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
베르메르의 모자
티모시 브룩 (지은이) | 박인균 (옮긴이) | 추수밭(청림출판) | 2008-06-25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역사적 프리즘으로 베르메르와 그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베르메르의 그림 안에는 사회적 콘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는 코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가 태어나고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는 데카르트가 ‘가능성의 집합소’라 일컬을 정도로 동서양의 문물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었다. 베르메르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비버 펠트, 중국 자기, 세계지도, 은화 등을 델프트의 거실까지 들어오게 해준 교역망의 확장 과정을 따라간다. 그 와중에 당시 사람들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 동서양 사람들의 세계화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 무역 발전의 빛과 그림자, 난파와 대량학살의 비극, 세계 기후 변화의 패턴 등을 만나게 된다.
1. 델프트의 풍경
2. 베르메르의 모자
3. 과일 접시
4. 세계지도
5. 흡연 학교
6. 은
7. 여정
8. 맺으며_ 인간은 섬이 아니다
감사의 말
권장 도서 및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동서양을 막론하고 17세기를 지배하던 열정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미지의 바닷길’을 찾는 것이었고, 여행과 만남과 새로운 지식을 통해 과거에는 갈 수 없었던 거리를 줄이는 것이었으며, 고향을 등지고 원하는 세계를 찾아나서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17세기 영혼들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던 불이었다. … 그들의 세계, 그리고 빠르게 우리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던 그 세계는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베르메르처럼 고향에만 머물던 화가들까지도 변화의 낌새를 알아차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1. 델프트의 풍경 50쪽) - 알라딘나는 여름만 되면 지금은 오지브웨족 보호 구역이 된 크리스천아일랜드를 찾는다. 아이들이 묻힌 장소를 굽이져 지나는 얼룩진 길을 걸을 때면 1649~1650년의 혹독했던 겨울이 생각나면서 17세기에 출현한 세계적인 교역 및 정복망을 이 숨겨진 장소에 연결하는 거대한 역사의 그물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아이들은 이러한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고리이고, 중국에 이르는 길과 그 대가를 지불할 길을 찾아 필사적이었던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잊힌 희생자이며, 장교의 머리에 베르메르의 모자를 씌운 드라마에 출연한 작은 배우들이다. (2. 베르메르의 모자 89쪽) - 알라딘(중국에서는) 유럽에서처럼 다음에는 더 정확한 지도가 만들어지도록 수정하고 다듬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전통적인 우주론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 문제는 간단했다. 대부분의 중국 선원들이 지도 속 지식을 확인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 상인들은 배를 타고 지구를 돌면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깨달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더군다나 더 넓은 세계에서 이 정보를 가져온 사람들은 결코 신뢰해서는 안 되는 외국인이었다. 그러니 베르메르의 지리학자처럼 누군가에게 실제로 필요한 유용한 지식을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길 원하고, 또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했다. (4. 세계지도 174쪽) - 알라딘“만족할 줄 모르고 이것저것 찾아다니는 브룩의 호기심 덕분에 베르메르의 작은 활동 무대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커다란 세계 역사로 펼쳐진다. 세계의 역사와 베르메르라는 화가에 관해 이보다 더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는 역사서는 없을 것이다.” - 로스 킹(《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브루넬레스키의 돔》 저자)“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베르메르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역사학자와 미술역사학자 모두에게 통찰력을 가져다주고 물질문화를 연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안내해주는 책이다.” - <라이브러리저널>“이 책은 꼭 필요한 내용만 골라 교묘하게 짜맞춘 책 같다. 티머시 브룩은 위대한 화가의 작품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속에서 17세기 무역과 문화 교환이라는 커다란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제시한다. 그야말로 놀랄 만한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다.” - 조너선 스펜스(《왕 여인의 죽음》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저자)“이 책은 대단히 멋진 아이디어를 아름답게 완성했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베르메르의 그림은 티머시 브룩의 손을 통해 과거를 보여주는 창이 되어 전 지구적 교역에 의해 세계가 변화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 톰 스탠디지(《역사 한 잔 하실까요?》 저자)“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티머시 브룩의 책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 독단에 빠져 있던 생각을 비틀고 있다.” - 앤서니 베일리(《베르메르 : 델프트의 풍경》 저자)“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세계적이다. 《베르메르의 모자》는 이러한 사실이 17세기에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면서 값진 역사적 통찰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적 즐거움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 <더워싱턴포스트>“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략은 효과적이고 계몽적이다. 마치 박식하고 친절한 마법사가 이끄는 마법의 양탄자를 탄 것 같다.” - <커커스 리뷰>“브룩은 단순히 세계화의 시작을 그리면서 지금의 세계를 있게 한 힘만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시기적절하게 인류의 상호의존을 일깨워주고 있다.” - <시애틀타임스>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북스 (Books)
저자의 한 마디
전 세계의 다양한 전통 속에 드러난 상징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필요하다. 우리 앞에 나타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 자신까지도 설득해야 한다면 말이다. 이것이 이 책을 쓴 동기이기도 하다. 하나의 종種으로서 세계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과거를 풀어내야 하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다. 그것은 유토피아적인 이상이다. 지금도 깨닫지 못하고 앞으로도 얻지 못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사람의 삶 속에 존재하는 이상이다. (8. 맺으며_ 인간은 섬이 아니다 312~313쪽)그림과 역사를 읽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선
당신은 ‘베르메르’라는 이름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 우선 한동안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팩션과 영화 때문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떠오를 것이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는 소녀의 촉촉한 눈망울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했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 쏟아진 베르메르의 생애와 미학을 다룬 책들은 ‘일상의 소소한 한 장면을 포착해낼 줄 알았던 따뜻한 시선의 작가’ 베르메르를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위작화가로 유명한 반 메헤렌을 비롯해서 끊임없이 이어진 위작 논란과 도난 사건을 다루는 팩션들이 나오고 있는데 베르메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반영하는 듯하다.
그러나 베르메르와 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이것들뿐일까? 만약 그림을 보는 우리의 낡은 습관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의 미학적 공간 안에 갇히거나, 화가 개인에 뒤따르는 사연에만 얽매이지 말고 좀더 눈을 들어 시야를 넓혀보는 건 어떨까? 《베르메르의 모자》는 바로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역사적 프리즘으로 베르메르라는 화가와 그의 그림을 들여다본 책이다. 사실 베르메르의 그림 안에는 사회적 콘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는 코드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17세기 역사로 들어가는 문
티머시 브룩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소녀의 모습보다는 그 귀에 매달린 맑고 커다란 진주 귀고리에, <장교와 웃는 소녀>에서는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보다는 장교가 쓴 화려한 모자에 주목해보길 권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단순한 그림 속 소품이 아니라 어쩌면 화가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을 17세기의 역사로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이다.
베르메르가 태어나고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는 데카르트가 ‘가능성의 집합소’라 일컬을 정도로 동서양의 문물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었고, 그 당시 17세기는 기존의 닫힌 세계관이 열린 세계관으로 변모하는 역사상 아주 중요한 시대였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고리는 단순한 진주가 아니라 단절 없이 이어진 하나의 세계, 서로 비추며 함께 존재하는 만물을 상징하는 요소다. 장교의 화려한 모자 또한 유럽 탐험가들과 북미 원주민의 비버 펠트 교역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유혈사태에 희생된 수많은 아이들의 영혼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다.
우리의 역사가 아닌 게 없다
이처럼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주제와 실제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들을 발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델프트의 풍경>에서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지붕을 찾아내 네덜란드의 번영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동서문화 교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고,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
그림과 역사를 읽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선
당신은 ‘베르메르’라는 이름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 우선 한동안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팩션과 영화 때문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떠오를 것이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는 소녀의 촉촉한 눈망울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했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 쏟아진 베르메르의 생애와 미학을 다룬 책들은 ‘일상의 소소한 한 장면을 포착해낼 줄 알았던 따뜻한 시선의 작가’ 베르메르를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위작화가로 유명한 반 메헤렌을 비롯해서 끊임없이 이어진 위작 논란과 도난 사건을 다루는 팩션들이 나오고 있는데 베르메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반영하는 듯하다.
그러나 베르메르와 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이것들뿐일까? 만약 그림을 보는 우리의 낡은 습관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의 미학적 공간 안에 갇히거나, 화가 개인에 뒤따르는 사연에만 얽매이지 말고 좀더 눈을 들어 시야를 넓혀보는 건 어떨까? 《베르메르의 모자》는 바로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역사적 프리즘으로 베르메르라는 화가와 그의 그림을 들여다본 책이다. 사실 베르메르의 그림 안에는 사회적 콘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는 코드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17세기 역사로 들어가는 문
티머시 브룩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소녀의 모습보다는 그 귀에 매달린 맑고 커다란 진주 귀고리에, <장교와 웃는 소녀>에서는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보다는 장교가 쓴 화려한 모자에 주목해보길 권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단순한 그림 속 소품이 아니라 어쩌면 화가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을 17세기의 역사로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이다.
베르메르가 태어나고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는 데카르트가 ‘가능성의 집합소’라 일컬을 정도로 동서양의 문물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었고, 그 당시 17세기는 기존의 닫힌 세계관이 열린 세계관으로 변모하는 역사상 아주 중요한 시대였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고리는 단순한 진주가 아니라 단절 없이 이어진 하나의 세계, 서로 비추며 함께 존재하는 만물을 상징하는 요소다. 장교의 화려한 모자 또한 유럽 탐험가들과 북미 원주민의 비버 펠트 교역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유혈사태에 희생된 수많은 아이들의 영혼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다.
우리의 역사가 아닌 게 없다
이처럼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주제와 실제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들을 발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델프트의 풍경>에서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지붕을 찾아내 네덜란드의 번영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동서문화 교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고,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젊은 여인>에서는 침대 위에 놓인 중국접시가 어떻게 유럽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델프트의 거실까지 들어오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지리학자>와 <저울을 든 여인>을 통해서는 동양과 서양 사람들에게 세계지도와 은화가 갖는 의미와 그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알아본다. 또한 담뱃대를 물고 있는 중국 신선을 처음으로 그린 델프트 접시에서는 흡연의 역사를, 베르메르와 동시대 인물인 핸드리크 반 데르 부르흐의 <카드놀이>에서는 전지구적 이동의 소용돌이에 희생된 사람들의 사연을 이끌어낸다.
그 와중에 우리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 동서양 사람들의 세계화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 무역 발전의 빛과 그림자, 난파와 대량학살의 비극, 세계 기후 변화의 패턴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선뿐만 아니라 역사를 읽는 새로운 시선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지역의 역사가 다른 모든 지역으로 우리를 연결해주고, 결국에는 전 세계의 역사와 연결해준다는 걸 안다면, 위대한 업적이든 비극적인 대학살이든 어느 하나 우리 유산이 아닌 게 없다”는 저자의 말을 더욱 공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