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점 차의 급박한 상황. 위기의 순간에 불펜에서 달려 나오는 마무리 투수들은 마치 영화에서 흔히 보는 정의의 사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이 멋진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면 그들은 다른 어느 누구 보다도 그날 경기에 잊혀질 수 없는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만큼 마무리 투수란 각 팀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가진 선수이며 특급 마무리의 유무는 팀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올 시즌, 새로운 마무리 투수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맹위를 떨치던 몇몇 리그 정상급 클로저들이 주춤한 사이 상대적으로 젊은 새얼굴들이 특급 마무리 투수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바로 그 대표적인 새얼굴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과 L.A 다저스의 에릭 가니에이다.
올 시즌 현재까지 김병현과 에릭 가니에는 양 리그 마무리 투수 중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제 풀타임 마무리로 2년째를 맞고 있는 김병현은 5월 6일(이하 미국시간) 까지 기록한 세이브 숫자는 8. 이는 내셔널리그 8위권에 해당 되지만 시즌 초 몇 번의 등판 기회를 놓친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할 순 없는 부분이다. 그는 8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 시켰을 뿐 아니라 특히 방어율(0.53) 부분에선 내셔널리그 마무리 투수들 중 단연 탑이다. 여전히 탈삼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올 시즌부터는 볼넷 개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악몽과 최근 들어 12일 사이에 무려 9게임을 등판하는 혹사를 당하고 있지만 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여전하다.
다저스가 올 시즌 새롭게 선보인 브렌드 뉴 클로저, 에릭 가니에 역시 기대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다저스가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가니에의 공이 매우 크다. 세이브 성공률 100%에 방어율은 0.60으로 김병현과 대등한 수준이나 피안타 율은 훨씬 낮다.
이밖에 나이대로 본다면 젊은 축에 들 순 없겠으나 시즌 12세이브가 커리어 하이였던 미네소타의 에디 과라도 역시 올 시즌 새로운 막강 마무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느새 커리어 하이에 근접하는 11 세이브를 성공 시키며 방어율 역시 1.20으로 수준급이다. 과라도 역시 블론 세이브는 없다.
호르헤 훌리오는 마무리 투수 부재로 고민하던 볼티모어의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1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으나 6세이브에 방어율은 1.15. 프로 2년차로 당초 주전 마무리로 꼽히던 윌리스 로버츠를 제치고 볼티모어의 명실상부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존 라커의 부진으로 얼떨결에 마무리 자리를 차지한 텍사스의 히데키 이라부 역시 6 연속 세이브로 새로운 특급 마무리 대열 합류를 서두르고 있다.
물론 트레버 호프만(센디에고), 가즈히로 사사키(시애틀), 랍 넨(센프란시스코), 마이크 윌리엄스(피츠버그)등은 올 시즌 역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오래된 얼굴들. 그러나 쇠퇴기를 보이고 있는 마무리 투수들이 몇몇 눈에 띈다.
먼저 최근 등판에서 한회에만 3점을 내주며 전혀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양키즈의 마리아노 리베라(좌 사진). 기록상으론 여전히 정상급 투수임에 분명하지만 올 시즌 들어 결정적인 순간에 허용하는 적시타의 빈도가 늘어났다. 예전처럼 마운드에만 서면 상대 타자들이 기가 죽던 리베라의 모습이 절대 아니다.
에너하임의 트로이 퍼시발 역시 방어율 6.35가 말해주듯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로서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퍼시발은 지난 4월 21일 오클랜드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3점을 내준 바 있다. 보스턴의 우게스 어비나는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곤 있지만 4월 말까지만 해도 높은 피안타율로 매 경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블론 세이브 한번에 방어율은 4.38로 특급 마무리로 불리기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