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23·스위스)가 앤드리 애거시(34·미국)를 물리치고 호주오픈 4강에 선착했다.
1995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호주오픈에서만 4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애거시는 이로서 자신의 경력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호주오픈 경기를 모두 마쳤다. 34세 노장 애거시는 호주오픈이 개막되기 전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호주 오픈 참가가 될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긴 바 있다.
페더러와 애거시는 지난 1998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ATP 투어 대회에서 첫 대결을 벌였다. 당시 17세 신예로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애거시를 만나 완패를 당했던 페더러였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당시의 소년이 아니었다.
이번 8강 대결 이전까지 페더러는 애거시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모두 애거시에게 절대 뒤질 것이 없는 선수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페더러는 당초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3세트를 치르는 동안 소요된 시간은 99분에 불과했다.
1세트 첫 서비스게임을 단 52초만에 끝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한 페더러는 애거시에게 단 한 차례도 자신이 서비스 게임을 내주지 않았고 서비스에이스를 무려 22개나 꽂아 넣으며 애거시를 완벽하게 물리쳤다. 애거시는 특유의 코너를 찌르는 강력한 그라운드 스트로크로 맞섰지만 스트로크 파워에서 페더러에게 밀리는 데다 여간해선 실수를 하지 않는 페더러의 리턴에 막혀 결국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애거시를 물리친 페더러는 4강에서 도미닉 흐르바티(27)를 역시 세트스코어 3-0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마라트 사핀(24)과 결승행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이들의 대결은 현지시간으로 목요일인 27일 벌어질 예정이다. 이날이 공교롭게도 사핀의 25번째 생일이어서 사핀으로서는 더욱 의미있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여자단식 8강전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17·러시아)가 같은 러시아의 라이벌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19)를 세트스코어 2-1로 힘겹게 물리치고 4강에 선착했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쿠즈네초바)와 윔블던 우승자(샤라포바)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두 선수의 대결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샤라포바가 첫 세트를 6-4로 내주면서 샤라포바가 쿠즈네초바를 따라잡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결국 2세트 중반 이후 실책을 많이 저지른 쿠즈네초바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샤라포바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날 벌어진 다른 8강전서는 세레나 윌리엄스(23·미국)가 세계랭킹 2위 아멜리 모레스모(25·프랑스)를 70분만에 세트스코어 2-0으로 물리치며 4강에 올라 샤라포바와 대결하게 됐다. 샤라포바와 세레나 윌리엄스는 작년 윔블던 결승에서도 대결했던 바 있다. 당시 준우승에 머물렀던 세레나가 이번에는 샤라포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당시의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