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서 주문진으로 가다 보면 960고지의 진고개를
기점으로
노인봉(1338)~소금강
완만하면서 숲길이 일품인 노인봉 넘어서면 멋진 계곡이
펼쳐지고(2005/06/19)
1. 진고개에서
여행은 사람을 설레이게 한다.
6월 18일 강원 평창의 노인봉을 경유한 소금강을 훑어보고자
서녘으로 지는저녁 햇살을 가른다.
예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린다.
둘이 다니는 산행은 비교적 일정이 자유롭고 여유가 있다.
밤 10시 진고개 휴게소에 숙소가 있는 줄 알고 도착하니 인적이 없고
불마저 꺼져 있으니 난감하다.
산악용 2인용 텐트는 있어도 밤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그래, 옛날에 가본 월정사 밑의 서울산장으로'
그렇게 18일 밤을 뒤로 물린다.
이튿날, 진고개 주차장에 아침 7시, 이른 아침이라 텅빈 주차장이
스산하다.
2. 노인봉으로
매표소에서 1,2분 쯤 거대한 산비탈 밭에 고냉지 배추 묘목이 줄을 서 있고 묵밭같은
잡초 더미 밭에는 오가피 나무가 다닥다닥 줄을 서 있다.
긴 밭둑을 지나면 경사가 완만한 참나무 종류의 숲 사이 오솔길이다. 시원한
그늘이 진 산길에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960 이상의 고도로 이어지는 능선의 서늘함이 땀을 식힌다. 때로는 관목이 울타리를 처 놓은 것처럼
푸른 성벽이 이어지고.
"노인도 오를 수 있어 노인봉인가?'
아내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상을 이렇게 쉽게 가기는 드문
일이다.
정상까지 약 4킬로미터를 1시간 20 여분
만에
산길을 걸었는지 시골 냇가 방죽을 따라 미류나무 그늘밑을 걸은 겐지.
정상 가까이 사람소리가 나기에 서둘렀으나 정상에는 표석만이
반긴다.
동대산으로 뻗어간 대간의 줄기는 겹겹이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3. 노인봉 대피소에는
노인봉 대피소 옆에는 산막이 나란히 있고 산막지기는 산을 닮은 얼굴을 내민다. 자라는
대로 깎지 않은 수염이 바람에 날리고
'왠 파리가 이리 많냐?"
는 질문에
"파리가 있어야, 살아있는 자연이 아닌가?"
라고 되묻는 웃음 속에는 산과 함께 살아가는 우직한 의지인의 모습을
본다.
산막에는 누룩으로 빚은 신선주가 옹기 단지에 담겨 산막의 대표음식으로 선을
보이고
허나 내 혼자인 걸 순 곡주 한잔을 못한다.
4. 계곡을 내려서니
대피소를 지나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다 보면 이게 하산길이냐 라는 의심이 들 때 쯤
물소리가 가늘게 귓가로 다가온다. 계곡으로 들어서는 게다.
가는 물줄기로 시작되는 계곡은 내려가면서 골짜기의 물이 모여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고.
소금강의 반석은 계곡의 막바지에서부터 계곡의 입구까지 이어져
갖은 모양새의 물길이 절경을 이룬다.
반석을 쓰다듬으면서 흘러가는 계류가 만드는 흐름의 모양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감이 가는 경관을 이루는지.
계곡을 좌우로 건너다니는 가교 또한 소금강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5. 금강 소나무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뻗은 미끈한 금강 소나무,
궁궐이나 사찰의 굵은 기둥감으로 흔했을 금강솔 숲은 향기가
있다.
6. 물길
가장 부드러운 물의 흐름이 가장 단단한 바위를 뚫어 제길을 찾아
간다.
자연이 만든 물길이 시멘트로 만든 유자관같은 물길을
만들었다.
이 물길이 완성되는 데는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세월이
큰 흰구름이 떠다니다가 소금강 경치에 놀라 떨어져 바위로 굳었는가?
백운대의 반석은 유난히 희고 수십평 너른 평상으로 사람들에게 안식을
준다.
7. 만물상
노인봉까지는 살이 찐 육산으로 관목 숲길의
등산로였지만
소금강으로 가는 계곡을 이룬 봉우리들은 갖가지 양태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게다.
푸른 숲에 가려서 대부분 제몸을 드러내지 못하는 암봉들은
계곡 가까이에 절벽으로만 다가 오면서도
설악의 깊은 계곡처럼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하지 않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들을 내주어 사람들에게 더 친근한가
보다.
진고개에서 소금강으로 가는 우리와는 달리
소금강에서 노인봉을 거쳐 진고개로 향하는 일행들이 내려올수록
불어난다.
13.5킬로미터의 등정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오름에 목적을 둔 사람들의 숨소리는
답답하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자 산을 찾는다면 이사람들아 주위를 돌아보면서
가는게야.
계곡의 물소리, 일렁이는 푸르름, 이름모를 생명들의 삶 들에서 발산되는 자연의
기를 느낌도
8. 구룡폭포
소금강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끝점으로 여겨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 끓는
곳
폭포는 3단으로 1단이 멋진 욕탕을 팠고
2단과 3단은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시원한 쉼터가
된다.
본 계곡에 합류하는 골짜기의 끝자락에 절벽을 만들고 그 절벽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를
내려
소금강 제1의 풍광을 만들고 합수 지점에는 너른 쉼터를 만들어 산오르기가 고역인 이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9. 금강사
이름난 계곡의 중심부에는 사찰이 숨어 있다.
금강사에도 새로운 불사로 분주한데 건축되는 인공물도 주변의 자연고 멋진 조화를 생각한
설께였으면, 불심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의 기원 속에도 자연을 걱정하는 소망이 담겼으면.
10. 청학산장
청학산장은 여전히 콘크리트를 못마땅해 하는 삼각 너와지붕을 어색하게 앞세우고
그래도 산장지기는 마당에 앉을 자리는 목재로 만들어 자연을 닮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게곡에는 그에 걸맞는 삶터의 모습을 보였으면 좋으련만
11. 돌아오는 길
소금강 입구로 내려오니 차가 있는 진고개까지 갈 차 편이 마땅하지 않다, 식당에서
불러준다는 차는 비싸다고 아내가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진부에서 온 택시를 잡는다.
진고개까지 11킬로미터 운전기사는 강원도 자랑에 신이
난다.
기사의 얘기 때문은 아니지만 방아다리 약수터에서 약수 한 사발을 들이키고
장평으로.
장평에는 원주에서 충주로 가는 중간 귀래의 막국수 집과 같은 간판도 허술하고 출입문마저
삐걱거릴 정도의 낡은 막국수집이 있다. 바글거리는 손님 틈에 막국수 한그릇을 비우고
온통이효석으로 도배한 소도시 봉평을 들린다.
거리도, 가게도, 팬션도, 시장도
'메밀꽃 필 무렵' 이다. 정작 이효석의 생가는 작은 몸을 감추듯 구석진 곳에 조용히
있는데.
효석의 흔적이 봉평의 계곡을 팬션이나 민박으로 채워
머지않아 계곡마다 시커먼 물이 흐르는 건 아니겠지.
봉평 주위는 메밀꽃이 아닌 감자꽃이 한창이고, 시장을 나오면서 메밀밭을 만나
아내를 세운다.
'메밀곷 필 무렵' 의 마음을 흘리는 섬세한 묘사를
생각하면서
도로 건너편 외딴 집에 꽃밭이 이채로워
"꽃이 멋지네요. 무슨 꽃이지요?"
"우리 할망구가 구해 심갔는데 무슨 꽃인진 몰러."
우물가에서 발을 씻던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근데 씨가 아즉 안여물어서 받아주진 못하겠구먼."
참 인심도 후하시지. 꽃씨가 익었으면 나누어 주려고 다가온
게다.
계곡에서 찌뿌둥했던 마음을 노 부부가 삭여준다. 강원의 아름다운마음만 간직하고
가야지
자!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200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