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쯤이었다.
석모도에서 잘 생각이어서 보문사를 찾아가는
마음도 여유로왔다. 인가도 띄엄띄엄 보였고
해안가를 따라 있는 2차선 도로는 한가했다.
절에 열심히 다니는 시어머니께선 어느 절에
무엇에 얼마큼 기부를 하셨는지 아흔이 넘은
요즘에도 기억을 하고 계신다. 시어머니께서
보문사에도 뭔가 기부를 하셨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 남편은 이곳에 온 적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처음이라고 했다.
가파른 길을 따라 숨을 몰아쉬며 들어 선
경내는 전등사 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다.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와 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 기도 도량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지
법당에도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고 있었고 석굴안에는
들어설 틈도 없이 사람들이 있었다. 보문사는 낙가산
자락에 있는데 그 꼭대기에 마애관음좌상이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 409(?)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먼지 버섯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열매냐고 물어봤다. 버섯이라는
내 대답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마애란 한자로 풀이하면 새길 마에 절벽 애자다. 절벽에
새긴 관음좌상이란 이름에 걸맞게 그 아래는 가파른 곳이어서
안 그래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기어서 갔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가방과 카메라를 든 덩치 큰 남자와
아기를 엎은 젊은 부부를 보았다.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몰라도 참 보기가 안 좋았다.
기념품 판매하는 곳에서 아이들과 남편의 선물로
만다라 손수건을 샀다. 그리고 어릴 때 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던 남편은 어느 여행지든 유명한 사찰을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 곳에 들를 때마다 잊지 않고 하는
의식(?)이 있는 데 기와불사가 바로 그것이다. 역시나 입구에
있는 기와불사를 받는 곳에 먼저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문사를 내려와서 숙소를 찾았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외포리 선착장에서 받은 광고지를
보고 깨끗해 보이는 팬션을 찾아갔더니 2인실은 다 찼고
가족실만 남았다고 했다. 2인실은 9만원 가족실은 17만원이라
고 했다. 광고지에 고 정주영 회장이 와서 식사를 했고 '시월애'
라는 영화를 찍으명서 전지현과 이정재가 두달간 묵었다는
'돌캐'라는 곳을 찾아갔다. 주인 아줌마가 보여준 방은 영화 속에
나오는 여인숙 수준(특히 벽지가)이었지만 깨끗해서 그냥 묵기로
했다. 강화도를 소개한 책에서 석양이 아름답다고 읽었는데
하루종일 날씨가 찌푸둥해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숙소에
짐을 풀고 산책을 나갔을 때 마침 구름 속에서 해가 나오고 있었다.
해가 나오고 안 나오고 상관없이 나는 이미 이 여행에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에 뭐든지 아름답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산책을 하는 동안 나무를
가까이서 보면서 무의식 중에 나무 이름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몇 몇
나무는 분명히 알고 있는 나무였는데 기억이 안나고 또 몇몇 나무는
짐작조차 안되는 것도 있었다. 몇 년 전 나였다면 집에 가서 찾아보기
위해 사진을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하면서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애썼을터였다.
그런데 너무 편안한 마음으로 그 나무의 수피가 가진 독특함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 내 자신이 일순간 낯설기도 했지만 변화된 내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숙박과 음식점을 겸하는 집이어서 자동으로
저녁식사는 돌캐에서 먹어야했다. 강화도는 순무김치와 속노란 고구마며
여러 특산물이 있지만 음식 중에서는 밴댕이회도 포함된다.
밴댕이 회는 4,5월이 제철인데 관광객을 위해서 사시사철 나오는 모양이다.
남편은 꽃게탕을 먹고 싶어 하다가 회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밴댕이회무침을
시켰다. 냉동밴댕이에다가 그것도 몇 조각 들어 있지 않았다. 기대했던 음식이어서
맛에 대한 실망도 컸다.
방으로 돌아오자 마자 나는 텔레비젼을 켜고 텔레비젼 속으로 빠졌다.
우리집에는 티비가 없어 실컷 볼 생각으로 늘 챙기던 읽을 책도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많이 피곤했는지 눕자 마자 코를 골더니 끙끙 앓기도 했다.
첫댓글 3년전에 샘과 거의 흡사한 여정으로 친구가족과 강화도를 갔다왔었는데 윗풍이 아주 센 방에서 잠을 자고 몸살이 와서 거의 실신 상태로 차에 실려왔던것 기억 뿐이예요. 보문사에 갔는데 모두들 절에 올라가고 혼자 차에 남아 양지바른 했볕을 쐬며 잠에 빠졌는데 그 와중에도 참 따뜻하단 생각을 했었어요. 멀쩡한 몸으로 다시 가서 제대로 보문사에 올라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짭쪼롬한 조개구이도 실컷 먹구...... 아


정말 먹구싶다 조개구이


여유로와 보여 참 좋네요. 선생님의 해맑은 웃음과 미소가 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