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시작하면 일을 끝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속담이다. 귀농 · 귀촌을 꿈꾸는 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대부분이 꿈을 이루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소 전원생활의 꿈을 안고 살았다는 송재문(60) · 김춘옥(60) 씨 부부. 현재 부부는 전북 진안군 부귀면 봉암리에 정착해 여유로운 일상을 보낸다.“전원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살고 싶다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꿔 보는 꿈 아닐까요? 저희 부부도 그랬습니다. 도시에서 생활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주변이 아름답고 공기 맑은 곳에서 살자고 약속했지요. 이를 실행하기 위해 평소 근교를 찾아다니고 전원주택을 구경하며 마음의 준비를 해왔어요.” 부부에게는 기회가 좀 더 일찍 찾아왔단다. 송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2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아예 정착을 한 것. 6년 전 주말에 이용하려고 지? 곳이 살림집이 됐다. 주말주택으로 지었지만 언젠가 노후를 보낼 계획이었기에 살림집으로도 불편함이 없게 한 이곳 은 송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설계부터 공사 과정 하나하나까지 직접 했음은 물론이다.
[주변 풍광에 반해 마련한 불모지 땅, 복토해가며 완성] “평소 목공에 관심이 많았어요. 체계적으로 배워보려고 40대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인테리어 관련 수업을 받았지만 6개월 70 전원생활 과정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직접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해 이곳저곳 집 짓기 교육도 받으? 다녔습니다.” 전주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던 송씨는 집 짓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 하면서 첫 작품으로 카페를 지었다. 흙을 이용한 토담집에 지붕은 초가를 얹은 형태로 지은 이곳은 실내 장식 또한 독특하게 꾸몄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초가지붕은 중년층에는 향수를 일으키는 곳으로, 젊은이들에게는 이색적인 장소로 알려져 인기를 끌었다. 결국 가구점을 접고 카페 운영에 전념할 정도였다. 카페를 지은 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딸 화연 씨(40) 부부가 운영하는 태권도 체육관도 직접 지어주었다. 친환경 목조로 지은 체육관은 건물이 완?되기 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완성된 건물을 궁금해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1층은 체육관, 2층은 화연 씨네 가족이 사는 살림집으로 지은 이 곳 또한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아이들에게 친환경적 교육 공간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부모들의 호응이 꽤 높단다. 현재 사는 집은 그가 지은 세 번째 건물. 그동안 경험이 쌓여 실내 인테리어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지었다. 부부는 초기에는 주말에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지내기 위한 주말주택으로 사용하고 나이가 더 들면 노후를 보내는 살림집으로 이용할 수 있게 계획했다. 집을 짓기 위해 전주 근교를 찾아다니던 부부에게 눈에 띈 곳이 이곳이다. 주변 풍광이 마음에 들어 결정은 했지만 처음에는 나온 땅이 없어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팔려는 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했지만 당시 불모지였던 이곳은 경사까지 져 있어 흙을 돋워야 하는 등 집을 짓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단다. “처음에는 한옥에 관심이 많았는데 막상 살림집으로 생각하니 경량목구조주택이 좋겠더라고요.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낮아 겨울에는 무척 추운데 목조주택은 단열 효과도 높아요. 집 외관도 주변과 어울려 예쁘고요.” 집을 설계하기 위해 발품 팔아 전국의 알려진 집들을 찾아보는 것 은 기본. 목조주택이 많은 외국 건축 관련 잡지를 찾아보며 집을 구상했다. 집을 설계하느라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단다.
[거실 중앙에 계단, 독특한 구조 눈길] 부부의 집은 입구부터 남다르다. 낮은 대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높게 세운 하얀 기둥에는 한쪽에는 ‘필 하우스’ 라는 집의 이름을 새기고 다른 한쪽에는 부부와 딸· 아들 부부의 이름을 나란히 적은 문패를 달아 눈길을 끈다. 집 입구와는 달리 살림집은 무척 나지막하니 소박하다. 집을 둘러가며 설치한 데크의 높이를 높여 건물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낸 덕분이다. 데크는 직접 만든 탁자 여러 개와 의자를 갖출 수 있게 널찍하게 만들었다. 현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맞는 것은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대부분 계단을 가장자리로 설치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현관 바로 맞은편인 거실 중앙에 계단을 두었다. 거기에다 한 번 구부러지는 공간을 넓게 만들어 색다르다. “외국 잡지를 보는데 실내 중앙에 계단을 둔 집이 있어 이거다 싶었어요. 가파르지 않게 만들어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내더라고요. 계단 아래는 수?장으로도 쓸 수 있어 공간 활용도도 높을 것 같았거든요.”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이 조금 작다 싶었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니 전혀 다르다. 계단 아랫부분을 활용해 널찍한 그릇장을 만들었다. 그 밖의 계단 아랫부분도 문을 달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72㎡(22평) 규모 실내는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이 거실이고 오른쪽으로 다용도실과 화장실, 안방을 배치했다. 거실 한쪽 현관에는 독특한 곳이 있다. 벽 쪽으로 나지막하게 만들어놓은 직사각형 공간이다. 방문한 이들마다 궁금해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겨울용 실내 화단. 바깥에서 키우는 화분들을 겨울 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아예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타일로 마감하고 물이 빠지게 했으며, 수도까지 설치했다. 창문이 없는 벽에는 안으로 홈을 파 장식장으로 만드는 등 구석구석 꼼꼼하게 설계해 집을 찾아오는 이들마다 감탄할 정도. “집을 지을 당시에는 친지들도 많이 올 것으로 생각해서 다락방이 있는 사랑채도 따로 마련했어요. 누구라도 와서 편하게 지내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한동안은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답니다. ”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니 사람들의 방문도 예전같이 잦지 않더라 는 게 부인 김씨의 말이다. 송씨가 2년 전 간암으로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노후를 위해 준비했던 주말주택은 살림집으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부부가 정착하면서 사랑채 또한 송씨의 작업실로 꾸몄다. ‘목자 木吇 공방’으로 불리는 이곳은 ‘나무에서 새소리가 난다’ 는 의미로 지은 송씨의 호 ‘목자 木吇 ’에서 가져왔다. 이곳에 정착하면서 서각을 배운 송씨는 현재 전시회도 여는 등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원생활을 하는 덕분에 공방까지 생겨 서각을 함께하는 회원들의 부러움을 산단다. 송씨는 직접 집을 지으면서 새로운 일도 찾았다. 부부의 집을 방문한 이들이 이곳과 비슷한 형태의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해오면서 주택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집 안 곳곳 어느 하나 그가 만들지 않은 것이 없다. 가구는 물론이고 특히 곳곳에 걸려 있는 서각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서각에 담긴 글귀를 읽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느낄 법하다. 올해는 공방과 살림집 사이에 지붕을 얹어 창고로 활용하면서 오가는 데도 편리하게 했다.
“주변 풍광은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내지만 저희 집은 봄에 가장 예뻐요. 마당 앞 언덕배기에 꽃잔디를 심었는데 봄이면 만발한 꽃이 얼마나 장관인지 가족만 보기에는 아까워요. 꽃분홍색으로 변한 세상에 사는 것 같아요.” 화연 씨가 꽃으로 뒤덮여 가족을 즐겁게 해주던 지난봄을 이야기 했다. 그이 또한 이곳이 마음에 들어 체육관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가끔 데려와 정원에서 뛰놀기도 하고 다락방에서 자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고 있단다. 부부가 이곳에 정착한 지 올해로 2년째. 주말주택으로 오가던 것과 달라진 것은 한동안 꽃으로 꾸민 정원이 차츰 채소정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잔디밭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만들어 화사함을 뽐내던 화단에는 이제 배추, 갓, 파, 시금치, 아욱, 무, 부추가 한창이다. 하지만 부부는 꽃으로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도 포기할 수 없어 담장 밑 경사진 언덕에는 꽃을 심고 바깥쪽으로 둘러가며 매실, 사 과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꾸지뽕나무 등을 심었다. 이들 나무가 자라 과실을 수확할 수 있을 즈음이면 또 하나의 담을 이뤄 집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해줄 것이다. “볕 좋은 날 데크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정화되는 기분이에요. 집을 지으면서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항상 ?고 싶고 함께하면 즐거운 집. 이게 좋은 집의 조건 아닌가요?” 주말이면 정원에서 뛰노는 손주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친다는 부부의 집. 꽃 피는 봄이면 꽃잔치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의 마음은 또 바빠지겠다.
1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보이는 것과 달리 오른편 계단 아래를 그릇장으로 활용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2친지들을 위한 사랑채로 지었지만 발길이 뜸해져 서각 작업을 하는 송씨의 작업실로 꾸몄다. 3송씨가 직접 만들어 정원 한쪽에 놓은 새집이 눈길을 끈다. 4작업실에도 작은 규모로 다락방을 만들어 사용하기 편리하게 했다. 5거실 전경. 현관 입구 쪽에 만들어둔 실내 화단이 눈길을끈다. 6창 아래 가지런히 정리해둔 작은 화분들.
[노후생활을 위한 전원주택은 이렇게] 직장에서 은퇴 후 노후를 보내기 위한 전원주택을 짓는 경우가 많다. 평생 마음에 담아온 만큼 가능하면 멋지게 짓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무리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송재문 씨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무조건 작은 규모로 - 집을 지으면서 딸 · 아들 가족이나 친지들이 오는 경우를 생각해 방도 많이 넣는 등 집을 크게 짓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친지나 자식들이 아무리 자주 와도 일 년에 수십 번을 넘지 않는다. 이들을 위해 별도로 방을 늘리거나 규모를 넓히는 것은 낭비다. 전원주택은 규모가 커지면 건축비도 많이 들고 관리도 그만큼 힘들다. 주로 부부가 함께한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작은 규모로 짓는 게 실용적이다.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규모가 작아도 마당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가능하면 단순하게 - 구조가 복잡하면 그만큼 관리도 어렵고 건축비가 많이 들어간다. 외국의 목조주택은 대부분 구조가 단순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생활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만 확보하고 단열에 신경써 생활하기 편리하게 짓도록 한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인아 기자 사진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