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중 어떤 선수는 성공하고 어떤 선수는 실패한다. 연습 때는 잘 하다가 정작 경기에 나서면 실수를 연발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제 실력의 120%를 발휘하는 선수도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운동 선수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일까. 운동을 잘하려면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체형에 따라서 어떤 운동 종목을 선택해야 하나. 내 자녀의 운동 소질은 어떻게 발견할까.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전문체육실에서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박사들이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키가 작을까? 한국이 쇼트트랙 강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데 대해 사람들은 “쇼트트랙이 다리가 짧은 동양 선수들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정말 다리가 짧을까?
그렇지 않다. 세계 톱클래스의 김동성 선수는 1m75의 당당한 키를 자랑한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기록 보유자 일본의 시미즈 히로야스(1m65)보다도 10cm가 크다.
쇼트트랙에서 1m90 이상의 장신은 불리하다. 반지름 8m의 좁은 코너를 돌 때 키가 너무 크면 부자유스럽기 때문이다. 그래도 키는 보통 일반인 평균 이상이다. 스피드를 내는 데 다리가 짧아서 좋을 일은 없다.
스포츠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종목을 택해야 성공한다. 보통 키가 크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육상 장거리, 다이빙, 체조는 키가 작아야 유리하다.
체조 스타 여홍철은 1m67의 단신인 데다가 신장에 비해 팔이 짧다. 그래서 도마를 짚을 때 힘의 손실이 적어 유리하게 작용했다. 손가락도 짧았던 여홍철은 바를 잡고 스윙하는 평행봉과 철봉 종목에서는 불리했다. 시드니 올림픽 평행봉과 철봉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이주형은 팔과 손가락이 유난히 길다.
체형이 멋진 종목으로는 육상 도약이 꼽힌다. 도약 선수들은 다리가 길고 상체가 날씬하며 머리가 작다. 상체나 머리가 크면 도약에 방해가 된다.
뛰어난 육상 선수들은 말처럼 발목이 가늘다. 근력이 뒷받침된 가느다란 발목은 육상의 전 종목에서 요구되는 강하고 효율적인 킥력을 가능하게 한다. 신장에 비해 머리가 작고 발목이 가느다란 대표적인 선수로는 장재근, 이진택, 이진일 등이 꼽힌다. 세계적으로는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나 육상 단거리의 칼 루이스를 들 수 있다.
다리가 길고 상체가 가벼운 흑인이 육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엉덩이 근육이 크고 위로 올라와 있는 이른바 ‘오리궁둥이’도 폭발적인 힘이 요구되는 단거리종목에 유리하다고 한다. 반면 흑인은 팔이 길어 바벨을 들어올리는 경로가 길어짐에 따라 역도 종목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뼈나 근육의 밀도가 높은 흑인들은 부력이 작으므로 수영에서도 불리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심권호나 정지현은 하체보다 상체가 발달한 투사형인데다 팔이 길어 공격할 때 기술을 깊게 걸 수가 있고 몸의 중심 앞에서 방어할 수가 있다. 레슬링 선수로는 적격의 체형이다.
K-1 진출을 선언한 최홍만의 체격 조건은 어떨까? 격투기 종목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마이크 타이슨처럼 목이 짧고 얼굴이 작아야 상대의 공격을 견딜 수 있는데, 턱이 앞으로 돌출한 최홍만은 분명 ‘투사’형은 아니다. 손이 크고 팔이 긴 것은 장점이지만 최홍만의 발이 효과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만큼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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