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01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원 화강세로 인한 유통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욱이 원화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수입품의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와 식품 업계는 이익 개선이 기대돼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반면 해외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백화점 업계와
면세점업계는 '요우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의 방문 수요가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원화 강세', 대형마트·식품 업계는 웃는다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015.20원을 기록해(6.9일, 종가 기준) 올초에 비해 약 40원 가까이 하락하며
원화 강 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에 수입제품의 구성비가 높은 대형마트 업계는 원화강세에 따른 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는 2년전부터 수입 과일과 축산물, 수산물 등의 수입 비중을 높이면서 전체 과일과 축산물 상품 비중의 50%를 수입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수산물 역시 전체 비중의 40%를 넘어서며 대형마트의 수입품 의존도는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지속된 원화 강세는 대형마트의 이익 개선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침체가
지속된 상황에서 원화강세로 인한 마진 폭 증가는 대형마트 업계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입품의 비중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최근 상황에서 원화강세는 유통채널의 마진 폭을 높여줄 좋은 기회다"며 "큰수준의
이익 폭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로 거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수입 원재료의 비중이 높은 일부 식품업계 역시 원화강세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국내 식품 업계에 원재료를 1차로 납품하는 제당 및
원당 업계, 밀가루 가공 업계는 적지 않은 이익 실현이 기대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CJ제일제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화대비 미국 달러화의 변동을 10%로 가정했을 때, 분기
당 760억원에 이르는 마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대비 원화대비 달러화의 변동이 약 5% 가량 있었다는 점에서 CJ제일제당 은
적지 않은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표 제분업체인 동아원 역시 10%의 환율 하락시, 분기당 약 210억원의 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밀가루의
주원료인원맥의 국내 생산량이 전체 소요량의 1% 미만에 불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익 폭 개선은 전체 제분 업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수입에 의존하는 설탕, 밀가루, 기름 등 소재부문의 경우 3~6개월치를 다량으로 미리 구매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단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떨어진다 해서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원화강세가 지 속된다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유익선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식품 업계에서 환율 문제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원부
재료의 국제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과 국제원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백화점·면세점 업계, '요우커' 바람 잦아들까 두렵다
지난달 노동절 기간, 국내 주요 백화점업계는 '요우커'의 힘을 실감했다. 특히 한류열풍이 대륙을 파고들면서 엔저의 위기 속에서도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백화점는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중국인 일평균 매출(은련카드)이 전점 기준으로 123.1% 본점 기준으로 118.3%
각각 증 가하며 요우커의 힘을 실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노동절 연휴 기간에 100% 이상의 중국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배경은 엔저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도 적지 않지만 한류를 타고 불어온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화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상황으로 뒤바뀐다면 중국인들의 국내 씀씀이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백화점 업계는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병행수입을 통한 해외직구의 비중이 주요 백화점 3사 모두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고, 해외 의류 브랜드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
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는 국내 의류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의 경우, 이미 환율이 계산되서 입점해 들어오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해외 관광객들이 환율로 인해 지갑을 닫아 버릴까봐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면세점 업계도 '환율쇼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관망하고 있다.
한국산 명품 화장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밀려드는 '요우커' 덕분에 국내 면세점 매출이 올해 7조원대 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나돌았지만 갑작스런 환율 악재에 상승세가 꺾일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류 드라마의 열풍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에 비해 국산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원화 강세는 면세점
업계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면세점 업계는 전체 매출의 40~50% 정도가 중국인인 만큼, 환율 악재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알리페이 등 중국의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환율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방안이나 결제시스템을 다변화함으로써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화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면세점 업계가 악재에 직면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