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이라는 할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죠.
"존재냐 소유냐"
존재 자체보다는 소유에 집착하는 현대인들 불쌍타 하여
한편 지름신님께서는 소유하는 즐거움에 대하여 설파하시고 계시는 중입니다.
여하간 프롬 할아버지의 철학적이고 중요한 이야기 보다는
지름신님의 달콤한 유혹에 자주 넘어가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KUNZ라는 대패를 퍼XXX님께 구하게 되었습니다.
대패는 목재의 평면 잡을 때 쓰는 도구로만 알고 있죠.
그런데, 상당히 많은 종류의 대패들이 있네요.
이렇게 귀여운 대패도^^
circular 대패라고 하였는데 오목한 면과 볼록한 면을 다 깎을 수 있게
(물론 평면도) 설계되어 있어 기계적으로는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날물을 캐나다산으로 교체해 놓으시고...
덕택에 동독과 캐나다에서 물 건너 온 놈을 잡아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but,
안 깎입니다. T.T
자세히 보니 날각이 50도에서 60도 정도로 무지막지한 고각도 대패입니다.
거의 스크래퍼 수준이라... 난감.
날물 꺼내 보니
음, 깨끗합니다. 즉, 미사용에 가깝네요.
여기서 잠시 뇌회로가 비상모드로 가동되기 시작합니다.
"새삥 날 갈아서 써 보나.
기계적인 것 대략 즐겨 봤으니 호기심 많은 XXX님께 그대로 토스해"
대패날을 보니 IBC 어쩌고 저쩌고 Canada라고 되어 있는데, 좀 단단한 느낌
하이스 같습니다.
하이스 대패날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죠.
고속도대패라는 대패 3대 뒷날 갈다가 성질 버린 기억
(원래는 착하고 성실하고 친절하고 천사같은 성격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무던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속도 대패 하이스날 뒷날 3개 잡다가 성질 나빠졌습니다.)
이 떠 오릅니다.
보이시나요.
보통 공장에서 나올 때 면을 디스크샌더로 갈아서 원형의 스크래치가 보입니다.
저 스크래치 없애야 하는데, 이게 보기보다 인격수양 많이 하게 만들죠.
저 스크래치가 별 것 아닌 흠집 정도로 보이지만
날 갈다가 보면 비티아즈 해연보다 깊다고 느껴집니다.
구름과자 한 모금과 깊은 철학적 사색을 거칩니다.
결정을 내려야죠.
어짜피 인생은 도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지.
그래, 가 보는 거야.
전 뒷날 잡을 때 다이아몬드 숫돌과 사포를 씁니다.
정반과 금강사 쓰는 방법도 있는데, 뒷날 낼 일 얼마나 있다고 그런 중장비를
동원해 하면서...
종이사포 #120, 150, 220, 320, 600, 2,000 준비합니다.
다이아몬드 숫돌 깔아 놓습니다.
다이아몬드 숫돌은 폭이 70mm입니다.
종이사포는는 폭이 280mm입니다.
즉, 4등분 하라는 계시죠.
자주 하게 되는 일이라 이런 물건을 만들어 씁니다.
왼쪽면에 사포 맞추고 나무 튀어오른 부분에 쇠자 되고 커터칼로 휙---
자 댈 일 없이 칼질 3번 하면 됩니다. 나름 편하죠.
이렇게 날물 갈 때는 종이사포가 좋습니다.
천사포는 숫돌에 대한 밀착성이 좀 떨어져서 평면 내는데 약간 불편합니다.
그리고, #400 이상의 고운 것은 천사포가 없습니다.
준비 되었습니다.
참, 날 갈기 작업은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땅바닥에 하는 것(좌식 문화의 전통)은 도가니가 많이 부담됩니다.
그리고, 책상판에 방진고무판 하나 깔아 놓으시면 숫돌의 밀림 현상이 줄어들고,
가급적 숫돌은 몸에 가까이 해야 팔에 힘이 덜 들어가고,
갈기 전에 손톱으로 비누를 긁어서 미리 끼워 놓으면 나중에 시커먼스 손 닦기 편하고,
안 되면 바셀린이나 로션이라도 코팅해 두시고,
음악 틀어 놓으시고(가급적 라르고의 음악으로)
뭔 대단한 일 한다고 부산을 떱니다.
운동은 우리 몸의 여러 근육을 골고루 쓰게 합니다만,
날 갈기는 집중적으로 특정 근육을 반복하여 쓰게 하죠.
결국 나중에 근육통 유발 가능성 및 입 근육에서 욕지거리의 생산 가능성 높아집니다.
갑니다.
저 놈의 한 줄기 머리카락
저게 아마 1천분의1mm 정도도 안 될 것 같은데 정말 안 없어집니다.
그럼 한 번 가는데 쇠를 100만분의 1mm 정도 가는 건가?
계속 갑니다.
이놈의 쇠가 좀 많이 단단합니다.
힘 뺀다고 빼도 손가락 끝이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저 고무 덩어리 있으면 가끔 쇠 털어내고 씁니다만
사포 많이 바꾸는게 차라리 경제적입니다.
사포 아껴서 부자되기 불가능하나, 병원비 많이 들어가서 망할 수는 있습니다.
(전 연마제나 사포 제조하는 곳과 전혀 관계 없습니다.)
머리카락 선이 없어졌네요.
이 즈음 되면 성격 고갈로 정신질환 경계선까지 갑니다.
구름과자 한 모금 먹고, 휴
150번으로 바꾸고 갑니다.
120번의 추억을 지워 나갑니다.
처음 초벌때가 제일 힘이 들죠. 그 이후에는 진도 나가는게 어느 정도 보이니
조금 수월해집니다. 근육도 그 단계에서는 적응을 하는지 아님 포기를 하는지
통증도 줄어듭니다.
220번으로 바꾸고, 320번으로 또 바꾸고... 계속 갑니다.
이 짓을 왜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머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아, 내일 누구 온다는데 연습겸 이걸 시켜 하는 인간성 나빠지는 생각까지 떠 오르고...
원래의 흔적은 사라지고...
강에 삽질하는 예산의 0.001%만 돌려서 날 가는 기계 개발해서 우덕허 회원에게
나눠줄수 있다면...
포크레인으로 날 갈기 하는 물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 수준까지
머리 속에서 번뇌가 계속 되죠.
품질이 보이네요^^.
왼쪽은 갈기 전 공장에서 나온 상태의 덧날입니다.
2,000번으로 높입니다.
뒤에 유령이 있나 확인합니다.
6,000번 숫돌 준비하려 했는데, 물에 안 담궈놨더군요. (휴, 다행입니다.)
윗날도(베벨각이 있어서 금방 갈았습니다.) 갈고,
테스트는 걍 손등에 털 밀고 면도 된다 싶으면 끝 냅니다.
덧날도.
서양대패 덧날 가는 방법은... 복잡하니 나중에 하죠. 힘드네요.
낑굽니다. 제대로 갈면 직선이 나오죠.
그런데, 대패날과 대패집에 궁합의 문제가 좀 있습니다.
동그란 나사와 대패집 안쪽의 홈이 걸려서 홈 부분을 갈아냅니다.
어찌어찌해서 깎습니다.
깎입니다. 그런데, 상당히 고각도 대패인데다 대패집 바닥이 곡면일 때에는 좀 어렵습니다.
숙달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겠네요.
이왕 한 거 목침이나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렇게 볼록한 면도 깎을 수 있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냥 샌딩기나 살 걸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