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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6/9] 국회 진상파악소위, 사망 조사 백서 발간… "국방부가 진실 은폐·조작, 재조사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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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김 훈 중위 사망 원인을 자살로 발표 한 국방부의 조사 결과가 진실을 은폐·조작 한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 회 ‘김 훈 중위 사망 진상 파악 소위원회’ (국회 소위) 하경근 위원장은 6월5일 그동안 독자적으로 펼쳐온 진상 조사 내용을 책자로 발간했다.<역사의 순리가 아닌 진실의 은폐>라는 제목 을 단 1백40쪽짜리 백서는 국방부 주장과 달 리 김 훈 중위가 타살되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 소위는 이를 입증하는 증거 들을 제시하며 국방부가 진실을 은폐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객관적으로 재조사할 필요성 을 제기했다.
하경근 소위원장은 이 책자 발간 배경을 이 렇게 밝혔다. “나라를 지키던 한 장교의 의혹 에 찬 죽음은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중대한 일 이다. 이 의혹을 해소해야만 군의 명예가 지 켜지고 국민이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 안보이다. 또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역사의 순리가 아니 며, 진실은 결코 거짓에 의해 가려지지 않고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 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회 소위가 독자적으로 추적한 증언 과 증거 자료를 토대로 하여 총 16개 부문 22 개 항목으로 타살 의혹을 재구성하고, 진상 규 명 요구 사항 97개를 담은 이 책자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 현장 철모는 결정적 타살 증거
■ 사건 현장 철모는 타살을 추정케 하는 결 정적 증거이다. 국방부는 객관적 물증 없이 철모가 미군 군의관 철모라고 주장할 뿐 군의 관의 진술서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철모의 야광띠에 씌어진, 소유자의 이름을 확 인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진 필름 및 원판 사진 제출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도 이에 불응하고 있다.
미군 당국이 사진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 때문이라 는 것인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 주권 차원에서 중대한 외교적 문제이다. 국회 소위 는 국회법에 따른 진상 파악 활동을 통해 현 장 철모가 아레스 대위(군의관) 것이 아니라 는 목격자들의 참고인 진술을 얻어 속기록에 남겼다.
결론적으로 포터 하사가 사건 현장 사진 촬영을 마친 후에 군의관이 도착했음이 입증되기 때문에 현장 철모는 군의관 것이 아 니고 범인의 것이라는 판단이 상식에 부합한 다.
■ 쓰러져 있는 김 훈 중위 오른쪽에 위치한 크레모어 스위치 상자 6개 중 김중위의 전투 모가 떨어진 상단의 상자 문이 떨어져 있으며, 바로 왼쪽에 위치한 상자 문도 변형되어 있음 이 최초 현장 사진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는 타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증거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고 아무 근거 없이 이 사건과 무관하 다는 임의적 결론을 내려 진실을 호도했다.
■ 김 훈 중위 전투모(작업모)에 혈흔이 존재 했는데도 국방부는 이를 은폐했다. 특조단은 미군의 감정을 수용해 전투모 등에 혈흔이 없 는 것으로 보아 자살했다(모자를 벗어놓고 스 스로 쏘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 범죄수 사연구소의 검사 결과를 접수한 이후 작성된 1차 수사팀(1군단 헌병대)의 수사 조서(98년 5 월1일 이후)에는 전투모의 핏자국에 대해 명 확히 언급되어 있다. 이는 김중위가 전투모를 쓴 상태에서 총을 맞았거나 가격당했다는 증 거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그러 나 특조단은 1군단 헌병대의 이같은 초동 수 사 기록조차 은폐하고 전투모에 혈흔이 없으 니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 특조단은 판문점 경비 구역에서 부하들에 의한 소대장 길들이기는 생소한 용어라고 발 표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이다. 국회 소위가 김 훈 중위 부하 병사들을 상대로 조 사한 바에 따르면 소대장 길들이기 악습이 존 재했다.
또 김 훈 중위가 사망한 지 1개월 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한국군 4성 장군도 판 문점 경비 구역 내에서 소대장 길들이기 등 악습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연합사 부사령관 까지 소대장 길들이기를 인지하고 있는데도 유독 특조단이 이를 부인한 것은 자살이라고 강변하기 위한 진실 은폐 행위이다.
■ 국회 소위는 김 훈 중위가 사망 당일 적 극적인 삶을 다룬 교양 도서 <아침을 여는 3분 성공 체크>를 읽고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 다. 이는 최초의 현장 사진 중 김중위 책상에 펼쳐진 책자 사진을 입수함으로써 확인되었다.
그러나 특조단은 김 훈 중위가 사망 2년 전에 읽은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자살을 결행했다고 수사 발표문에 적었다. 특 조단이 육사 생도 시절 읽은 소설을 자살의 결정적 동기로 연결하면서도 사건 당일 읽은 적극적인 삶을 다룬 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는 것은 이 사건을 자살로 몰아붙이기 위해 '소설' 을 썼음을 반증한다.
■ 특조단도 김 훈 중위가 사망 직전까지 소대장 임무에 충실 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소 대원들 눈에 비쳤다는 이상 행동이라는 측면 만 떼어내 자살 결론에 맞추었다. 즉 사망 전 소대장이 수색정찰계획서를 보고, 장비 이동을 지시하고, 상병 모임에 참석하는 병사들을 챙 기고, 소대원들과 사이 좋게 라면을 나누어 먹 었다는 내용을 특조단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도 김중위가 사망 8일 전에 소대원들에게 잘 못된 부분을 교육하며 고성을 지른 것, 경례를 받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자살 징후라고 결론 을 내렸다.
김중위가 자살했다면 무엇 때문에 자살 직전까지 소대장 임무를 바쁘게 수행했 을까, 또 소대원들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 을까 하는 의문은 제기해 보지도 않은 채 2년 전 읽은 책 내용이나 부정확한 진술을 편의적으로 채택하여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김중위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부검 결과이다. 그러나 부검 군의관은 부검 시행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시신의 최초 모습 및 사건 현장을 확인 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변형 된 시신을 보고 자살이라고 단정했다.
국회 소위의 조사 결과 군의관은 김중위 사입구 주 위는 물론 내부 총창 부위에 대한 조직을 채 취하여 별도로 보관하지 않는 등 진상을 규명 할 기초 자료를 파기했다. 그런 상태에서 수 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자·타살 결론을 내릴 수도 없고, 내려서도 안되는 상식까지 위반한 채 자살이라고 표기했다.
특조단도 부검의가 잘못한 사항을 네 가지나 발표했다. 이처럼 중대한 과실이 전제된 부검감정서를 언급하고 서도 군의관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 지 않은 것은 국방부의 직무 유기이다.
■ 특조단은 김중위가 영어 실력이 부족해 고민했다는 점도 자살 동기라고 발표했다. 그러 나 이는 사실과 다른 억지 논리이다. 국회 소 위 조사 결과 김중위 영어 선생이었던 미국인 스칼라시 씨는 ‘김중위 영어 실력은 아주 훌 륭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영어 선생이던 박혜옥 교수도 ‘김중위의 영어 실 력은 영어를 아주 잘하는 서울대생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단한 실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객관적 평가를 무시하고 막연히 영어 실 력 부족을 고민해 자살했다고 발표한 것은 사자에 대한 모독 행위이다.
■ 결론적으로 특조단의 수사 내용은 상식적 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과학적·비합리적·목 적의식적인 내용으로 일관되었다.
이에 따라 국회 소위는 타살 의혹 사항과 국방부의 진실 은폐·조작 사항 97개를 정리해 이 사건의 진 상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
김 훈 사건, 국제 인권운동 도마에 올라 이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국회 소위의 책자는 정부 각 기관과 언론사, 국회의원 전원, 전국 시민·사회 단체에 배부되었다. 하경근 소위 원장은 앞으로 진상 규명 일정에 대해 “이 보고서에서 제기한 의혹과 문제점에 대한 국 방부의 공식 답변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요구 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인 김 척 예비역 장군과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 들과 연계해 국회 차원에서 끝까지 김 훈 중 위가 사망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유족과 함께 서울 역 앞에서 김 훈 중위 사망 진상 규명 서명운 동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국방부에 수사 결과 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기로 하고, 타살 의 결정적 물증으로 추정되는 '철모의 진실' 을 확인하기 위해 국제사면위원회 및 미국내 천주교 인권단체 등과 연대 활동에 들어 갔다.
국방부의 섣부른 자살몰이로 김 훈 중위 사망 의혹 사건은 이제 국제 인권운동의 도마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丁喜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