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벽 능선의 작은 쉼터 해골바위 위의 바람이 차다.어제 내린 눈이 백운대 북벽(North Face)의 그늘진 곳을 하얗게 장식하고 있고 사기막골 협곡을 건너지르며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산중의 겨울이 다가왔슴을 말해준다.이제 낙엽도 다 떨어져 사방의 메마른 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누구를 탓하랴마는 昨醉未醒으로 정신이 混迷한 가운데 땀방울에 술기운을 녹여 배출시키느라 끙끙거리고 다리가 휘둘거리는 것을 간신히 참고 여기까지 왔는데 누에눈썹처럼 꿈틀거리며 옹골차게 백운대쪽으로 올라붙는 숨은벽 능선을 바로 눈앞에 보니 앞으로 갈길이 아득하여 걱정이 되기도하고 한편으로는 땀흘려 오랜만에 白雲臺에 올라 삼각산 산행의 畵龍點睛을 하리라하는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아침 들머리에서 입장요금을 아끼려 기억을 되살려 군부대 옆길을 더듬어 올라갔는데 입구부터 물이 흐르는 계곡의 秘景이 펼쳐진다.어제 내린 비에 작은 폭포도 생겨있다.무엇보다도 人跡이 끊긴 호젓한 숲길에 사각사각 가랑잎 밟히는 소리의 餘韻이 좋다.
그대로 직진하면 산길은 북문을 지나 원효봉으로 간다하는데 좌회전 하여 오솔길을 따라 자그마한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바로 사거리이다.
개울가에서 柳溪를 만나 잠시 쉬다가 밤골로 내려가는 개울을 건너 서서히 비탈을 오르며 언뜻언뜻 나타나는 백운대와 염초봉 북벽을 바라본다.오늘은 시계가 좋지않아 도봉산 봉우리들은 실루엣만 나타난다.힘이 많이 든다.억지로 한걸음 한걸음에 아내 사랑,자식 사랑이 담겨있다고 미화를 하며 버텨본다.
해골바위 돌아가는 바위길에서 또 미끄러진다.정신이 버쩍난다.지난 겨울 제대로 미끄러졌을 때 얼마나 혼이 났던지 그곳을 통과하려면 괜히 미끄러질 것 같고 조바심이 난다.
숨은벽 빨래판 바위에 밧줄을 잡고 오르는 사람이 두어명 보인다.申대장이 오늘은 참는 눈치이다.明谷이 자일을 가져왔다하는데 바위도 축축하고 바람도 분다.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자주 헛디디다가 빨래판 바위 바로 밑 자연 돌계단을 내려오다가 균형을 잃어 그대로 양쪽 바위에 걸치듯이 넘어진다.바로 뒤에서 壽岩이 더놀라 비명을 지르는데 정작 본인은 얼떨결에 비명도 못지를 정도로 깜짝놀라 몇초간 일어서지도 못하고 얼굴이 괜찮은지 안경부터 잡아본다. 얼굴이 바위에 정면 충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요행히 크게 다친 곳 없이 무릎과 배에 가벼운 타박상만 입고 일어날 수 있었으니 위기일발의 순간에 山神의 가호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스틱과 배낭의 도움을 박은 것인지....
호랑이 샘에서 샘물 한모금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지루한 너덜 비탈길을 올라 점심터를 잡는다.차게 굳은 김밥 몇덩이를 삼키고 따끈한 꽃차,원두커피,강북식 다방커피를 차례로 맛보고 사과도 한조각 보시빋는다.申대장의 따끈한 된장국이 등장할 때가 되었나본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오늘 待望의 백운대 첫등정을 눈앞에 둔 劉프로는 입이 짧은 것인지 김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오가는 인파의 교통체증을 뚫고 1시7분에 백운대에 선다.이름에 걸맞는 구름과 안개가 갑자기 몰려오고 거센 바람 불어와 이곳이 사방 백리중 제일 높은 곳임을 알리는 듯한데 처음 오른다는 劉프로도 무언가 뭉클한 감동을 받는 모양이다.산성주능선 봉우리들의 윤곽만 살펴보다가 위문으로 내려온다.
만경대 능선에서 쇠난간을 잡고 몸부림치니 다시 땀이 흐른다.노적봉 밑에서 하산길을 상의하는데 申대장은 오늘 만큼은 칼바위능선을 반드시 갈 눈치이다.칼바위를 오르되 삼양동으로 가지않고 수유리 4.19탑쪽으로 하산하기로 타협을 한다.柳溪는 마침 밧줄도 있으니 노적봉 본봉우리를 오르자하는데 호응이 시들하다.다들 南모를 염려해서인가...바위에 오르는데 적당한 날씨는 아닌 것도 같고.
용암사터 샘물맛 한모금 맛보고 동장대에 이른다.柳프로가 또 수능 찹쌀떡을 보시해 맛을 보고 칼바위능선길로 접어든다.칼바위 바위의 차진 감촉을 즐기며 전원이 정상부에 모여 앉아 보현봉과 사자능선의 흐름도 살피고 북쪽으로 시선을 준다.백운대,인수봉,만경대가 그림 같이 솟아있고 정가운데 동장대가 아늑한 정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칼바위 능선 제일의 맛이 바로 남쪽에서 올려다보는 세봉우리의 맛이다.중간 뿌리부터 보이는 모습이 장엄하다.
약 1.7km의 4.19탑 하산길이 의외로 호젓하고 아늑하다.낙엽을 밟으며 편한 길을 편하게 내려간다.아카데미 하우스가 나타나고 산행이 끝난다.
허름한 가정집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빈대떡에 손만두로 요기를 하고 칼국수와 수제비로 저녁을 배불리 먹었는데 오늘 劉프로가 처음 백운대에 올라 감동의 탄력을 제대로 받았는지 강남 나가서 제대로 술한잔 하자고 한다.조금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좋은 것이니 근처 생맥주집에서 위스키를 조금 섞은 맥주를 마시며 마감하기로 하는데 이제는 宗山이 탄력을 받는다.
柳溪를 제외하고 전원이 노래방으로 몰려가 전원이 7-8곡씩 부른다.음정,박자 무시하는 南모도 감정만은 살려 본다.그 동안의 경험칙상 노래 실력 수준은 3强(宗山,凡川.劉프로)3中(壽岩,柳溪,明谷),3弱(南嶺,寸哲,允峰)체제인 듯한데 자주 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지만 38打의 사나이 仁松,아이언맨 宵昊,선박맨 鄭프로의 실력도 强수준이고 음주 가무의 無等은 단연 李鍾洙라 하는 것이 사계의 定說이다.壽岩이 强급으로 올려가려고 하는 것인지 제법 많은 레파토리를 선보인다.
12.4(토) 산행은 삼각+도봉 2산 산행이다.관례에 따라 구기동에서 주능선으로 오른 다음 백운대는 생략하고 우이동 하산은 용암문에서 하고 도선사-우이동 구간은 차로 이동하기로 한다.마음의 점은 우이동 식당에서 뜨끈한 국물을 곁드려 찍기로 한다.낮이 짧은 관계로 도봉산에서의 하산코스는 신선대 부근에서 하는 것으로 조정하는데 혹시 모르니 랜턴도 챙기기 바란다.탄력을 받으면 의정부까지 가자는 사람이 나올 수있다.08:00시 구기동 파출소앞에서 시간 엄수 집합하기 바란다.3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은 경복궁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편리할 것이다.
章鉉
2004.11.29 아침
※12월,신년 첫산행 계획
12.4:2산 산행
12.11:관악산 야간 산행(강남지역 야경 구경)
12.18:백두대간 두타-청옥 구간 산행
12.25:근교산 산행(코스는 추후 결정)후 송년 모임
1.1:삼각산 백운대 새해 희망 산행(연신내-백운대-우이동)
※2004년 송년 모임
관례에 따라 12.25일 산행후 저녁 7시에 2호선 교대역 부근 신태평양(횟집)이나 강희제(중국집)에서 하는 것으로 예약 추진중입니다.아주머니들 同伴은 의무사항은 아니고 권장사항입니다.그렇고보니 올해는 아주머니들 처음 모시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