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경의 모노토크]세계는 넓고 알 것은 많다

[이노경]

세계는 넓고 알 것은 많다

글/재즈피아니스트 이노경

수업차 안성에 내려가 있었다. 쉬는 시간, 때마침 울리는 낯선 전화소리...

“안녕하세요, 울산의 이정헌이라고 합니다. 저는 울산 월드 뮤직 페스티벌 책임자인데요, 김제홍씨 통해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3집 내셨죠? ”

“울산까지 내려와서 연주하고 가셨는데 그때는 저도 경황이 없어서요... 다음 주에 서울 갈 일이 있는데 혹시 잠깐 뵐 수 있을까요?”

“3집 챙겨오시는 거 잊지 마시구요 하하..”

그렇게 깜짝 콜을 받고, 울산의 이정헌씨를 금욜 저녁, 강남역 ‘어 투썸 플레이스(A Twosome Place)’에서 만났다. 첫 눈에 들어오는 큰 키와 뭔가 월드 스러운 빵모자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시키는 폼이 단박에 멋을 아는 사람,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사람 같았다. 프리 재즈의 박재천, 미연씨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 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미리 준비해 온 나의 3집 앨범을 내밀며 인사를 청하였다. 이에 “제가 월드 뮤직과 인연을 맺고, 워맥스(WOMEX-World of Music Expo), 워마드(WOMAD-World of Music Arts and Dance)등을 둘러 보면서 느낀 것중의 하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에 대한 아쉬움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노경씨가 트롯(Trot)앨범(?)을 내셨다는 말에 혹시나 트롯도 그 중의 하나로 분류화될 수 있지 않을 까 싶어 이렇게 찾아뵙자고 한거예요..” 로 응수하며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그간 그의 월드 뮤직에 대한 애정 史를 쏟아내었다.

언어가 달라 언급 하는 뮤지션, 제목들도 어렵고, 그에 따른 부가 설명도 어렵고, 소개하는 음악들도 너무나 생소하다. 맨 처음 내가 재즈를 접했을때 가졌던 막막함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울산에서 나를 뿅 가게 만든 '바호폰도(Bajondo)‘만이 익숙한 대상일 뿐, 나는 그저 의기소침하게 앉아(모르니까...) 이정헌씨가 하는 말에 귀만 크게 열고, 수습기자마냥 수첩에 필요한 관련 정보만을 끄적여 대었다.(’혹시 담에 기회되면 찾아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강남에서의 그 짧은 만남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헌씨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우리음악이 어떻게 다른 음악과 만나 녹아들 수 있는 지, 바호폰도(Bajondo)말고도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알길 바래요”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참고할만한 뮤지션 리스트를 보내온 것이다.(고맙게도...) 

거기에는 플라멩고의 세계화에 기여한 안무가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션 모델이자 나오미 캠벨의 전 연인으로 영국 BBC방송을 통해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이후 최고 섹시한 스페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 ‘호아킨 코르테스(Joaquin Cortes)’와 역시 플라멩고 남자 무용수로, 까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작품 <이베리아>에 출연하여 <그라나다>에 맞춰 감동적인 춤을 선보이기도 하였던 ‘안토니오 까날레스(Antonio Canales)’, 그리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Cadiz(까디쓰)지방 출신으로 모델뿐만 아니라 영화 <미션 임파서블 II(Mission: Impossible II)>에 나오기도 하였던 대표적 플라멩고 여자 무용수 '사라 바라스(Sara Baras)'와 같은 춤꾼들 이름이 있었다.

또한 대표적 플라멩고 가수 집안인 ‘엔리케 모렌테(Enrique Morente)’와 그의 딸‘에스트렐라 모렌테(Estrella Morente)’(그녀는 21살 젊은 나이에 투우사(BullFighter)와 결혼하기도 하였다)의 이름도 있었으며, 플라멩고 기타음악의 대가로 1980년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알 디 메올라(Al Di Meola)’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설의 기타 트리오로 실황 공연을 가지기도 했던 ‘파코 데 루씨아(Paco De Lucia)와 재즈피아니스트 미셀 까밀로(Michel Camilo)와 함께 <Spain>(2000),<Spain Again>(2006)이란 듀엣 앨범을 내기도 하였던 1958년생 ’토마티토(Tomatito)‘도 있었다.

플라멩고 음악은 '투우'와 함께 스페인을 상징하는 문화중의 하나로 안달루시아라는 스페인의 지역 전통음악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월드뮤직을 대표하는 장르중의 하나로서 많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플라멩고는 크게 깐떼(노래), 기타(또까), 바일레(춤)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그래서 이정헌씨는 이 플라멩고 구성요소들의 다양성을 엿 볼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각각 분야별로 적어 보낸 것이다)

덧붙여 적어 보내온 카왈리(Qawwali)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파키스탄 싱어 '누스랏 파테 알리칸(Nusrat Fateh Ali Khan)'-(1948.10~1997.8) '워마드(WOMAD)' 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과 그의 먼 조카뻘로 파키스탄 전통음악 카왈리와 스페인 전통음악 플라멩고를 접목시켜 ‘카왈리-플라멩고(Qawwali Falamenco)’를 시도한 ‘파이즈 알리 파이즈(Faiz ali Faiz)'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카왈리(Qawwali)란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키스탄의 전통음악으로 고대 페르시아 영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주로 이슬람 예언자들에 의해 신의 사랑과 평화등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매개로 사용된다고 한다)

관련 기초 지식을 위해 시간을 내어 각각 주어진 이름들을 토대로 유투브http://youtube.com 와 네이버http://naver.com ,마이스페이스http://myspace.com을 뒤지면서 느낀 것 중 의 하나는  ‘내가 너무 모른다’와 ‘세상이 너무 넓고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어제 만해도 생사조차 몰랐던 무의미한 이름들이 클릭하나로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전혀, 설마, 그 누구도, 모르리라 여겼던 대상들이 지구 반대 구석, 어느 한 곳에서는 수천, 수백만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이미 누군가의 영웅으로, 스타로, 역사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었다. ‘경의로운 일’이자, 동시에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내가 앞으로 노력해서 공부하고 만들어 나가야할 그 무엇이 많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되겠지만, 내가 지금 전연 새로운 것이라 여겼던 대상들이 사실은 이미 벌써 오래 전에 누군가가 발견해서 즐겼고, 이제는 진부한 그 무엇이 되어 버렸다면 굳이 나마져 그 대열에 합류하여 억척스러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누스랏 파테 알리칸(Nusrat Fateh Ali Khan)(1948.10~1997.8)'의 대표 앨범<Mustt Mustt>(1990)이나 사러 교보에 가야겠다.(MP3로 몇 곡 들어봤는데, 정말 죽여 준다~!!) 당분간 ‘내가 너무 모른다’에 초점을 두고, 생소한 음악 좀 들어볼 예정이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2009.3월호 mmjazz 글기고]

[최베이커(최림)]

노경씨! 잘 읽었어요. 전 근데 여기 언급된 사람들 이름의 10%도 잘 모르겠어요. ㅠㅠ 한국의 일반사람치고 다 그렇지 않을까요. 뮤지션들도 세계의 뮤지션들을 다 모르는건 당연할거 같아요. 오히려 메니아들이 더 많이 아는 경우도 있는 거 같구요. 어쨌든 이 사람들에대해 다 알순 없지만서두. 이글 보니.. 참 평생동안 해야할일, 들어야할 음악.. 인생의 숙제가 많다는 느낌이 팍 드네요. 자극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