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20세이하)축구대표팀의 윙백 박주성(19·수원 삼성)이 지난달 30일 2003세계청
소년축구선수권대회 독일과의 1차전에서 오른발 발목을 다친 뒤 숙소인 아랍에미리트
(UAE) 아부다비 군장교 클럽식당에 절뚝거리며 나타날 때마다 얼른 뛰어와 알아듣지
못할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무언가를 한참 설명하는 선수가 있었다.
목발을 짚은 박주성에게 그는 영어로 "미안하다"를 연발하며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다
독이는가 하면 식당을 오갈 때 곁에서 부축까지 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미안한 감정을
표시했다.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하던 박주성은 수상하게 생긴 외국인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귀찮게 얘기를 건네자 짜증을 내며 말대꾸도 안했다. 그러나 그는 점심과 저녁에도
계속 아는 체를 했고, 급기야는 손짓발짓까지 하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박주성은 다음날이 돼서야 그 외국인이 제바스티안 크나이슬(20·첼시)이라는 것을 알
았다.
그는 1차전에서 전반 26분 거친 태클로 박주성의 왼발 발목 인대를 다치게 해 목발 신
세를 지게 했다. 처음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크나이슬의 진지한 태도를 보고 어느
새 마음이 풀어졌다. 박주성은 어쩔 줄 몰라하는 크나이슬에게 '괜찮다'는 뜻의 손짓
을 하며 가보라고 했다.
박주성은 "이제는 다 용서했다.마음이 홀가분하다"라고 활짝 웃었다. 아부다비에서는
양국 축구를 이끌어갈 20세 안팎의 젊은 선수들 사이에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격전의 아픔을 뒤로한 애틋한 우정이 싹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