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때문에 사는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물음을 들었다. 당신에게 어떠한 일이 닥친다면 삶의 끈을 놓고 싶다는 절망감이 오겠는가 하는 것이다. 분노까지는, 괴롭지만 강렬한 삶의 에너지가 된다. 하지만 절망과 허무감은 내세의 희망적 믿음 외에는 사람에게 치료될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소설과 영화에서 여인은 절망으로 무너진다. 다만 소설이 아들을 잃는 사건의 시말을 먼저 상세하게 밝힌 것과 달리, 영화는 사건 후에 어머니된 여자가 상처받은 심정으로 신에 도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제목을 보면 삶을 담아내는 매체의 차이에 따른 시선의 다름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은, 배경이 되는 지역명 ‘밀양’으로 시각성을 살려 ‘Secret Sunshine(영제)’이란 감각적인 이미지를 나타내었다. 존재하나 실체를 볼 수 없는 빛이 인물의 갈등에서 상징적인 대상과 의미가 된다. 소설의 제목은 내용 속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벌레 이야기’이다. 인물들의 내면심리가 영화보다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작가의 의도는 이해가 쉽다. 저마다 치열하게 산다지만, 한낱 보잘것없는 미물로서 벌레와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라 한다면, 더욱 자조적이고 가슴아픈 상징이다. 신 아래 인간이 얻는 참된 평안의 미소, 그 축복 너머에는 끝없는 혼돈과 통곡이 있었다.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가야 하고 사람으로서 갈 수밖에 없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사람에겐 사람으로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소설「벌레이야기」의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