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맞는 운동 법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꼼짝도 하기 싫은 요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7년 전 등산하다 쓰러져 척수를 다치고 사지마비가 됐던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
그는 끊임없이 움직여 재앙을 기적으로 바꾼 사람이다.
발가락만 ‘까딱’ 할 수 있었던 상태에서
하루 종일 운동해 9개월 만에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 전 교수에게 ‘겨울철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음주 후 추운 데서 자면 입이 돌아가나.
“소위 ‘구안와사’(구안괘사)로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48시간 내 병원을 찾아
항바이러스 제제와 스테로이드 계열의 소염제를 먹으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환자의 85%에서 완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져 신경이 한 번 손상되고 나면 약도 소용없다.
갑자기 눈이 안 감기고 입이 안 움직이고
표정이 찌그러지니까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갖가지 치료를 하는 사람이 많다.
안면 신경마비는 감기 바이러스가 신경에 걸린 것과 같다.
원인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인데
우리 몸에 항상 상주하고 있다가 인체가 추위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문제를 일으킨다.”
-겨울철에 뇌혈관 질환이 많은 이유는.
“찬 공기는 인체에 스트레스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높아진다.
노인은 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탄력성이 떨어져
혈압 조절이 더 어렵다.
기후변화에 따라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평소 고혈압·당뇨병·비만·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도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다.
여기에 과식과 운동 부족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연말연시엔 모임이 많아 영양 과잉 상태다.
음식을 남기면 예의가 아닌 것처럼 여기는 식사 문화도 문제다.
-날씨가 너무 추워 자꾸 움츠리게 되는데.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위축되고 경직된다.
근육통이 생기고 혈액 순환도 원활하지 않다.
운동은 나이에 따른 퇴행을 막아 주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
심폐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줄여 우울증에도 좋다.
뇌 기능은 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척수 손상을 입었거나 파킨슨병·뇌졸중 등의 환자는
뇌에서 근육 긴장도를 조절하지 못해
유연성이 떨어져 넘어지기 쉽다.
낙상사고 부상으로 활동이 제한되면
후유증이 심하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밖에 나갈 때는 추위에 노출되는 부위가 없도록
모자·장갑·마스크로 보온을 철저히 해야 한다.
두꺼운 옷은 동작을 둔하게 하므로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발을 따뜻하게 한다.”
-강추위에 환자들에게 맞는 운동법은.
“환자들에게도 규칙적인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 게을러지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인체의 신경계는 쓰면 쓸수록 발달하게 돼 있다.
몇 개월 동안 누워 지내 근육이 완전히 위축된 환자에게
축구선수 박지성의 뇌를 집어넣어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건강한 사람은 각자의 체력에 맞게 운동하면 된다.
그러나 환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몸이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간극이 크다.
건강할 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다.
잘못된 운동방법은 관절 손상 등
몸에 2차적으로 무리가 갈 수 있다.
물리치료사나 운동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요즘처럼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엔 실내운동이 좋다.
집이나 헬스클럽에서
자전거·러닝머신·보건체조를 하거나 춤을 권한다.”
-사지마비로 쓰러졌을 때도 운동했나.
“처음엔 오른쪽 엄지발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빼놓곤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신경과 의사이기 때문에 손상된 신경이
새로 교육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반복적으로 훈련해야만 새로운 신경 연결이 이뤄진다.
되도록 빨리 많이 해야 회복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전신이 마비됐다고 오랫동안 좌절하고 누워만 있었다면
지금처럼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온몸이 움직이지 않는데 무슨 운동인가.
“실제 움직일 순 없었지만
‘움직인다, 움직인다’ 계속 상상했다.
처음에는 그게 도움이 된다.
끊어진 전깃줄이 덜렁거리는 반대편 신경줄 끝을 찾아가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연결될 거라고 믿었다.
원하는 움직임은 강화되고 엉뚱한 연결은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신체가 정상인처럼 복잡한 움직임을 가지려면
엄청난 수의 신경가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신경의 10분의 1만으로도
최소한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반복훈련으로 신경가닥을 늘릴 수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하나부터 시작해 계속 움직였다.
하루 종일 손가락·팔목·팔꿈치·어깨… 등의
각 신체부위를 수십 회 반복했다.”
-지금도 운동하나.
“환자들에게 매일 3시간씩 권하고 저도 이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의 연구실 한편에는 전신운동이 가능한 러닝머신이 있다.)
인터넷 강의나 방송, 오디오북 등을 듣거나
책이나 저널을 읽으며 운동한다.
사실 다치기 전에도 주말마다 등산을 가고
달리기를 열심히 했었다.
만약 운동을 안 해 체력이 약했다면
이렇게 재활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40~50대에 접어들면 정말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30대까지는 젊음으로 버티지만
그 후 몸에 이상이 생기고 나면
운동하고 싶어도 동작에 제한이 생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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