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에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국가가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국가 산하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
라고 한다)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피해자 등이 이와 같이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자가 국가 내지 국가 소속 공무원의 가해행위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 등이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소가 망 ○○○. 망 ○○○(이하 '망인들'이라고 한다)가 사망한 1950. 9.경으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지만. 원고는 피고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망인들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2010. 6. 22.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3. 6. 2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그 판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진실규명결정 이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보아야 하고.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포항 환여동 미군함포 사건을 조사하여 2010.
6. 22. 망인들을 위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그러나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 포항 한여동 미군함포 사건은 망인들을 포함한 포항시 북구
한여동 주민과 피난민들이 한국전쟁시기인 1950. 9. 1. 오후 2시경 환여동 송골해변에서 미군의 함포사격으로
집단희생된 사건으로. 위 사건의 원인은 미군이 피난민 집단에 북한군의 복병이 있거나 북한군에 의해 군사
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의심하여 수립했을 것으로 보이는 "아군의 전선으로 접근하는 피난민이 적군 편이
아닌 것이 분명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적으로 간주하라"는 취지의 피난민 정책과 이 사건 당시 적이 민간인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 미 해군의 함포사격 실행이 결합된 결과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피고에 대하여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나 피해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미국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사항을
권고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포항 환여동 미군함포 사건에서 피고 내지
피고 소속 공무원의 가해행위가 아니라 미군의 가해행위에 의하여 망인들이 희생되었다는 취지로 이 사건이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
기초하여 피고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할 경우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고가 위와 같은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전제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상훈
주심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