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와 더불어 산지 2년이 넘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요즈음은 하루 확진자가 30만을 넘어 40만을 코앞에 두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로 가리고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제 조금씩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조짐도 보인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달을 고비로 확진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기도 한다. 2022년은 그런 점에서 희망적이다.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일상생활이 과거처럼 자유로워진다면 우리의 삶도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그러기에는 이미 우리는 너무 멀리 왔다. 먼저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집안에 갇혀 지낸 날들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 행태의 복귀도 가능할까? 이 역시 회의적이다. 코로나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관련연구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면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6개월을 기점으로 점차 적응을 시도하고 1~2년의 시간이 흐르면 적응을 달성한다고 한다.
이 연구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본다면 2년이면 적응을 마치는 기간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에 온전히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로 회귀하려면 다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보다는 이미 적응한 새로운 문화를 보다 풍부하게 확장하여 각자의 삶 속으로 가져오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일부 영역에서는 과거로의 복귀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모든 영역이 그럴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다.
대면으로 하는 행동이 비대면보다 더 큰 즐거우의 보상을 주면 그 소비는 과거처럼 대면으로 돌아갈 것이나, 비대면의 편리함의 보상이 대면보다 크면 코로나 기간 형성된 소비 형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
어떻든 2022년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먼 미래가 시공을 뛰어넘어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말하자면 코로나19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여 2030년을 2020년으로 가져온 셈이 되었다.
그러므로 2022년은 한층 더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 속에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거기에 이제 5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말하자면 상서로운 기운이 겹치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의 승자 독식과 새로운 양극화가 발생할 우려되기도 한다. 약육강식의 정글은 더욱 깊어지겠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을 것이다. 자칫 소비자들은 2022년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상당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러한 혼란에 대처하도록 김난도 등은 『트렌드 코리아 2022』를 통해 2022년의 트렌드를 열 가지 선정하고 이를 TIGER OR CAT의 열 개의 철자에 집약해 놓았다. 이는 2022년이 호랑이 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여기서 호랑이와 고양이를 대비시켜 놓은 것은 잘 하면 절박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포스트 코로나가 시작되는 새로운 기점에서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TIGER OR CAT의 각 철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TIGER는 각각 나노사회, 머니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플레저를 의미하며, OR에 해당하는 말은 엑스틴 이즈 백과 바른생활 루틴을 의미하며, CAT는 실재감테크, 라이크 커머스, 내러티브 자본을 의미한다.
이러한 10대 트렌드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나노사회’를 들었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개인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러던 것이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하게 유지되면서 개인은 더욱 고립되고 마침내 원자화 트렌드를 고착시켰다.
기존의 사회적 결속력은 급속히 무너지고 개인은 마스크 뒤로 숨어 버려, 마침내 개개인은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는 돈에 대한 필요를 한층 증대시켰다. 과거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처럼 다양하고 수입을 좇는 ‘머니러시’의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아울러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더 많은 벌이를 만들려면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팬데믹의 여파로 개인적 시간이 늘어났으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자기 관리하는 ‘루틴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건강관리의 중요성과 마주하게 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은 최근의 건강관리라 즐겁고 편하고 실천이 가능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해 ‘헬시플레저’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헬시플레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직장에 대한 개념도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재택근무, 원격학습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굳이 비용이 많이 들고 답답한 도시에 살아야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러스틱 라이프’에 관심을 갖게 되도록 할 것이라 예견한다.
한편, 코로나 사태는 비대면 활동을 활성화시켰다. 기술의 진보는 필요를 창출하고 늘어나는 수요는 다시 기술을 촉진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 즉 ‘실재감테크’다.
실재감테크
그런가 하면 산업에서 차지하는 소비자의 역할과 위상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상품의 기획·제작·판매를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의 가치사슬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동료 소비자의 상호 간의 ‘좋아요’를 기반으로 한 경제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라이크커머스’라고 부르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치관도 늘 변한다. 소비의 가장 중요한 심리적 동인 중 하나가 자기 과시다. 이제 정보가 풍부해지고 사치가 민주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득템력’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MZ세대의 소비자가 화두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과 양적·질적 변화를 보이는 세대는 X세대인 40대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풍요한 10대를 보냈고, 10대인 자녀와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부모 세대라는 점에서 이들을 ‘엑스틴’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 속에서 반전의 시작이 될 2022년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역량은 자신만의 서사, 즉 내러티브를 들려줄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한 자본력이 될 것이다. 이 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내러티브 자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제 대선도 끝나고 5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정치적 환경에서 2022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들이 예측한 것들이 상당한 부침을 겪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떻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갈 것이다. 그게 우리 국민의 저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