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칼럼 내용은 필자가 모 잡지사와 해군 천안함 게시판에 게재한 글입니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지켜보고….
3월26일 밤, 서해 백령도에서 날아온 비보를 접한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과 안보를 걱정했지만 언론과 국회는 우리 해군을 발가벗기기에 급급했다. 그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폭풍이 몰아쳤고, 가뜩이나 기우뚱거리던 대한민국 사회통합이 침몰직전으로 몰렸다.
언론은 국방부 발표를 ‘불편한 진실’로 몰아가면서 사고 당사자인 해군이 구조와 함미 발견에 뒷짐 지고 있었다거나, 함장과 장교는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나 어둠의 자식들만 실종되었다는 여론몰이 기사를 내더니, 수중탐색과 구조작업이 거센 조류와 탁한 시야, 파도 때문에 애로가 있다는 해군의 발표에 구조작업을 걱정하기 보다는 ‘무능을 넘어 무책임한 해군의 실력이 수준 이하다’라는 악의적인 보도를 거리낌 없이 내놓는가하면, 한술 더 떠서 ‘천안함 실종자 00 하사 휴대전화 통화 설’, ‘천안함 함미에서 4구의 시신 발견’, ‘병사들 월급으로 천안함 보상금 마련하려한다’, ‘고 한주호 준위 사망 장소는 함수부분이 아닌 제3의 장소로 한 준위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이 아닌 모종의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라는 아니면 말고 식의 오보를 [단독보도]라는 토를 달고 쏟아냈다. 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생존자 기자회견장에선 전우들을 잃은 슬픔이나 그들이 당한 고통에 대해 안타까워하거나 위로하는 말은 없고 아픈 상처만 들쑤시기에 바빴다.
국회도 다를 바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천안함이 백령도근해까지 갔던 이유’ ‘사고 진실 조작 및 은폐 의혹’ ‘속초함 표적이 새떼가 맞나’, ‘작전내용 공개’, ‘교신일지 공개’, ‘승조원들이 후타실은 왜 갔느냐’ ‘생존 장병들에게 함구령 내렸나’ 등 대부분 구조작업에 도움이 안 되는 내용으로 피의자 심문하듯 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우리 해군의 핵심장비 성능과 대북 잠수함 작전능력,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 서해 경계 작전계획, 초계함 대잠장비 성능 등을 북한에게 까발렸고, 우리가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기지 간 교신내용을 감청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고자질한 꼴이 되었다. 국회가 진정으로 실종자와 나라의 안보를 걱정했다면 해군을 발가벗기기에 앞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구조와 수색작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도와야하는가를 고민했어야 옳았다.
더욱 기가 찰 노릇은 박 모 의원이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면서 ‘군 당국과 국방부는 자꾸 북한의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고 있다. 과거 우리 국민은 ‘펑’소리만 나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었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우리의 성숙한 국민이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라며 북한 노동당 대변인 같은 발언으로 북한개입설을 차단하거나 소속 정당을 치켜세우는데 정신이 팔린 것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천안함 생존자들의 기자회견 내용도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며 생존자들을 모독했다. 거기다 강 모 의원도 가세하여 ‘군이 자꾸 무언가를 숨기고 상황을 짜깁기하고 있다’라면서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서 일부 언론과 보수층에서 북한 소행설로 연기를 피우고 있다’라며 북한을 감쌌다. 이처럼 국회는 백령도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잠수부들을 독려하거나 지원방법을 논의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종장을 해임하라고 아우성쳤다.
이러한 언론과 국회의 자세가 일부 네티즌들 사이 함장과 장교들이 살아 돌아온 것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말하도록 하는가 하면 사건 음모 설까지 들먹거리게 했고, 천안함이 좌초로 침몰했는데 생존 승조원들에게 전우애를 호소하여 ‘죽은 전우들을 명예롭게 해주고 높은 등급 훈장과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어뢰나 기뢰에 의한 피격이었다고 해주자’라며 회유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대놓고 떠드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뿐 아니다. 언론과 국회가 잠수부들이 밤낮으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 드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해군은 뭐하느냐고 닦달질하다가 한주호 준위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금양99호가 침몰하는 참사를 불렀다. 게다가 공 모 의원은 고 한주호 준위 빈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무례를 저지르기도 했다.
따뜻한 가슴이 없는 언론과 국회가 두터운 입술로 말을 늘어놓거나, 명석한 머리로 당의 이익을 셈하고 있을 때 해군은 심장이 얼어갔고 유가족들은 살갗 떨리는 고통으로 오열했다. 온갖 말들만 쏟아낸 언론과 국회는 잠수요원들의 추가 희생을 막으려 ‘수색중지’를 결정한 실종자 가족들의 용단과 몸을 아끼지 않고 구조에 동참했던 민간 구조요원들의 희생정신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소설가(연평해전 저자) 최순조.
첫댓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공감이갑니다. 저도 이번에 여러가지로 맘이 참 아팠지만 언론의 행태에대해 사실 절망적인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나라의 '안보'가 정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차적인
원인 제공을 의심해봐야할 대상과 질타의 대상은 정확히 '북한'인데....어찌나 '북한 감싸기'를 그렇게도 해대는지(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까지도... 경악을 금치못하는 부분입니다)....그리고 군에
대한 지나친 난도질.....어제도 전 우리나라의 '핵' 전문가의 ' 안보강의'를 듣고왔습니다. 국지전에대한 대담한 도발 가능성( 핵을가진 자로서의 대범함...전면전에대한 남한사람들의 공포를 이용) 등등.....
실제로 모든 국민이 안보에 잔뜩 깨어있어도 부족한 상태라고합니다.....언론인이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지.... 공화국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지..... 정말 걱정이될
정도입니다. 귀한글 잘읽었습니다.
음...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문제가 바로 최작가님 말씀하신 문제인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참... 바르게 만들어가야하는게 우리의 몫이겠지요..
한탕주의인건지 아님 작정하고 이적행위를 하고자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녕 군 기밀사항까지 까발려야 옳은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특히 장비개선 등에 쓰일 예산을 삭감했던 국회에서 "낡은 군장비..."라고 할땐 정말 미치는줄 알았습니다...ㅠ.ㅠ
유가족분들, 특히 생존 장병들을 위로는 커녕 마음아프게한 기사들도 속상했지만....전 고 한준위님에대해 위의 글처럼..."제3의 장소로 한 준위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이 아닌 모종의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를 읽을때는......완전히 어이상실이었습니다.
오늘도 허위사실 유포자(북한 개입설을 차단하기위해)가 불구속 입건되었지만.......짙은 의도성과 선동성을 띠며 겁없이 들이대는 언론들.......정말 문제가있어도 한참 문제입니다.
이 글 퍼가겠습니다 ...
너무 무책임한 말 과 행동들
정말 통탄(痛歎)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