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내내 가장 인기 있는 산행이 계곡산행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산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장마철에도 마찬가지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계곡의 그늘은 쉽게 지치기 마련인 산꾼의 피로를 덜어준다. 크고 작은 소와 폭포, 바위틈 으로 흐르는 맑고 시원한 물소리만 들어도 발걸음이 가볍다.
전체 산행은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 지리산국립공원 북부관리사무소 앞 육모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육모정(춘향묘·용소)~삼곡교~구시소~챙이소~사랑의다리~비폭등~구룡폭포~구룡사 앞 갈림길~차도(천룡교)~회덕~노치마을 백두대간 합류점~노치샘~덕운봉 정상~구룡봉~노치산성~지리산 둘레길 합류 삼거리~구룡치~개미정지~내송마을 앞 도로로 이어지는 총 14㎞ 코스다. 걷는 시간만 5시간, 휴식과 식사를 포함하면 6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원점회귀 산행(개념도 참조)에 가깝다. 들머리인 구룡계곡 하류 육모정(六茅亭)은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에 속한다. 경치가 너무 좋아 호경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지는 동네다. 육모정은 조선 중기부터 지역 선비들이 모여 의리 예절 도덕을 기치 삼아 학문을 닦고 시대를 논하던 향약인 '원동계(源洞契)'와 관련이 깊다. 당초에는 계곡 바닥의 널따란 반석 위에 건립됐는데 지난 1961년 홍수 때 떠내려가자 1997년 계곡 옆 현재 위치에 다시 지은 것. 바로 앞 계곡의 용소(龍沼·제2곡)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건너편에 있는 용호정(龍湖亭)과 마주보고 있다.
구룡교와 영모교를 건너 한 굽이 돌아 10분쯤 가면 제법 높게 걸린 다리가 하나 더 나오는데 그 이름이 절묘하다. '사랑의 다리'. 주변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구름다리에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 그 사랑이 정말로 이뤄질 것만 같다. 소설 속에서 춘향이와 몽룡이가, 아니면 영화 '방자전'에서처럼 춘향이와 방자가 이 다리 주변에서 사랑을 속삭였을까. 다시 계단을 오르내리며 5분만 가면 제5곡인 유선대(遊仙臺)에 닿는다. 널따란 바위 위에 금이 많이 그어져 있어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유선대에서 8분쯤 가면 지주대(地柱臺·제6곡) 구름다리다. 상류 2개의 계곡이 합쳐지는 곳으로 일단 오른쪽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통과하면 작은 언덕을 넘는데 곧바로 왼쪽 계곡 길로 이어진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폭포 서쪽으로 난 오르막을 3분쯤 오르면 구룡사 앞 삼거리다. 길이 갑자기 넓어졌다. 연못을 끼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언제 그렇게 깊은 계곡을 지나왔느냐는 듯 들판길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 10분쯤 찬찬히 걸으면 천룡교 앞 아스팔트 도로에 닿는다. 정면에 보이는 높은 산줄기는 바래봉 세걸산 큰고리봉 정령치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 왼쪽으로 꺾어 아스팔트 길을 따라 회덕마을로 향한다. 회덕마을 입구 못 미쳐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를 만나면 둘레길 구간에 합류한 셈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회덕마을 입구를 지나 좀 더 가면 소나무 10여 그루가 늘어선 곳에 둘레길 이정표가 하나 더 있다. 왼쪽 10시 방향 소로로 들어선다. 곧이어 나오는 이정표에서는 다시 왼쪽으로 90도 꺾어 산 아래 마을쪽으로 들어선다. 마을 뒷산이 덕운봉이다.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 산행 리본이 유난히 많이 매달린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이 바로 백두대간 종주길에 합류하는 지점이다. 왼쪽으로 꺾어 30m가량 가면 또 한 번 갈림길. 왼쪽의 마을 안 정자나무를 향한다. 오른쪽은 운봉읍 방향으로 가는 지리산 둘레길 구간이지만 이곳에서 둘레길과 잠시 이별하고 백두대간길을 따르는 것이다.
15분가량은 된비알을 타며 한바탕 땀을 쏟은 후 순한 능선길을 5분만 더 가면 덕운봉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다. 진행 방향으로 30m쯤 가서 만나는 움막에서 구룡폭포 구룡사 방향인 왼쪽 내리막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백두대간에서 이탈하게 되는 셈이다. 움막에서 계속 직진하면 수정봉, 여원재로 이어지는 대간 종주길이다. 왼쪽 내리막을 10분가량 타면 안부가 나오는데 다시 15분쯤 오르막을 치면 739봉.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어 걷기 편하다. 3분 후 728.2봉에 닿는데 지역 주민들은 이 봉우리를 일명 '구룡봉'으로 부른다. 5분 후 산성 흔적이 역력한 봉우리를 넘는데 이곳이 삼국시대부터 백제와 신라의 경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노치산성이다. 사실 덕운봉과 노치마을과 회덕마을, 정령치 만복대 등은 삼한시대와 삼국시대를 거치는 동안 중요한 국경 방어지역이었고 노치마을의 경우 한국전쟁 때 공비 토벌 명목으로 마을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 비운의 고장이기도 하다.
10분 후 임도 앞의 12번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개미정지까지는 20분쯤 걸리는데 이곳을 지나면 마을에 거의 다 내려온 셈이다. 10분 후 내송(일명 안솔치)마을 입구 큰 도로 이정표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 구간은 길 상태가 다른 구간에 비해 비교적 완벽한 옛길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 이유는 옛날부터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길이었기 때문에 주변 마을 사람들이 매년 백중을 전후해 구역을 나눠 꾸준히 정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떠나기 전에 - 노치마을, 백두대간 종주꾼 잊지 못할 쉼터
산행 후 들릴 만한 맛집 한곳을 소개한다. 구룡계곡 하류 들머리에서 주천면 쪽으로 5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육모정 바베큐가든'. 토종 흑돼지를 재료로 한 '양념불고기백반'과 황기 삶은 물에 도토리묵과 갖은 고명을 얹은 후 밥과 곁들이는 '묵밥'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있기로 유명하다. 대형 야외 마루도 완비돼 있다. |
출처: 설봉의 발로 쓰는 여행기 원문보기 글쓴이: 설봉
첫댓글 이거 송차장이 썼다고? 사실 구룡계곡은 여름에 많이들 추천하고 찾는 곳인데.. 단풍이 멋있길 기대하면서..
아니요 ㅋ
이건 국제신문기사입니다 ㅎ
11월 산행지입니다. 참고로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