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할 새 봄은 지나가 버렸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네.
세상의 모든 신록이 제각각 뽐내듯 싱그러운 녹색의 향연을 펼치고 먼 하늘가에 붉은 노을은 오래도록 남아 있는 저녁이나. 때론 6월의 낮이 참 길기도 하다는 생각도 해보네
차라리 뜨거운 8월의 한여름 보다 비가 내리기 전의 무겁고 습한 6월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무거운 하늘에서 빨리 비라도 쏟아졌으면 하는 더운 날의 오후네.
잘들 지내셨는가?
적지 않은 나이에, 또 풍파 많은 세상에 별일이야 왜 없겠냐 만은 그저 오래토록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남아주어서 남은 삶 함께 나누며 살아갔으면 하는 친구의 마음이로세,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우리네 삶이고 언제라도 위에서 부르시면 두말없이 가야하는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처음부터 분위기를 무겁게 잡은 것 같아서 미안하네만 지금부터 친구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소식에 미리 마음이 무거워 짐은 어찌 할 수 없는가 보네..
‘권효철’이라고 아는가?
풍기초등 64회 6학년 5반 졸업이던가? 그 옛날 집은 풍기초등을 담으로 접하고 직조공장을 하고 있었었지.
천성적으로 착하고 남들에게 모진소리 한마디 하고 사는 걸 본적이 없는 듯하네.
타고난 성실함으로 일찍이 부터 경북 구미에 삶의 터전을 잡았으나 삶이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아 과일장사도 했었고 한때는 작은 분식점을 경영하면서 철가방을 들고 구미의 어느 동네를 누비고 다니기도 했었지.
부인과 현재 군목무중인 아들,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인 딸 이렇게 4가족이 넉넉하지는 않으나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고 그러는 한편으로 친구간의 의리도 중히 여겨 동기회의 모임이 있을때면 모임에 앞장 섰으며 고향의 모임에도 구미의 정동식이, 정성순이, 이경화, 박태상 등 일명 구미파(?)과 함께 빠짐없이 참석하곤 하였었지.
아 근데 이 착하디 착한 친구에게.. 이놈에게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이란 말인가
얼마전 새로운 삶의 의지로 운영하던 분식점을 접고 버스 운전을 시작을 하였었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왼쪽 다리에 심한 통증과 함께 마비가 오기 시작했데. 급기야 생업인 운전마저 할 수 없게 되었지. 이 병원 저 병원 다녀 보았으나 그 원인은 찾지 못하였고 그러는 한편 마비와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 아예 움직일 수 조차 없게 되었고 결국 마지막으로 찾아간 서울의 한양대 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말았네.
“루 게릭병”
-척수신경계 중에서 운동신경 세포가 어떤 이유로 서서히 망가지게 되며 지배하고 있는 사지의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라고 부른다. 이 병은 루 게릭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야구 선수가 걸려 사망했기에 그렇게 불리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치료법은 커녕 그 원인 조차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질병이라고 불리는 질병이다.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박사가 이병으로 투병중에 있으며 얼마전 “내사랑 내곁에”라는 영화에서 영화배우 김명민이 살인적인 체중감량을 해 가며 열연을 펼쳤다고 하는 그 병이다. 이 병은 등뼈 속에 있는 신경기관, 즉 척수의 앞쪽 및 옆쪽에 위치한 신경 세포가 이유 없이 늙어 죽어가는 질환이며 우리몸의 근육 운동을 담당하는 근육의 힘이 약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병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진행되어 근육의 힘이 빠져 걷지도 못하고 팔도 쓸 수 없게 되며 급기야 혼자서는 숨 조차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병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런 형태의 질환은 대개 병이 중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지고 혼수 상태에 빠져 별다른 고통이 없기도 하는데 이 루게릭 병에게는 이러한 일말의 자비조차도 없다고 한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식이 흐려지지 않기 때문에 치매도 없고 정신은 아주 또렷한데, 서서히 호흡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해보라.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인터넷 검색)
아!! 하늘은 어찌 이리도 야속하신지... 얼마 전 구성호를 보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아무리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어찌 이리 잔인한 건지..
안타까움에 뭐라고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네..
지금 친구 효철이는 낙담하여 집에 꼼짝 못하고 누워있으나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치료와 병수발 그리고 가족의 생계는 현재 하나로마트의 점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 착하디착한 부인으로서는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네. 지금까지는 형제들(위로 풍기에서 화물운전하는 형님 한분과 누님도 두 분이 계시지만 그들의 삶도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음이네)의 도움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해결해 오고 있지만 ‘루게릭’으로 판정이 난 지금 앞으로가 더 문제이네..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는 물론이고 꼼짝 않고 누워서 점점 더 심해지는 친구의 병 수발은 어쩔것이며 또한 그 가족들의 생계는 어찌한단 말인가. 이런 놈들이 나중에 알고 보면 보험하나 변변하게 들어놓은 것도 없어요.
무엇보다도 희망의 끈을 놓고 있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지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픙기초등 64범우회 임원단을 비롯한 몇 명의 친구들이 모여 어려운 가운데 있는 친구를 위해 동기들의 우정과 의리를 모아 보기로 하여 이 편지를 띄우는 것이네...
금액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라고 보네
그저 많은 친구들이 있어 진심으로 효철이를 위하고 있음을 전하고, 모진병마와 외롭게 싸우고 있는 효철이에게 절망 가운데서도 절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의지를 가지고 투병을 하라는 격려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보네.
얼마전 구성호를 보낸 것이 아직도 선한데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네.
그렇지만 말이여.
우리가 누군가. 웅산 소백산아래 어린꿈을 함께 키웠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이제 지천명의 50대로 접어든 지금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워야 할 때 아닌가.
친구들의 인정과 의리 그리고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바라네.
그리고 기도해 주시게..
신이시여.
저놈 권효철이..
나름대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놈입니다.
남들에게 모진 소리 한마디 해본적도 없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소박한 가정의 행복을 꿈꾸며 삶을 헤쳐 온 놈입니다.
모진시련을 주셨으니 이제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시옵소서..
엄청난 고통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모진 병마와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를 위하는 친구들이 있음을 기억하게 하시옵시고..
친구들의 이러한 정성이 하늘에 상달되어 엄청난 기적을 불러 주시옵소서..
<효철이를 위한 모금계좌 번호는 이러하네..>
신한은행 110-217-960530 (예금주 김일선)
얼마라도 좋으니 친구의 마음을 넣어 주시고 가능하면 입금자의 성함도 알려주시게.
모금의 총액은 동기회 카페 “풍기사랑 범우회”를 통하여 수시로 공지를 할 것이며 그의 사용내역도 투명하게 공지할 것이네.
2011년 6월 18일
-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
풍기초등 64범우회 회장 김일선 (010-8388-2091)
총무 이정일 (011-538-5945)
사무국장 서상호 (016-505-3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