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 만발한 꽃들의 축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내가 생각한 것은 산에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같이 산에 다니는 동료에게 전화를 했더니 사정이 있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광장에 나서자 자동차들이 많이 빠져나갔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봄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많이 갔으리라 생각을 했다.
광장을 걷다가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우리 아파트 화단에 서 있는
벚나무였는데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봄의 문을 완전히 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벚꽃이 핀 것은 불과 이 삼일 사이였고 예년에 비해서
더운 날씨 때문에 꽃이 피는 시기가 빨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TV의 날씨를 전달하는 아나운서가 기온이 평년보다
십여 도나 높아서 기상이변이라고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해내며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벚꽃을 보면서 마음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고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아파트 상가를 벗어나 옆 아파트를 통과하면서 또 다른 봄을 만날 수 있었다.
H아파트 앞의 화단에는 백목련은 완전히 피어나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자목련 또한 보기에 좋을 정도로 피어서 나그네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아파트를 빠져나가면서 입구의 화단에 심겨져있는 철쭉에서
붉은 소식을 내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 주일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꽃이 피어 아름다움으로 꽉 채우리라 생각을 했다.
산에 오르기 위해선 버스로 5분 정도를 가야하기에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잠시 버스가 큰 도로를 벗어나자
길옆에 서있는 노란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철망에 갇혀 있던 개나리가 드디어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예쁘다고 생각을 하였다.
버스에서 내려서 산까지 가는 길은 언덕으로 이어져있다.
그 언덕은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벚나무는 아직까지는
활짝 핀 꽃을 가지지 못했고 붉은 색을 품은
꽃망울이 나무 가지 마다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역시 일 주일만 지나면 흐드러진 꽃을 만나고
그리고 일주일만 지나면 꽃비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지나자 금오산이 눈에 들어왔고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지난 주말만 해도 진달래꽃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았는데
활짝 핀 진달래를 볼 수 있었다.
소나무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피어나고 있었고
흡사 산 전체에 각혈을 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활짝 피기 이전엔 진분홍의 모습인데 활짝 핀 것은 연분홍으로 변하여 가고 있었다.
산에 오르면서 가슴이 띠는 것을 느꼈다. 나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노래가 흘러나왔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사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들의 동산에서 제일 많이 만나는 꽃은 진달래이다.
어렸을 때 진달래를 꺾으러 산에 오르며 동심을 붉게 물들였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에 우리들은 봄이 오면 산에 오르기를 좋아했다.
진달래꽃을 따서 입안에 넣고 씹었던 기억이 난다.
약간은 떫은맛이 났지만
오히려 입안에 많이 넣고 씹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나기도 했다.
아버지께서는 진달래로 술을 담가 드셨던 것도 기억이 난다.
산에 오르기 전에 동네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용천배기가 산에서 숨어 있다가 우리들의 간을 빼먹을지도 모르니
조심을 하라는 말이었고 우리들은 그 말이 진실인 것처럼 믿고 있었다.
그 말에 대한 어원을 찾아보았더니
「용천」은 '문둥병, 지랄병 따위의 몹쓸 병'을 의미하고
「배기」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앞말의 특성을 지닌
사람이나 사물을 속되게 이르는 뜻을 나타냄' 이라고 쓰여져 있어
그 말이 우리의 순수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봄날 진달래꽃을 꺾으러갔다가 '용천배기'가
우리들의 간을 먹기 위해서 산에 숨어있다는 말을 들었고
누군가 '용천배기야'라는 소리를 질렀고 우리들은 산 아래로 달려갔는데
그만 산에 넘어졌는데 옆 동네에서 진달래꽃을 따러왔던
금숙이에게 나의 몸이 향했고 순간적으로 함께 넘어져 산에 눕고 말았다.
두 아이들 모두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들의 길로 갔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순수함에 미소가 돌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나의 머리 속에 박히는 하나가 있었다.
오늘 만났던 꽃들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산수유까지
모두 꽃부터 피고 잎이 돋는다는 것이었다.
별다른 생각 없었다가 갑자기 무슨 법칙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기고 있는 모습이 더 웃긴다는 생각을 했다.
그 꽃들 모두가 나무에서 먼저 피어나고 그 다음에 잎이 나온다.
진달래나 개나리 모두 꽃을 피운 후에 초록 잎을 가지에 매달고 있다.
급한 마음에 먼저 꽃을 피운다고 생각을 했다.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진달래의 다른 습성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길을 사이로 남쪽은 활짝 피어있는데 북쪽은 이제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다.
햇빛에 의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을 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거의 가족단위로 산을 오르고 있었고 모두 진달래를 보면서
한마디씩 말을 하면서 그들의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정상인 헬기장에 오르자 기온이 조금 낮아서 인지 아직까지 진달래꽃이 피지 않았다.
가끔 발견을 할 수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피려면 일주일은 더 걸릴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정상의 작은 바위에 앉아서 봄을 즐기면서 '야호'를 뱉으며 봄을 만끽 할 수 있었다.
내려오면서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산에 피어있는 진달래가
우리 민족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튀어나지 않으며 은근한 색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그리움을 키워주는 삶.
바로 진달래와 함께 하는 우리들의 그리움인 것이다.
2003/04/05/17:55
첫댓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종당거리다 보니 지천으로 피는 봄꽃들과 어제야 눈맞춤을 하였지요. 노란민들레 탐스런백목련 아파트단지를 감싸안은 벗꽃 철쭉. 아 그리고 앙징맞은 냉이꽃. 그꽃들이 시샘하는 봄비에 추워하내요.
어라, 어느 새 들어오셨어요? 글을 올리고 잠시 후 들어가보니 벌써 꼬리말을 쓰셨네요. 친정나들이 하신 것 버선발로 맞습니다. 우리 회원님이 따스한 손길로 맞습니다. 풋풋한 글을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