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호스트: “네, 지금 주문전화가 폭주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 방송이
끝나면 원래 가격인 남성용 8만9000원, 여성용은 7만9000원으로 돌아간
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시고요. 특히 오늘은 첫 방송 기념으로 겨울
용 골덴 바지 하나를 보너스로 드린다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PD:다시 음악 나가고, 모델들 좀 더 선정적인 표정 지을 수 없나?
지난 10월 중순 우리홈쇼핑이 유난희씨를 연봉 1억3000만원에 스카우트
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홈쇼핑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쇼호스트
(쇼핑가이드)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졌다. 다소 생소한 직종이었던 쇼
호스트가 본격 고액연봉자로 떠오른 것.
현재 홈쇼핑에서 활약하고 있는 쇼 호스트는 150여명. CJ39쇼핑 34명, L
G홈쇼핑 29명, 우리홈쇼핑 20명, 농수산TV 16명, 이밖에 비공식 홈쇼핑
채널에서 활약하는 쇼 호스트를 모두 포함한 숫자다.
이 가운데 ‘베스트’로 꼽히는 스타급 쇼 호스트는 10명 정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베스트의 경우 2시간 방송에 10억원 이상 매
출을 올리기도 한다. LG의 이고운영, 오현주, 이유진, 이건종, 한홍비,
CJ39의 고려진, 김선희, 김성은, 박진호, 문정혜 등이 바로 주인공들이
다. LG에서 우리홈쇼핑으로 옮긴 유난희씨는 수입명품과 핸드북, 의류
등 고가 패션상품을 맡아 월 40억∼5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쇼 호스트들의 봉급은 대략 얼마나 될까. 유난희씨가 1억 3000만원을 받
기로 해 화제가 됐지만 대부분의 스타급 쇼 호스트들은 대략 5000만원
선이다. 김선희 39쇼핑 파트장은 “홈쇼핑업체들이 철저한 연봉제를 실
시하고 있어 다른 동료들도 잘 모른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곤란하
지만 대기업 임원정도가 될 것”이라 말했다.
<> 연봉은 대기업 임원 수준
일반적으로 인센티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매출에 따른 특별 보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봉과 비교하면 적은 액수. “쇼 호스트가 매
출액에 너무 신경을 쓰면 공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홈쇼핑관계자
의 말이다.
하지만 쇼 호스트들의 실적은 멘트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집계된다. 따라
서 자신이 파는 상품을 사용해보고 시청자들에게 뭘 알릴까 연구하는 것
은 필수 중의 필수. 상품 외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종류의 신문과 잡지
를 구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등 틈날 때마다 ‘현
장’에 나가 최근 경향과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기도 한다.
쇼 호스트들은 방송인 출신이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한번은 방송과 인
연을 맺은 경우가 많다. 유난희씨 경우는 공중파 방송에 시험을 봤다가
여러차례 떨어진 경험이 있다.
전화위복이 된 셈. LG홈쇼핑의 한홍비, 조선아씨는 공중파방송 전문 MC
출신이고 CJ39쇼핑의 김효석씨는 평화방송 아나운서 출신이다. 한홍비씨
는 “아직까지 쇼 호스트는 미개척분야다. 공중파에 있을 때보다 보람도
크고 돌아오는 인센티브도 쏠쏠하다”고 강조했다.
방송과 전혀 상관이 없었던 쇼 호스트도 있다. CJ39 공채 1기인 김선희
씨는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로 4년간 근무하다 29살 늦은 나이에
방송을 시작했다.
이색 경력자도 눈에 띈다. CJ39에서 패션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창
서씨는 슈퍼모델 출신. ‘174cm, 34-25-35’. VJ, SJ, MC 등 경력도 화
려하다. 미용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연진씨는 성악이 전공. 이대
성악과 3학년 때 학생리포터로 방송을 시작했다. 김씨는 “성악가는 무
대에서 노래를 통해 감동을 전달하고 쇼 호스트는 방송에서 상품을 통해
정보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은 공통”이라 설명한다.
LG홈쇼핑의 이혜선씨는 국제보석감정사 출신. “보석을 소개하는 일을
하다보니 뭘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짜인지도 모르고 진
품처럼 설명하면 안되잖아요.”
쇼 호스트들이 TV홈쇼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시청자들은
쇼 호스트를 제품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쇼 호스트가 누군지,
어떤 방법으로 상품을 소개하는지 등에 따라 매출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쇼 호스트의 컨디션이 매출과 직결하기도 한다. 한홍비씨는 “공중파에
서 활동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보는 만큼 신뢰
감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언어센스와 순발력 갖춰야
쇼 호스트들이 갖춰야 할 자질은 순발력과 재치 있는 언변이 최우선. 대
본 없이 2시간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면 돌발적인 경우가 생기기 때
문이다. “깨지지 않는 주방용품이었습니다. 던졌는데 그만 깨지더라구
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깨질 경우도 있다고 말했어요. 주문전화량이
내려가는 게 눈에 보이더라구요.”(LG홈쇼핑의 이승균 파트장) 이 과장
은 방송 중 캔 뚜껑을 따다가 손을 다쳐 20분 동안 피를 흘린 경우도 있
다. 한홍비씨도 그릇을 깨뜨린 적이 있다. “가게에서는 그릇을 깨뜨리
면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재치있는 멘트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방송 스튜디오에서는 2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시청자가 지금
이 때쯤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정확히 예측하고 가려운 곳을 짚어줘야 한
다. 또 귀에서는 수시로 주문 상황과 PD 요구사항이 들어오기 때문에 잠
시도 쉴 틈이 없다.
친근하고 신뢰감 있는 외모도 중요하다. 잘 생기고 예쁜 것보다는 믿음
이 가는 외모가 훨씬 좋다. 시청자들은 쇼 호스트를 업체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쇼 호스트들의 남녀 비율을 보면 2 대 8 정도로 여성이 절대
적으로 많다. 아무래도 홈쇼핑 주요 고객이 주부들이고 판매되는 품목도
주부용품이 많아서다. 홈쇼핑업체들이 결혼한 쇼 호스트들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쇼 호스트들은 보통 하루에 2시간 가량 대본없는 생방송을 진행한다. 2
시간 방송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기획회의, 자료조사, 분장, 방송 직
전 미팅 등을 포함해 6시간 정도. 하루에 8시간 가량 근무한다. 쇼 호
스트들이 주당 5회 정도 방송한다면 일반 직장인들과 근무시간에 큰 차
이는 없다는 얘기다.
CJ39 김선희 파트장은 “자기관리만 철저하게 한다면 개인생활이나 가정
생활에 별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한다. LG홈쇼핑의 이승균 파트장도 “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방송이 끝나면 대개 10시간 이상의 휴식시
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방송시간을 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CJ39쇼핑 김선희 파트장
쇼 호스트는 마케팅하는 방송인CJ39쇼핑에서 파트장을 맡고 있는 김선희
씨(34)는 95년 39쇼핑 공채1기로 입사한 쇼호스트 1세대다. 경력 7년 차
로 현재는 ‘CJ명품관’과 ‘게비스화장품’을 맡고 있다. ‘쇼 호스트
는 마케팅하는 방송인’이란 것의 그의 얘기다.
-방송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나.
정직이 최선의 상품이라 늘 생각한다. 방송되는 제품은 100% 사용해 보
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사용해본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단점을 감추지는 않는다. 대신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려 노력한다.
- 직업으로서 쇼 호스트는 어떤가.
결혼한 여자에게 가장 좋은 직업이 바로 쇼 호스트라 생각한다. 일상생
활에서 우러난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고 신상품을 먼
저 사용해볼 수도 있다.
-기억에 남는 방송이 있다면.
첫 방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뻐꾸기 시계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무척
이나 떨렸던 것 같다. 다. 올해 초 심야 시간에 방송한 납골묘도 기억에
남는다. 반응이 대단했다. 화장문화 형성에도 일조한 것 같다. 명품을
소개하면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비난할 때는 섭섭하다. 물품에 대한 불만
을 쇼 호스트에게 돌릴 때도 그렇다.
- 정보는 어떻게 얻나
거의 모든 신문을 본다. 다 읽지는 못해도 헤드라인은 꼭 챙긴다. 또 베
스트셀러는 놓치지 않고 읽는다. 재래시장에서 백화점까지 현장탐방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