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가기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 신경이 쓰였다.
수요일 밤 뉴스에서 전라도 지방에 폭설이 내린 도로를 보여 줬다.
나를 사랑하는 패밀리는 빙판길의 답사는 위험하고 감기도 꽉 걸려있으니
다음에 같이 가자는 둥, 공갈과 회유로 만류했다.
나도 솔직히 찜찜해졌다.
화암사를 가기 위해서였는데,
화암사 올라가는 계곡길이 빙판이라 못 간다면...
유명한 교수님이 인솔하는 것도 아니고...
방장은 서로 인사나 하는 시간으로 가지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하고...
( 많은 기대를 하고 왔다가 실망할까 봐 한 말이지만 나는 이 말에도 오해했다.
그냥 놀기만 할까 봐... )
1번으로 신청했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가기에는
회비 외에 따로 더 드는 경비와 시간에 비해 내가 얻어 올 질적인 내용은 얼마나 될지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파파팍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장이 소싯적에 화암사 실측 조사했었다하니 들을 것은 있으리라 기대를 하며
떠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금요일 오전 10시에 전주역에서 만나자 한다.
고속버스 첫차시간을 알아보니 전주역 도착시간이 한시간은 늦겠다.
답사 시작 시간이 10시도 이른 시간이 아닌데,
나 때문에 11시나 되어서 목적지로 이동한다면 너무 늦을 것 같다.
그래서 하루 전 날 미리 심야버스를 타고 가서 전주역 근처 찜질방에서 자는 것으로 하였다.
도착해보니 눈은커녕 빙판길도 아니다.
일정은 차질 없으리라 안심이 되었다.
미끄러질까 봐 새로 사서 신고 온 등산화가 심심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