릴 것이 전혀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이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러 올) 길이나마 전할 틈이 있으랴. 다만 하나의 푸른 명아주 지팡이가 다 못 쓰게 되어 가는구나.
술이 익었거니 벗이 없을 것인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악기를 끌어당기게 하며, 흔들며 온갖 아름다운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으며 시름이라 붙었으랴. 누웠다가 앉았다가 구부렸다 젖혔다가, 시를 읊었다가 휘파람을 불었다가 하며 마음 놓고 노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복희씨의 태평성대를 모르고 지내더니 이 때야말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떻던가 이 몸이야말로 그것이로구나.
강산풍월(江山 風月) 거느리고 (속에 묻혀) 내 평생을 다 누리면 악양루 위에 이백이 살아온다 한들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야말로 이보다 더할 것인가.
이 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시어 및 시구 풀이
*활기 : 줄기
*뫼히 : 산이
*동다히 : 동쪽으로. '다히'는 '편, 쪽'이란 뜻의 명사
*떼쳐 와 :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 : 전남 담양에 있는 산
*무변대야(無邊大野) : 끝없이 넓은 들판
*므슴 짐쟉하노라 :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함대 움쳐 : 한 곳에 움츠려
*므득므득 : 무더기무더기. 우뚝우뚝
*굼긔 : 구멍에
*선잠 : 풋잠
*갓 깨야 : 막 깨어
*언쳐시니 : 얹어 놓은 것 같으니
*너르바회 : 너럭바위. 넓고 평평한 바위
*우해 : 위에
*헤혀고 : 헤치고
*청학(靑鶴) : 푸른 학. '면앙정'을 비유
*가리라 : 가려고
*나래 : 면앙정 지붕을 청학의 날개에 비유
*버렷는 듯 : 벌리고 있는 듯
*나린 믈 : 흘러내리는 물
*너븐 들해 : 넓은 들에
*올올(兀兀)히 : 끊임없이
*넙든 : 넓으면
*기노라 : '기디 마나' 곧 '길지 말거나'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맥에 맞다.
*쌍룡(雙龍) : 푸른 시냇물을 비유한 표현
*깁 : 비단(원관념 - 시냇물)
*배얏바 : 바빠서
*듣는 듯 따르는 듯 : 달리는 듯 따르는 듯
*므조친 : 물 따라 펼쳐진. 물가로 밀린
*사정(沙汀) : 모래밭
*펴졋거든 : 펼쳐져 있는데
*어르노라 : 어르느라고. 통정(通情)하려고
*안즈락 나리락 : 앉았다가 내려왔다가
*모드락 흣트락 :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노화(蘆花) : 갈대꽃
*우러곰 : 울면서
*좃니는뇨 : 따라다니는가. 좇아 다니는고
*긋는 듯 닛는 듯 :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일홈 난난 양하야 : 이름이 난 것처럼. 유명한 척하여
*젓티 아녀 : 두려워하지 않고
*머리 짓고 : 머리를 이루고
*창애(蒼崖) : 푸른 언덕. 푸른 절벽
*하도 할샤 : 많기도 많구나
*브흰 : 뿌연
*연하(煙霞) : 안개와 놀
*프르니는 : 푸른 것은
*산람(山嵐) : 산 아지랑이
*천산만학(千山萬壑) :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
*나명셩 들명셩 : 나오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일해도 : 아양도
*장공(長空) : 먼 하늘
*거너거니 : 건너가기도 하고
*여트락 디트락 :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사양(斜陽) : 석양(夕陽)
*섯거디어 : 섞이어
*세우(細雨) : 가랑비
*쁘리난다 : 뿌린다
*남여(藍輿) : 뚜껑이 없는 가마
*배야 : 재촉하여
*녹양(綠楊) : 푸른 버드나무
*황앵(黃鶯) : 꾀꼬리
*나모 새 : 나모와 억새풀. '나무 숲', '나무 사이' 또는 '나무와 대나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자자지어 : 우거져
*얼랜 : 엉긴. 무르녹은
*양풍(凉風) : 서늘한 바람
*즌 서리 : 된서리
*빠딘 : 걷힌
*금수(錦繡) : 수놓은 비단(원관념 - 단풍이 든 산의 모습)
*황운(黃雲) : 누런 구름(원관념 - 누렇게 익은 들판)
*만경(萬頃) : 넓은 들
*어적(漁笛) : 어부가 부는 피리
*따롸 : 따라
*브니는다 : 불고 있느냐
*매몰커늘 : 묻혀 있거늘
*조물(造物) : 조물주
*헌사하야 : 야단스러워
*경궁요대(瓊宮瑤臺) : 아름다운 구슬로 꾸며 놓은 궁궐과 대(臺). 눈에 덮인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비유한 표현
*옥해은산(玉海銀山) : 옥 같은 바다와 은 같은 산. 아름다운 바다와 눈 덮인 산을 비유한 표현
*안저(眼底) : 눈 아래
*버러셰라 : 벌여 있구나. 펼쳐졌구나
*건곤(乾坤) : 하늘과 땅
*가암열사 : 풍성하구나. 넉넉하구나
*경(景)이로다 : 경치로구나. 아름다운 경치로구나
*인간(人間) : '人生世間(인생세간)'의 준말. 인간 세상. 속세
*드르려코 : 들으려 하고
*혀려 하고 : 쐬려 하고. 끌어당기려 하고
*마즈려코 : 맞으려 하고
*시비(柴扉) : 사립문
*다드며 : 닫으며
*낫브거니 : 부족한데. 모자란데. 나쁘다고 해서
*나조해라 : 저녁이라고. 저녁에도
*슬흘소냐 : 싫겠는가. 싫지 않다
*유여(有餘)하랴 : 여유가 있겠는가. 여유가 없다
*번로(煩勞)한 : 번거로운
*젼하리야 : 전하겠는가. 전할 수 있겠는가
*청려장(靑藜杖) : 명아주(항학초) 대로 만든 지팡이
*므듸여 : 무디어. 못 쓰게 되어. 끝이 뭉툭하게 되어
*블내며 : (노래를) 부르게 하며
*타이며 : (악기를) 타게 하며
*혀이며 : (해금을) 켜게 하며
*이아며 : (방울을) 흔들며
*온가지 : 온갖
*배야거니 : 재촉하니
*이시며 : 있겠으며
*브트시라 : 붙었으랴. 붙어 있으랴
*누으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젖히기도 하고
*을프락 파람하락 :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고 하고
*노혜로 : 마음놓고. 거리낌없이
*희황(羲皇) : 중국 상고 시대의 제왕인 복희씨.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뜻함
*모 러니 : 모르더니
*이 적이야 : 이 때야말로
*엇더턴지 : 어떤 것인지(몰랐는데)
*긔로고야 : 그것이로구나. 그 때로구나
*강산풍월(江山風月) : 자연. 제유법
*백년(百年) : 한평생
*악양루(岳陽樓) : 중국 악양의 악주성 서문 위에 있는 성루(城樓)로서 동정호의 뛰어난 조망으로 유명함
*호탕(浩蕩) 정회(情懷) : 넓고 큰 마음.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
*이에서 : 이보다
*이렁 굼도 : 이렇게 지내는 것도. 이러함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 또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无等山(무등산) - 되어거늘 : 광주(光州)에 있는 무등산을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다는 것으로, 제월봉의 근원을 밝힌 부분이다.
*無邊大野(무변대야) -하노라. : 주체는 제월봉으로 의인화된 표현이다.
*가온대 - 언쳐시니 : 제월봉의 일곱 굽인 중 가운데 굽이를 선잠을 막 깬 늙은 용의 머리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구름 - 버렷는 듯 : 면앙정의 모습을 천 리를 가려고 두 나래를 편 청학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청학'의 원관념은 면앙정, ' 래'의 원관념은 면앙정의 지붕이다.
*넙 든 - 희디 마나 : (면앙정 앞의 시냇물이) 넓거든 길지나 말고,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넓으면서도 길게 뻗쳐 있는 듯하고, 푸르면서도 흰 듯하다. 대구와 대조의 표현이다. 정철의 '관동별곡'에 ' 거든 뛰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 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디 마나' 등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雙龍(쌍룡)이 - 채 폇는 듯 : 두 마리의 용이 몸을 뒤트는 듯하고, 긴 비단을 쫙 펼쳐 놓은 듯하다. '쌍룡'과 '깁'은 시냇물의 비유적 표현이다.
*안즈락 - 흣트락 :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함께 어울러 날아다니고 있는 기러기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두르고 꼬즌 - 아닌가 : 넓고 먼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의 형세를 묘사한 것이다.
*일홈 난 - 아녀 : 산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 있는 모양을 일컫는 표현이다.
*秋月山(추월산) - 錦城山(금성산)이 : 담양 부근에 있는 산들이
*나명셩 - 구는지고 :나며 들며(들락날락하며) 아양도 떠는구나. '연하'와 '산람'이 바위와 골짜기에 끼었다 사라졌다 함을 나타낸 말이다.
*나모 새 - 모르는가. : 녹음이 짙은 더운 계절이지만 면앙정 난간에 서면 바람이 서늘하여 낮잠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즌 서리 - 브니는다. : 단풍과 무르익은 곡식을 바라보는 즐거움 속에서 밤낚시를 하는 가을의 흥취를 노래한 것이다.
*草木(초목)이 - 경이로다. : 눈 덮인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흥겨움을 노래하고 있다 가는 데마다 펼쳐진 눈 덮인 경치는 절로 흥을 돋운다.
*人間(인간)을 - 겨를 업다. : 번거로운 인간 세상을 떠나 와도 자연을 완상(玩賞)하느라 이 몸이 한가할 겨를이 없다.
*바람도 - 마즈려코 : 자연 속에서의 풍류 생활을 서술하고 있다.
*아참이 - 슬흘소냐. : 아침 나절의 시간이 부족한데 저녁이라고 싫을소냐?(또는 저녁이라고 경치가 아름답지 아니할 것인가?)
*쉴 사이 - 전?糖?야. : 흥취를 즐기기에 바빠서 면앙정 찾아오는 길을 알려 줄 시간도 없다. 번거로움을 피하고 한가하게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겠다는 의도이다.
*누으락 안즈락 - 람?帑? : 누웠다가 앉았다가, 몸을 굽혔다가 젖혔다가, 시를 읊다가 휘파람을 불다가. '-락'은 반복형 어미를 사용한 열거법으로 지은이의 흥취를 나타낸다.
*羲皇(희황) - 긔로고야. : 복희 황제 시대의 태평성대를 모르고 지내더니 이 때야말로 태평성대로구나. 현재의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 몸이 - 亦君恩(역군은)이샷다. : 낙구. 자신이 이러한 즐거움과 여유가 모두 임금의 은혜라는 말로, 이러한 표현은 조선 전기 사대부 시가의 일반적 경향이다. 성진의 '감군은(感君恩)'과 맹사성의 '강호사시가' 등에도 나타난다.
출전 필사본 <雜歌>
-형식 가사(歌辭). 4 4(3 4)조를 기조로 한 4음보 연속체.
-연대 중종 19년(1524)
-성격 양반 가사. 은일 가사(隱逸歌辭), 서정 가사(抒情歌辭)
-출전 필사본 <雜歌>
-제재 면앙정( 仰亭)의 자연의 승경(勝景)
-주제 대자연 속에서의 풍류와 군은(君恩)
-구성
起承轉結(기승전결)의 4단 구성
1. (기) : 제월봉의 형세 및 면앙정의 모습
*제월봉의 형세 → 늙은 용의 머리에 비유
*면앙정의 모습 → 날개 편 청학에 비유
2. (승) : 면앙정 주변의 승경(勝景)
*면앙정 앞 시냇물 → 쌍룡, 비단에 비유
*시냇가의 기러기 → 기러기의 교태 묘사
*면앙정 주변의 산봉우리 묘사
3. (전) : 면앙정 사계절의 아름다운 경관
*봄 → 구름, 연하(안개와 놀), 산람(산 아지랑이), 세우
*여름 → 황앵(꾀꼬리), 녹음, 양풍(서늘한 바람)
*가을 → 산빛, 황운(누런 곡식), 어적(어부의 피리)
*겨울 → 빙설, 눈덮인 아름다운 경치
4. (결) : 작가의 풍류생활과 임금의 은혜에 감사
-특징
1.원작은 16세기에 창작되었으며, 현전하는 필사본은 18세기 이후에 기록된 것임.
2.강호가도(江湖歌道)의 노래.
3.강호가도를 확립한 가사로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았고 정철의 ‘성산별곡’ 에 영향을 줌.
-의의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한 노래로, 정극인의 '상춘곡'의 계통을 잇고,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에 영향을 주었다.
-표현 활유, 의인, 직유, 은유, 대구, 열거, 과장, 대조, 반복 등 다양한 기법 사용
작품 해제
이 작품은 작자가 41세 때 향리(鄕里)인 전남 담양의 제월봉 아래 면앙정( 仰亭)이란 정자를 짓고,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 노니는 자신의 풍류 생활을 노래한 중종 때의 서정 가사이다. 자연을 즐기는 서정적 자아의 풍류 생활이 물씬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 가면서 작품을 읽게 되면 면앙정의 지세(地勢)로부터 시작하여 면앙정의 경치, 4계절의 경치 그리고 서정적 자아의 신선적 풍류 생활이 펼쳐지는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사(序詞), 본사(本詞), 결사(結詞)의 3단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결사 부분의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는 표현은 유학자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나타내며, 우리 나라 강호 가도(江湖歌道)의 전형을 만들어 내었다.
이 작품은 면앙정이 위치한 제월봉의 근원과 형세를 노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면앙정의 아름다운 모습(기)과, 면앙정에서 바라본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근경(近景)에서 원경(遠景)으로 묘사(승1)한 후, 면앙정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승2)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강호에서의 풍류 생활(전)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 노니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노래(결)하고 있다. 면앙정에서의 풍류 생활을 노래하면서도 '亦君恩(역군은)'이라고 함으로써, 유학자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나타내어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한 대표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작품의 심화 감상
♣ <면앙정가(俛仰亭歌)>의 문학사적 위치
이 작품은 가사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에서 자연 친화의 사상을 이어받은 이 작품은 그 후 정철(鄭澈)의 '성산별곡(星山別曲)'과 '관동별곡'을 잇는 교량적 구실을 한다. 특히 이 작품이 이르러서 자연미(自然美)를 발견하고 자연의 흥취를 즐기는 정서가 본격적인 표현을 얻어 그 뒤에 두고두고 모범이 되며 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면앙정가>와 <성산별곡>의 관계
'성산별곡'은 내용, 형식, 풍류, 어구, 시풍 등 다방면에서 '면앙정가'를 모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내용면에서는
① 자연을 인간의 궁극적인 귀의처로 본 것
② 사계절을 통한 자연미 발견
③ 신선(神仙)의 경지에 드는 풍류의 극치를 맛보려 한 것-자연 친화(自然親和)의 도가 사상(道家思想)- 등은 그대로 '면앙정가'에서 '성산별곡'으로 이어졌으며,표현면에서도 '는듯 거니 거니, 거든 마나' 등의 특수한 문체가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 <면앙정가>와 <유산가>와의 시적화자의 태도 비교
*면앙정가의 시적화자는 세속과의 완전한 절연을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유산가의 시적화자는 세속적 삶에 대한 흥취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세적, 현실지향적 삶의 태도를 보여 준다.
♣ <면앙정가>와 <유산가>와의 시적 공간 비교
*면앙정가의 시적 공간은 세속적 삶의 터전과는 구별되는 것이며, 유산가의 시적 공간은 현실적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다. 그러나 둘 다 시적 공간은 모두 시적 화자에게 정서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