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좋은교사운동 북유럽 교육탐방]
“한겨울 밤의 꿈”
제4화 : Mastering by Doing
1월 13일(금)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잤더니 1시간 늦은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래봐야 2시 40분 쯤?
‘야, 너… 이제 좀 그만 할 수 없어?’ 또 잤다.
아침 먹기 전에 또 산책을 나섰다.
중앙역 근처까지 갔다가 전날 갔던 루터교 대성당을 찾아 골목을 헤맸다.
수도임에도 헬싱키의 아침 공기는 기분 좋은 상쾌함을 안겨 준다.
Westendinpuiston päiväkoti (유치원)
Espoo에서도 부자들이 산다는 동네로 버스가 들어선다.
이혜숙 선생님 집이 여기 있단다. 확인은 못했지만 다들 나랑 같은 표정이었을 거다.
전에 살던 아파트도 여기 있는데, 수영장이랑 사우나가 있단다.
지금은 시부모님 집 옆에 집을 지었단다. 다들… 나랑 같은 표정?
초등학교도 그랬지만 유치원은 더더욱 백만 년만이라,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이제는 아주 익숙한 아이들 옷걸이하며,
그 위에 붙어있는 자연스러운 표정의 사진들하며,
구석구석 위치해 있는 방들하며,
미술관 느낌 나는 복도하며,
백설공주 드레스를 입은 아이하며,
실내에서 흙놀이하는 하다가 “예쁘다”라는 한국말에 “Yes!"라고 답하는 아이하며,
푸우(Pooh)에 나오는 호랑이 인형하며,
한국에서는 족히 1,000만원은 할 거라는 애들 낮잠용 핀란드 산 참나무 침대하며,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는 아기 인형(흑인 인형도 있었다)하며,
우주복에 형광조끼를 입고 바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하며…
다 놀고 들어와서는 제 힘으로 옷을 벗는 그들을 놀란 눈으로 한참 쳐다봤다.
나중에 김명숙 선생님의 말로는, 한국 공립 유치원 시설이 훨씬 좋단다.
뭔가 충족되지 않은 것 같다. 난 여기도 좋아보였는데…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맞다.
잠깐 걸어서 근처에 있는 이혜숙 선생님 집 구경을 했다.
아무래도 아르노 씨는 엄친아인가 보다.
연세 많은 아르노 씨의 아버님이 나오셔서 기꺼이 우리와 사진을 찍어주셨다.
우리가 아르노 씨한테 부모님 집보다 아르노 씨 집이 더 크다고 했더니 또렷한 한국말을 들려주신다.
“똑같아.”
Vantaan Varia-ammattiopisto (Vantaa Vocational College Varia - 직업학교)
뭐부터 했는지 짐작이 갈 거다.
어엇? 한국 사람이 있다. 대구에서 오신 선생님이란다. 학생 5명을 데리고 현장 학습을 오셨단다.
이 학교에 와서야 학교 안에서 담배 냄새가 안 나는 이유를 알게 됐다. 건물 밖에서 핀다.
그나마 건물 밖에서 담배 피는 아이들도 여기 와서 처음 본다.
물론 저들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인지도 모른다.
밥부터 먹었다. 이 학교 학생 중 요리 관련 학과 아이들이 직접 만든단다.
오늘은 레인보우 데이라, 색이 다양하단다. 그래서… 밥이 파란색이다. 스머프 밥인가 했다.
암튼, 핀란드 온 이래 가장 호화로운 학교 급식을 먹었다.
파란 밥과 함께 먹은 맛있는 카레는 초록색을 만들어 낸다.
식당 입구에 붙어있는 ‘식당 깨끗이 쓰자, 잔반 처리 잘 좀 하자’는 사진이 정겹다.
그런 거 안 정겨워도 되는데.
식사 후 모여서 학교 소개를 받고, 대구 선생님의 생활기를 들었다.
대구 선생님이 하실 말씀이 넘쳐나셨으나, 우리 일정 때문에 다 풀어내지 못하셨다.
다시 시작된 학교 투어. 이건 뭐…
잘 몰라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전문계/특성화 고등학교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고등학교 과정이지만, 학교 이름에 College가 들어가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핀란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정말 전문적이고, 자부심도 대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직업 전선에 투입된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의 졸업작품이 학교에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디자인 관련 교실이었는데 자기 작품을 바닥에 깔아놓았다.
심지어 화장실 벽면에도 작품이 남아있었는데,
우리를 안내해 주던 선생님이 그것은 자신도 처음 본다며 웃었다.
여기는 학교 홍보 책자에 써 있는 ‘Mastering by Doing’이
말만이 아니라 진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이혜숙 선생님이 아르노 씨와 함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국이 기능올림픽대회에서 성적이 좋은 것을 봤단다.
아르노 씨가 “우리가 한국에 가서 학교 탐방을 해야겠다.” 라고 했단다.
이어진 우리의 씁쓸한 이야기.
“우린 상 주면 뭐든 할 수 있어.”
“중요한 건 그 대회에서 상 탄 학생들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단 거지.
여긴 여기서 공부하면 진짜 그 일을 하는 거잖아?”
Vantaan Kuusijäri Sauna + 청어 요리
우리도 체험에 나섰다.
핀란드에 그렇게 많다는 사우나. ‘사우나’가 핀란드 말이라니, 그 정도면 알 만하다.
눈 쌓인 숲 속, 통나무 집이 보인다.
이런 건 길게 써봤자 설명이 안 되기도 하거니와, 안경을 벗고 있어서 본 것도 별로 없다.
그저, 사우나 하다가 물에 들어갔을 때 ‘살이 찢어지는 것 같다’는 이혜숙 선생님 말이 뭔지 알았고,
수영복 차림으로 눈밭에 서 있는 내 자신이 신기했다는 정도만 말해두련다.
어떤 남자 선생님이 물가에 홀로 남아 사진을 찍어주면서
“왜 나만? 다들 어디 갔어?” 하며 괴로워했는데 뉘셨는지?
(임종화 선생님이 “우린 그냥 물 속에 푹 빠진 겁니다.”라며 비밀에 붙이라 하셨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요?)
아르노 씨가 앵그리 버즈 샵에 우리를 데리고 가고 싶다 했단다.
엄청 큰 배가 있는 항구 바로 앞에 있는 건물 2층. 마치 전자랜드같은 분위기였다.
앵그리 버즈 따위... 하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화난 빨간 새가 귀엽다며 사진을 찍어댔다.
다시 헬싱키. 핀란드 현지식 식당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보니 헬싱키는 항구도시 맞다.
핀란드 사람들이 떠나가라 떠드는 소리 처음 들었다. 평소에도 그러면 우리도 편하잖아요.
아침부터 속이 안 좋더니 여기서 절정에 올랐다.
덕분에 튀긴 청어 제대로 못 먹었다. 가시 바르지 않고 마구 씹어 먹으려 했는데…
꼬리 12개를 접시에 가지런히 늘어놓고 인증샷 찍은 김미연 선생님이 부럽다.
첫댓글 직업학교에 관한 사진 가지신 분 몇 장 부탁해요. 사진과 함께 탐방기를 쓰는 중인데 유독 직업학교에 관한 것만 없네요. 부!~탁!해!요! gracewith@hanmail.net으로 주시면 더욱 좋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