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할려고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와 지상으로 나올 때 차장을 열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도로로 나오면 창문을 올립니다. 비가 오거나 어지간히 추운 날이 아니면 습관처럼 행하는 일입니다. 지상에 차를 주차해 놓을 때는 그렇지 않은데 지하에 두었다가 나올 때는 창을 내렸다 올리는 것이 버릇입니다. 뭐 환기랄 것 까지는 없지만 공기감이 바뀌는 기분은 좋습니다.
요즘은 아침 출근길에 차창을 열면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이 바람을 따라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두고 치과로 가는 몇 분의 시간에 느끼는 겨울과 다른 상쾌한 기운은 일요일이 몇 일 남았는지 손꼽게 합니다. 이번 일요일에 온냐출사가 있거든요 ^^*
순천 금둔사로 가는 길에 역광을 받아 반짝이는 버들강아지를 보고 차를 멈춥니다. 관광지 입구 좌판의 잘 삶아진 번데기 마냥 통통한 모습이 수십미터 전에서도 박일구 선생님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런 길가 돌언덕에도 버들강아지에 물이 가득 올랐으니 햇빛 잘 드는 물가에 있는 강아지들은 봄기운에 정신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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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댐을 마주 보는 언덕을 넘어 서니 길가 언덕 위로 매화가 활짝 피어 있는데 모두가 오른쪽을 보며
"우와 지데로네!"
탄성을 합창으로 외칩니다.
길을 건너 농로로 몇 걸음 들어서니 하얀 매화 꽃에서 달짝지근한 꽃향기가 퍼집니다.
"아하~~ 이게 삼월의 향이구나! "
매화향에 취한다는 말이 떠올라 몇 번의 긴 심호흡을 하며 길을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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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냐 회원님들과 함께 먹는 라면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달걀과 파는 늘 넣어 왔었고, 콩나물도 거의 빠지지 않았습니다. 물만두도 가져왔었고, 밥도 같이 먹어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치가 드물었네요. 초창기 업소용 대형 가스불에 찜통을 가지고 다닐 때는 늘 김치가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묵은지를 가져 왔습니다. 반응이 좋으니 필수 품목에 올리겠습니다.
집에서 끊일 때는 갈끔하게 먹는 편인데 밖에 나오면 분위기 때문인지 오히려 이것저것 넣어 먹는게 훨씬 더 맛있습니다. 하긴 뭐 아침에 라면을 이리 맛있게 먹는 것도 야외로 나온 것이 한 몫 하겠지요. 사진의 맛은 능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으니 라면 맛을 발전시켜 볼까 합니다. 아침 라면에 들어갈 좋은 것이 있으시면 온냐회원님들이 추천해 주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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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금둔사 안으로 들어갑니다. 낮은 기와 담장 위에서 길가로 늘어진 매화나무 가지에 붉은 매화꽃이 작은 열매처럼 달려있습니다. 납월홍매(臘月紅梅). 봄이 오기 전 찬 기운의 섣달에 핀다는 붉은 매화꽃. 납월이 지났으니 납월홍매 구경이 늦은 감은 있지만 겨울 풍경 속에서 붉은 빛으로 시선을 끄는 매화꽃은 '이게 꽃이로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회원님들과 대웅전 동쪽 댓돌에 앉아 납월홍매를 바라봅니다. 돌이 달구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침 햇살에 따뜻한 기운을 얻어 엉덩이를 대기에는 적당합니다. 붉은 전구를 매단 것처럼 환한 가지 아래로 매화 구경을 온 연인들과 사진사들이 지나 갑니다. 검고 가느다란 가지에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니, 추운 섣달에 왔더라면 귀한 꽃 구경에 대웅전 처마 밑을 뜨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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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에 들렸습니다. 온냐가 유명한 곳 특히 입장료가 있는 장소는 잘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관람료를 내고 방문합니다. 입구 노점에서 풍겨오는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번잡한 관광지에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솜사탕 기계의 둘레에 꽂힌 색색의 솜사탕과 둥글레 볶는 솥의 게르마늄 자갈 구르는 소리가 오히려 사람 사는 정겨움을 줍니다. 옆에 계속 서 있다가는 뭐라도 하나 살 것 같아 발길을 돌립니다.
여러 사람들에 섞여 마을을 돌아 봅니다. 산수유꽃이 활짝 핀 집 뒷마당에서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뭔가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 역시 실력 부족입니다. 그 집 앞 뜰에서는 장독대와 어우러진 매화나무를 보며 연신 샷을 날립니다. 하지만 역시 뭔가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는 김진이 원장님이 와야하는데... 성벽 밖으로 나와 관리사무소 뒷편으로 가니 한 쪽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도시락을 먹는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앞뒤로 오늘 온냐 식구들과 같이 만난 꽃들이 다 있습니다. 산수유와 홍매와 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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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정기출사는 가거도로 가는데 많은 참석바랍니다.
22일(금) 공방 정기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우리 동네 왔다 가셨네~~~~
맞습니다. 순천 쪽으로 봄 구경 다녀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