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출된 벽과 천장, 맞춤 제작된 가구들을 통해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지니게 된 거실. 바닥은 동화자연마루의 강화마루 플로렌 까사 화이트 오크로 시공한 것이며, 모든 벽과 천장에는 친환경 벤자민무어페인트를 발랐다. 빈티지 벽등은 aA 더디자인 뮤지엄에서 구입한 것, 커피 테이블과 서재의 테이블은 모두 XYZ 조연희 실장이 디자인하고 투엘에서 제작했다. 소파는 누나 엄정화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의자는 무에서 구입한 것. 벽에 걸린 사진은 포토그래퍼 한홍일의 작품이다.
2,3 거실로부터 식당까지 무려 13m가 넘게 이어지는 거실장은 투엘에서 제작. 빈티지 자동차와 삼각형 시계는 엣코너 제품. 마루재는 동화자연마루의 플로렌 제품.
4 침실 입구는 거실장 사이에 들어 있다. 양면 거울이 달린 화장대 벽을 거쳐 돌아야 침실이 펼쳐진다. 화장대와 스툴은 조연희 실장이 디자인하고 투엘에서 제작한 것.
5 길게 가로로 창을 낸 심플한 침실. 침대와 사다리 책장은 투엘에서 제작. 로봇은 킨키로봇 제품, 비행기 미니어처와 조명은 북바인더스 디자인 제품, 작은 유리병 세 개와 자명종 시계, 빈티지 라디오와 자동차 미니어처, 기다란 나무 화분 두 개, 화이트 프레임 나무 액자는 모두 엣코너 제품.
6 앤틱 거울, 벽등, 동 도금 수전과 동 파이프 프레임을 이용해 고풍스런 분위기를 이룬 거실 욕실. 유리 패널 대신 벽체로 샤워 부스를 구분했다. 긴 다리 세면기와 샤워 수전, 양변기는 모두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헤리티지(Heritage) 컬렉션.
7,8 본래 붙박이장이 있던 데드 스페이스를 살려 훨씬 여유로워진 마스터 룸의 욕실. 세면대를 여유롭게 사용하고자 큼직한 세면 테이블을 제작했다. 톱볼 세면기와 세면 수전, 노출형 욕조와 샤워 욕조 수전, 원피스 양변기의 모든 욕실 제품은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아카시아(Acacia) 컬렉션.
9 보이는 공간은 여백으로 남겨둔 채, 안쪽으로 들어서야 코너 벽면을 둘러싼 주방 수납장을 만날 수 있는 여유로운 주방의 모습. 모서리를 깎아 시공한 타일 바닥이 신선하다. 식탁 테이블은 2인용과 4인용 두 개를 맞붙여 자유롭게 이용한다. 투엘에서 제작. 꽃을 모티프로 한 벽면 사진 작품은 포토그래퍼 한홍일의 작업. 노란색 머그는 마리메코 제품으로 이현디자인에서 판매. 나무 화분은 엣코너 제품이다.
10 아프리카 느릅나무 원목을 상판에 도입한 주방 가구와 오픈 선반은 조연희 실장이 디자인하고 기린유로에서 맞춤 제작한 것. 불과 물을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나무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적절히 믹스&매치했다. 포인트로는 가죽 손잡이를 달았으며, 문짝은 나뭇결을 살린 오픈 포어 도장 무늬목을 적용했다. 스트라이프 머그와 나무 트레이는 엣코너 제품. 냄비는 르쿠르제 제품. 나무 볼은 북바인더스 디자인 제품. 펜던트 조명은 세컨드호텔 제품.
11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해가 잘 들고, 뒷산에 바로 인접해 있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야외 테라스로 이른다. 그 장점을 살려 차양을 달고, 벽체도 부분적으로 노출시키는 등 전원 분위기가 나게 꾸몄다. 빈티지 나무 박스와 철제 용품으로 꾸민 미니 화단은 엣코너에서 연출한 것. 화이트 임스 플라스틱 체어는 인노바드 제품.
12,13 그의 취미생활이 이루어지는 서재. 카메라를 수집하고 있어 테이블 위에 카메라 수납장을 따로 만들었다. 테이블과 카메라 수납장, 서랍장과 오픈 선반은 모두 투엘에서 제작한 것. 패브릭으로 커버링된 파일꽂이와 액자는 북바인더스 디자인 제품. 토이와 빈티지 램프는 마이 페이버릿 제품. 의상은 솔리드 옴므.
14 집에 있을 때 그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거나 기타를 치고, 영화를 본다. 빈티지 자동차는 엣코너 제품.
가식 없는 편안함, 아틀리에 같은 집을 꾸미다
배우 엄태웅의 집은 흔히 톱 대열에 오른 남자 배우의 집을 연상할 때 떠올리는 전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촬영 스케줄이 있을 때 외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등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있길 좋아하는 그에게 집의 존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친밀하다. “남들은 남자가 뭐 이런 집?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죠. 하지만 전 차가운 새것 느낌보다는 처음부터 편안하고 실용적인 집을 원했어요. 평소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서 뒷산과 바로 연결되는 야외 베란다 쪽으론 자전거 보관 창고를 따로 만들었고, 개집도 공간을 넓게 확보해 새로 지었죠. 카메라를 수집하고 있어 서재에 둘 카메라 수납장을 하나 갖고 싶었어요.” 이런 소소한 요구들을 충족시켜주는 집이 그에겐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그리고 그의 바람들이 담긴 러프한 아웃라인을 티나지 않는 세련됨으로 하나하나 완성시켜 나간 건 XYZ 디자인의 조연희 실장이었다. 매 작업마다 뻔하지 않은 공간, 그 안에 살게 될 사람과 시간이 주인공이 되는 장소를 선보여온 조연희 실장. 전체적인 리노베이션의 틀은 도심이지만 뒷산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고, 비효율적인 공간 구조를 편의에 맞게 확장하거나 새롭게 활용하는 데에 맞춰졌다. 말하자면 기존의 것을 적당히 수용하면서 공간이 생활에 맞게 새 모습을 지니도록 한 것. 겉모습의 자유로움뿐 아니라 공간의 부분부분이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숨쉬듯 반응하는 이 유니크한 공간의 표정을 만드는 데는 맞춤 가구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기성 가구들을 거의 철저히 배제한 대신 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철판 등의 다양한 소재를 믹스해 공간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전형성을 탈피한 이곳은 첫 대면부터 한 치의 빈 공간도 허용치 않는 빼곡한 수납장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주방, 들어서자마자 당장 침대부터 공개하는 실속 없는 침실은 사양한다. 그 대신 보이는 공간은 빈 벽으로 여백을 남기고 그 내부에는 수납 공간을 마련한 사려 깊은 주방, 어중되게 놓인 벽체를 활용해 공간 너머 공간에 들어서는 묘미를 지니게 된 침실이 있다. 공간 곳곳에서는 자유로운 미완성의 여지를 엿볼 수 있는데, 벽면과 천장은 노출된 느낌을 살리면서도 너무 거칠지 않게 부분적으로 보완됐다. 자전거를 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시원하게 기분을 환기시키는 걸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며, 촬영 현장에서는 그 당시의 감정들을 기억하고 싶어 틈틈이 사진을 찍는다는 배우 엄태웅. 무심한 듯 다정하며 밋밋한 듯 섬세한 그에게 이 집은 썩 잘 어울린다. “집은 밝고 편안했으면 좋겠다는게 제 바람이었어요. 너무 정적이어서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공간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절로 기분이 밝고 편안해질 만큼 소프트한 집 말입니다.” 좁은 편견으로부터 시선이 트이는 순간, 사람에 대한 것이든 집에 대한 것이든 그것은 기대 이상으로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