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은 봄 향기를 싣고'
양산 원동 매화마을을 찾아서
▲홍매
경칩도 지나고 바야흐로 봄이다.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는 꽃이 바로 매화다. 홍매, 청매, 백매의 우아한 자태가 환상적이다. 멀리까지 매화를 보러갈 필요 없이 울산에서 가까운 양산 원동마을에서 봄의 향기를 맡자!
봄기운이 고물고물 기어오르는 날, 배내골 정상에 드문드문 하얀 눈이 녹지 않은 채 은빛낭만을 드러내 눈부시다.
배내골 정상을 넘어서면서부터 눈요기가 시작된다. 좌우로 즐비한 전원주택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음식점인지 카페인지 모를 음식점에서 한번쯤 쉬었다 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곳은 자연풍광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영포마을 한 매화농장의 주인을 만나다.
포장된 길이 끝나고 공사 진행중인 길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양산 땅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라 길이 좋지 않다고 투덜댈 수도 있지만, 어찌 편하게만 여행할 수 있으랴. 여행의 묘미중 불편한 것을 감수해 내는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배내골을 거의 다 내려가면 큰 삼거리를 만난다. 고로쇠 수액을 파는 가게 왼편은 양산 어곡으로 넘어 가는 길이며, 오른편은 밀양댐으로 넘어가는 길이고, 곧바로 중앙 능선을 넘어가면 원동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사방이 매화나무로 가득하다.
삼거리 슈퍼에서 잠시 쉬었다 고로쇠 수액 한 컵 벌컥벌컥 들이키면 금상첨화. 숨을 고르고 나서 원동마을로 넘어가다 보면 사방이 온통 매화밭이다. 아직 몽우리만 무성하여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지 않지만 매향이 코끝에 전해진다. 이 달 하순경이면 활짝 핀다고 하니 그 풍경을 상상만해도 행복해진다.
창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대신 상큼한 봄바람이 들어온다. 매화향기를 싣고 온 봄바람의 볼을 살짝 때려주고 싶다.
원동마을의 유래는 이렇다. 원동마을이 신라와 가락국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육로와 수로를 감시하는 원(院)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院)과 동리(洞)가 합쳐져 원동이라 불러진 거다.
▲신흥사 대광전
매화로 둘러싸인 곳에 신라 고찰 '신흥사'에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절 경내의 대광전은 조선 효종 8년(1657년)에 세워진 건물로 1992년 보물1120호로 지정됐다. 벽화와 단청으로 인해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한 것인데, 특히 내부의 단청은 색채와 문양이 다양하고 뛰어나다.
▲범죄없는 마을 영포마을
신흥사에서 나와 범죄 없는 마을로 지정된 영포마을에 이르면 매향이 더욱 짙어진다. 넓은 대지 위에 피어나고 있는 매화, 환상적인 봄의 전령사에 매료돼 어찌할 바 모른다. 속도를 줄이다 급기야 정차한 후 매화밭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홍매, 청매, 백매가 몽우리를 터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진자리에 열매가 맺을 것이다. 그 열매가 배앓이에 좋다는 매실액기스 원료인 매실이다. 다른 지역보다 효능이 뛰어나며 가격 또한 싸기 때문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영포마을의 한 매실농장 주인은 말했다.
▲양산으로 넘어가는 길 휴게소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매화꽃 여행을 마치고 가는 길은 배내로 되돌아가는 길과 낙동강을 바라보며 산을 넘어 양산으로 가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어느 길로 가든 다 만족한다. 차창밖에 스치는 풍경을 보며 '자유'를 떠올린다.
울산에서 차량 이동 소요시간 왕복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