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차 튤립 컨퍼런스 후기_ 권혜영(명지대 겸임교수)
“인생은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에 가장 어울리는 세계관은 무신론적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혁신경영'이라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를 혁신하는 경영을 하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세계관에 따른 인간 이해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세계관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한 학생이 위와 같이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며 현대인의 쓸쓸함과 처절함이 느껴져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는 흔히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연대와 협업의 힘을 믿는다는 말로 수업을 마무리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쉽게 지우기 어려웠다(아마도 나 스스로 그것이 최선의 답변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혁주의 5대 교리를 기반으로 청년들에게 믿음의 뼈대가 되는 지식을 전달하는 ‘튤립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잠시 잊고 지내던 그 학생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대답하는 교회’라는 제목의 저녁 집회 설교에서 김형익 목사님은 우리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현대인들은 고독하고, 불안해하며, 우울해하는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본래 연약한 존재로 지으셨다. 악어 같은 튼튼한 가죽도, 무소의 단단한 뿔도 주지 않으셨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본질적으로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의존해야 하고,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들은 왜 서로 사랑하는가', '그들은 왜 그토록 인내하는가.' 누군가가 우리에게 왜 그런 삶을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온유함으로 대답할 것을 예비해야 한다. 대답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온유함이라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불안해하고 우울해한다. 각자 도생만이 살길이라고 말한 학생을 포함해 우리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이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와 앞으로 완성될 하나님 나라 사이, 즉 ‘교회 시대’를 살아가며 대답해야 할 수많은 질문에 둘러싸여 있다. 기조 강연부터 저녁 집회, 그리고 영화 강의까지 모든 강의는 컨퍼런스 주제인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기’에 관한 질문과 답변을 다루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컨퍼런스가 끝난 이후로도 이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튤립 컨퍼런스에 여러 차례 참석하면서 기억에 남는 강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1회 컨퍼런스에서 박혜근 교수님이 전해주신 교회에 관한 강의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정작 교회에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를 지적하며 교회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신 강의였다. 고독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교회 밖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도 존재한다. 그들은 아직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해 교회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으로 살아간다. 교회 공동체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투자한 만큼의 만족스러운 결과는 손에 쥐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1차 소명인 ‘교회 세움’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이해가 부족한 이유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경은 분명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오늘날 고독하고 불안 가운데 사는 그리스도인을 양산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분명하다.
그래서 튤립 컨퍼런스는 계속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교회가 왜 중요한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컨퍼런스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도 이런 질문을 품은 많은 청년이 이 컨퍼런스에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