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약력
김두일 (金斗一),
게임 칼럼니스트, ㈜ STN 소프트 (www.stnzone.com) 마케팅 실장
중국 사천문화매체대학(SICHUAN CULTURAL COMMUNICATION COLLEGE) 게임학과 교수
㈜ 알큐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클릭 엔터테인먼트 기획 실장
㈜ 인디21 대표이사
쌈마이의 어원은 일본어에서 비롯되었다.
'쌈마이'는 일본어로 '삼마이(さんまい)'로 읽는 것이 정확한 발음이다. 한자로 쓰면 '三枚'다. 일본어에서는 종이를 셀 때, 한 매(一枚,いちまい),두매(二枚,にまい),세매(三枚,さんまい)라고 말하며 그 중 종이 세 장을 의미한다.
의미상 종이 세 장이라는 뜻의 쌈마이가 왜 '싸구려'라는 의미가 되었을까? 그 비밀은 일본의 전통연극인 '카부키(歌舞伎、かぶき)'에 있다.
'가부키'에서는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연기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며 연기자를 소개한다.
첫 번째 페이지에는 주연 여배우의 이름이,두 번째 페이지에는 주연 남자배우의 이름이 나온다.
그렇다면 세 번째 페이지를 뜻하는 '삼마이메(三枚目、さんまいめ)'에는 누구의 이름이 나올까? 당연히 조연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 이니까……
별로 잘생기지도 못하고 유명하지도 않고 아마 개런티도 적을 것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삼마이메'가 싸구려,질이 낮은 물건,조연 배우,하찮은 것을 지칭하는 말로 와전된 것 같다. 첫 번째 두 번째의 '째'를 뜻하는 '메(目、め)'가 떨어져 나가고 발음이 격화되면서 '쌈마이'란 말로 바뀐 것이다
즉 쓰기에 적당한 용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류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많이 사용된다. 주로 영화, 연극, 문학, 가요계 등의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쓰인다.
당연히 게임업계에서도 언제 인가부터 이 말은 쓰이기 시작했다.
쌈마이 회사, 쌈마이 게임, 쌈마이 개발자, 쌈마이 디자인 등……
(희한한 것은 ‘쌈마이 사장’이란 말은 잘 쓰이지가 않는다. 하긴 그 경우 좀 더 심한 조롱의 의미가 포함된 ‘사기꾼 사장’이란 말이 쓰이기에 굳이 쓸 필요가 없나 보다. -_-;;)
2000년대에 들어 NC소프트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새로운 투자와 새로운 성공의 가능성을 타진한 수많은 자본이 게임업계로 유입되었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대기업까지 게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프로젝트가 생겼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면서 개발자들의 절대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물론 그 배경에는 IMF 이후 초토화 되어 버린 상당수의 게임회사들이 업종을 웹으로 전환하였고, 따라서 많은 개발자들도 업종을 본의 아니게 바꿀 수밖에 없었던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또한 ‘게임=오락=공부 못하는 지름길’ 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당연히 ‘게임개발자’ 라는 신분도 사회적으로 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그런 가운데 다소 뜬금없고 느닷없기는 하지만 벤처열풍과 더불어 NC소프트, 웹젠, 그라비티 등의 게임 회사 성공신화와 더불어 어느 업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수익성이 검증되자 한국 특유(?)의 순간 열기가 살아나 순식간에 온라인게임제작 열풍과 퍼블리싱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문제는 투자자는 있는데 개발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누구나 퍼블리셔만 하려고 하지 어려운 개발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개발을 하려고 해도 돈 안들이고 쉽게 가려고 하고, 퍼블리싱을 하려고 해도 돈 적게 주고 쉽게 가져와서 하려는 장사꾼 의식이 우선 싹 텄다. 게임회사를 주식 벤처 신화의 도구로 생각한 눈이 먼 투자자와 CEO들이 등장했다.
필자는 바로 그 부적절하고 기형적인 풍토 속에서 쌈마이 개발자들이 대거 양성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능력과 인성을 갖춘 게임개발자가 워낙 품귀현상이니 경력이 부족해도 혹은 적당하게 1년 정도의 재직한 경력이 있으면 인정이 되어, 면접 때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일단 입사하는데 무리가 없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공동의 작업 결과물인 프로그램 소스와 라이브러리를 적당히 빼돌린다. 몇 개월 후에 그만둔다.
그리고 그 소스(실전에 전혀 도움도 안 되는 소스다. 데모버전이나 만들면 모를까??)를 가지고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을 한다. 개발자에 목마른 회사입장에서야 개발소스가 있는 개발자를 반색을 하면서 환영을 한다.
그런 식으로 한 2~3년간 서너 군데 이상의 회사를 돌다 보면, 실력으로는 초보딱지도 떼기 힘든 개발자가 졸지에 상당한 포트폴리오와 실력을 갖춘 개발자로 탈바꿈 한다.
이력상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았으니 신규 개발사 입장에서는 더욱 믿음이 가고, 나이도 젊으니 열정도 있을 것이라 보고, 결국 그에게 회사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연봉과 스톡옵션 그리고 개발의 전권이라는 어마어마한 권한을 위임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과거 이 같은 개발인력난이 심각하던 시절, 경력 3년 된 어떤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하는데, 8천의 연봉을 요구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회사 자본금이 1억이었으니 그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자본금을 증자해야 했기에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기가 막힐 일이지만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에서 ‘이게 정상적인 현실일까?’라는 문제를 한참 동안 고민했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엄연한 사실이다.
필자 주변에 정말로 많은 회사들이 그 같은 과정을 통해 2~3년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프로젝트는 제대로 완성도 못한 채 무너져 갔다. 투자자는 피 같은 돈을 낭비하고, 경기는 다시 얼어 붙었다.
쌈마이들이 옮겨가는 패턴은 실제로 교묘하다.
일단 처음 입사를 하면 1~2개월 동안은 정말 열심히 개발에 몰두하는 척 한다.
그 단계에 개발이라 하면 대체로 문서 작업과 기초적인 구조설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인데 이 친구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스를 가지고 순식간에 데모버전을 척 만들어 낸다.
당연히 투자자와 경영자는 회사의 ‘복 덩어리’가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엄청난 대박 환상에 빠진다. 그리고 그 개발자의 대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게 된다.
이런 쌈마이들은 대체로 출퇴근 시간을 무시한다. 밤샘작업을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보통 점심시간 무렵에 출근을 하고 자유시간에 퇴근한다. 결근을 대학에서 학교 수업 빠지는 것 보다 쉽게 여긴다.
부끄럽지만 과거 필자가 재직하던 회사의 개발팀장이 퍼블리셔와의 약속된 미팅날짜에 결근해 버리고, 핸드폰을 꺼 버린 놀라운 사건도 목도한 바 있다. 그리고 나서 그가 한 변명은 ‘어제 밤샘 작업하고 술 한잔 마시고 쓰러져 잠들었다’는 말이 전부였다. 약속 펑크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자신의 행동이 회사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본인은 밤을 세워 혹은 새벽까지 작업을 한다고 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는지는 경영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밤 세워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거나, 메신저를 하거나 싸이질을 하고 있어도, C프로그램이나 3D MAX만 모니터 창에 띄어 놓으면, 경영자나 투자자는 그 순간만큼은 일하는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약속한 일정이 다가오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추가 일정을 요구한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다가 어느 날 잠수를 타거나 혹은 부모님이 아프셔서 시골에 내려간다던가 혹은 의도적으로 회사 내에 분란을 일으키고 도저히 그 팀과는 일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리고 자기 혼자 짐을 싼다. 그리고 얼마 후 더 좋은 조건으로 자리를 옮겨 있는 그 친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가 과장이라고 보이는가?
필자가 다 직접 경험한 바를 그대로 말한 것이다.
웃기는 것은 현재에 이르러 꽤 좋은 경력을 가진 친구들 중에도 그런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 올라간 개발자들이 있다는 거다. 이들의 특징은 다양한 프로젝트의 참여, 그러나 완성한 프로젝트는 없다는 것이다. -_-;;
또한 프로젝트에서 정확히 자신이 맡은 포지션에 대해 세세하게 물어보면 우물쭈물한다.
개발자의 세계도 정치를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가 바야흐로 열리려고 한다.
시마과장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위축되고 투자가 위축되고 반대로 경쟁은 심해져서 이런 쌈마이들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최근 매우 잘(?) 아는 회사가 이런 쌈마이들에게 심각하게 당했다는 불행한 소식을 접했다.
나름 PM(프로젝트 매니저)이라는 최근 유행하고 각광받는 직종까지 도입해가며 관리했지만 역시 고수 쌈마이들의 수법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이 경우는 아예 조직적으로 팀이 통째로 움직여서 회사를 물 먹인 경우이니 그 회사 투자자와 부사장이 마케팅이나 자금 동원 쪽으로도 능력이 풍부한 케이스인데도 물을 먹는 것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웠다.
적어도 5억 이상의 비용을 수업료로 들이다가 결국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광고계에서 꽤 오랫동안 몸 담았던 그 경영자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게임업계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남기고 말이다.
청년실업이 꽤 심각한 상황에서도 그것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도 주변을 돌아보면 꽤 있다. 그리고 그 일부의 쌈마이들이 업계 전체를 물 먹이고 있으니, 업계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나누면서 쌈마이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그리 과장된 엄살만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이 글은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대다수의 개발자들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일부가 전체를 욕보이게 하는 일 중 하나를 이야기 했을 뿐.
다음 연재에는 그 반대 사례에 대해 이야기 할 계획이니 관심 가져 주시길…
쌈마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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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N 소프트 마케팅 실장 김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