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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한국의 부자동네] |
한남·성북·청담동에 부자들이 모여 사는 까닭은 |
현재 성북동 부촌에 사는 재벌 1세대 및 중견기업인은 100여명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이들 외에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김각중 경방 회장,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 박승주 건영식품 회장,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김영준 성신양회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이병무 아세아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이 이곳 주민이다. 유명 예술인이나 교수들도 다수 거주하고 있다.
또한 성북동에는 22곳의 대사관저가 있다. 70년대 독일대사관이 가장 먼저 땅을 사 들어왔다. 독일대사관저는 2만2140평이라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일본 대사관저(2000평)가 그 뒤를 잇는다. 동네에 산재한 빌라의 주요 임대자 또한 외국인들이다.
2004년 9월, 성북동 주민들은 스스로 방범용 폐쇄회로 카메라(CCTV)를 설치했다. 카메라 27대를 설치하는 데 든 비용 1억6500여만원은 250가구가 70만원씩 나눠 내 마련했다. 덕분에 성북동을 드나드는 차와 사람의 움직임을 100%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전부터도 성북동 주민들은 사생활 보호와 안전에 만전을 기해왔다. 집집마다 설치한 무인경비시스템과 4개 주택단지 어귀마다 있는 사설 관리사무소가 대표적이다. 그중 한 관리소에서 일하는 A씨는 “단지 내 각 가정에서 매달 얼마씩 내는 돈으로 운영한다.
3교대로 야간 순찰도 돌고, 눈 치우기, 간단한 보수 작업도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리원은 “오랜 세월 이 동네에서 일했지만 집주인들의 얼굴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집안일은 모두 가사 도우미와 운전기사, 집사들이 처리한다. 그저 짙게 선팅된 차들의 번호판을 보며 ‘어디 사모님 나들이 가시는군’ 하고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북동 담이 왜 높겠나.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반상회 때문에 얼굴이나 봤을까, 주민들 간에도지금은 별 교류가 없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성북동 부자들의 씀씀이는 어떨까. 한 고급 빌라 경비원은 “한마디로 굉장히 짜다. 돈 잘 쓰는 건 웬만한 중·상류층 사람들이지, 성북동 부자들은 작은 돈에도 벌벌 떤다”고 했다.
동네 아래쪽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큰돈은 잘 쓰면서도, 작은 돈에는 연연해하는 것 같더라. 예전에는 명절 때가 되면 관리원들에게 선물도 전달하고 했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성북동에는 전통의 부자동네답게 고택과 미술관, 사적지 등이 많이 있다. ‘국내 최고의 사립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간송미술관이 대표적. 전통문화공연장으로 변모한 삼청각, 지방민속자료로 지정된 이재준가(제10호), 상허 이태준 고택(제11호),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도 있다.
성북동의 부동산 가격은 평당 800만~1000만원 선. 사려는 사람은 있으나 내놓은 물건이 없어 6개월에 한 건 정도 거래되는 수준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라 흥정은 거의 없다. 오리엔트 공인중개사무소 최원효 사장은 “200평 미만 주택 매매가가 25억원 정도다. 효성빌라, 성락원하이츠, 성북빌 등 90~100평대의 고급 빌라는 15억~20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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