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버밍햄에서 스코틀랜드까지는 무지 멀기 땜에 중간 기착지로 잉글랜드 북보에 있는 뉴캐슬로 먼저 갔다. 거가에는 마침 동기들이 2명이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뉴캐슬 도시로 진입하기 전에 도로 변에 큰 구조물이 잇다. 이름하여 Angel of North. 프랑스 사람이 설계를 했다. 처음에 지역주민들은 쇳덩어리가 흉물스럽다고 반대했으나 결국 세워진후 세월이 지나자 시민들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을 했다.
사진 : 이 사진 하나 건질려고 낯선 도로를 몇 번 왔다갔다 했다.
지나가다 보니 교회 첨탑에 플랭카드가 붙어잇다. ‘가난으로 하여금 먼 과거 역사가 되게 하라’는 아프라키 가난구제활동 동참 광고. 1 파운드만 내면 손목 팔찌를 해주어, 어린이들을까지 전 영국민이 동참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 어느 지하철 역 앞에 있는 Charles Earl Grey 백작의 동상.
그의 탁월한 개혁입법 노력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동상을 제막했다는 글이 적혀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이 양반 이름을 딴 영국의 대표적 홍차 때문에 이 곳을 찾았다. 얼 그레이차. 중국이 영국과 처음 수교하면서 그 기념으로 그레이 백작에게 차를 선물한 데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홍차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것임을 양해바라며....그나제나 그레이 백작은 고소공포증이 없었을까 ? 저 높은 곳에 홀로 우뚝 서 오랜세월을 꼼짝도 않고 아랫녘을 내려다보는 것도 고역(?)일 것 같다. ‘홍차 맛 어뗘, 디게 맛있제, 그라쟈’ 라고 하는 것 같다.
사진 : 뉴캐슬 왕립극장(Royal Theatre).
친구네 가족은 여기서 아일랜드 댄스도 관람하면서 문화생활을 누렸다고 했다. 영국에 와보면 놀라는 보통 건물 수명들이 수백년이 넘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평균수명이 20년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과사건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내심 부러운 점들이 많다. 수백년이 지난 오래된 건물도 유지보수를 잘 해서 현재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신통했다. 그리고 길 가다보면 자갈길(cobbed way)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고전시대와 현대의 조화랄까 ? 올해 초 이태리를 방문하였을 때 로마시내에 자갈길이 많은 것을 보고, 속으로 법과 도로와 건축물로 유명한 로마이니 그때부터 건설된 도로인가보다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오래된 유적들을 잘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자갈길을 만들어, 도로 바닥 사방으로 차량들의 힘이 분산되게 하여 쿠션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또한 천천히 가게 하는 효과도 노리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자갈길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노력이 섬세하게 베어있었다.
사진 : New castle이 있기 이전의 old castle의 모습
old New Castle은 정복왕 윌리암의 큰아들인 Robert Curthose에 의해 1080년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성루를 찬찬히 보면 성에서 아래쪽으로 화살공격을 할 수 있게 비좁은 틈새가 여러 개 보인다. 순천 낙안읍성에 가도 이런 것은 있는데...일반적인 성곽의 기능이 수비와 공격인데, 적군이 공격해 들러왔을 때는 화살도 쏘고 뜨거운 물도 붓고 그러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이 지역에 대한 로마지지배가 끝난 후 old castle을 재건축해서 지금의 New Castle로 다시 도시가 태어날 수 있었다.
사진 : 뉴캐슬의 영도(?) 다리.
하얀색과 빨간색 테두리의 다리 밑으로 배가 통과할 때면 다리가 빙 한바퀴 돈다고 한다. 이른바 swing bridge. 다리 이름은 까먹었다. 다리 건너편에 있는 힐튼 호텔에서 올해 2월달에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 전당대회를 했다고 한다. 문화시설이 집중된 곳에 근사한 숙박시설들도 있어서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제법 쏠쏠할 것 같다.
이 타인(Tyne) 강에서 올봄 과거 바이킹시대의 범선을 제작해 돛이 긴 Tall ship 배를 진수시키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다이애나의 둘째아들 해리왕자도 참석했다. 상징적인 의미를 실어주었다. 해리왕자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지 않을 수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국 왕실 가족사에서 고 다이아나의 둘째 아들 해리왕자를 매스콤은 유달리 주목하였다. 왜냐면 그가 구설수에 오르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이혼과 죽음을 겪어야 했던 그가, 젊은날 파티에서 나찌완장을 차고 나가 왜 저럴까, 아버지가 둘째 부인(콘월 공작부인)과 결혼해 과연 그가 어떻게 새 엄마를 받아들일까를 궁금해했다. 올해 초에는 학교에서 미술부문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것이 자기 미술교사가 그려준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기도 하고....어린시절 부모로 인해 상처받은 그가 일탈하지 않았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데 9월 15일이 그의 스물한번째 생일이라고 BBC 방송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신문(The Times)에서도 그의 이야기가 두 페이지가 가득하다. 나찌 유니폼 사건에 대해 바로 사과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과거는 과거이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그 일을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했다. 새 어머니에 대해서는 카밀라가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주어서 자신들도 행복하고 오히려 새어머니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면서 카밀라가 사악한 의붓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그가 아프리카 난민구호를 하고 헐벗은 흑인 애들과 뒹굴고 함께 노는 자선 활동 화면이 비쳐지고, 자기 어머니가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한다. 영국 육군사관학교(Sandhurst) 제복을 입은 그를 비쳐준다. 요즘처럼 매스컴에 비쳐지는 이미지가 중요한 때는 없었을 것 같은데, 그의 이미지가 전에는 빗나간 아이처럼 보였는데 그가 백조로 밝혀진 미운 오리새끼 같이 느껴진다. 만들어진 이미지일까, 원래의 인간 헤리의 모습을 진솔하게 제대로 보여준 것일까 ? 약간은 아리송하다.
아무튼 뉴캐슬의 타인강에서 출발해서 노르웨이까지 갔다는 말을 듣고, 장보고의 뱃길과 영산강 복원사업을 떠올렸다.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제패했던 해상무역왕 장보고의 패기를 되살리고, 방조제 공사로 뱃길이 끊어진 그 영산강에 뗏목을 띄워 다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오늘에 되새겨보는 작업,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나도 한번 뗏목을 한번 타보고 떠나 볼꺼나 ?
강변을 산책하다 다리 밑을 지나는데, 갈매기 같은 새의 울음소리가 웅성거린다. 눈을 들어보니 철교 밑에 갈매기들이 똥으로 범벅칠을 해놓았다. 타인 강가의 특별한 새라고 한다(Kittiwake). 영국의 거리를 지나다보면 새똥이 많이 보인다. 공원이나 강변을 걷다보면 카나다 기러기들이 흘려놓은 기러기 똥을 자주 목격한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동상이나 다른 동상의 머리 위에는 꼭 비둘기들이 똥 세례를 퍼부어놓고, 무엄하게도 지엄하신(?) 분들의 머리 꼭대기 위해 버젓이 앉아 있는 재미있는 역설의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디를 가나 다리 밑은 좋은 보금자리임에 틀림없다. 갈곳 없는 품바(?)들은 가마니 거적대기 한 장이면 다리 밑에서 겨울나기가 좋았고, 새들 역시 다리 밑에서 둥지를 틀고, 세금을 안 받아서인지 아무데나 느끼는 데로 흘려놓았다. 초현실주의(?) 감각이다. 어머니 다리 밑에서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날 때 요단강 다리 건너 갈 것이다. 사찰 조경에서도 사찰공간의 중심인 대웅전에 가기 전에 (8개의) 계곡과 (7개의) 다리를 건너가도록 상징화하였다고 하던데...이 다리가 영화 애수에 나오는 템즈강의 워털루 브릿지는 아니지만, 공개된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이 체면과 격식이 갖추려고 노력하지만, 다리 밑에서는 탈속한 범상한 분(?)들의 무위자연함이 아무렇게나 내갈겨져 있다.
사진 : 다리 밑의 새떼 둥지 그리고 새똥, 에딘버러 시내 웰링턴 장군 동상 위에 무엄하게(?) 앉아있는 태평한 새 한 마리. 새똥으로 머리가 하얗게 염색(?)되어 있다.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을 능가하는 것은 역시 자유로운 너뿐이로구다. 사람들은 영웅을 뛰어넘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허나, 새야, 너는 참으로 대단(?)허구나.
사진 : 타인 강을 사이에 두고 밀집해있는 문화시설들
Tyne 강을 사이에 두고 나뉜 두 도시(New Castle과 Gatehead시))가 아름다운 협력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화복합시설들을 강 주변에 밀집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뉴밀레니엄 다리, 미술관, 오른편의 원통형의 최신식 극장, 미술관, 선상 위락시설 등. 사진 오른쪽에 유리로 빛나는 최신식 첨단건물은 Central Complex로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새천년을 맞아 복권기금(lottery fund)과 정부지원으로 건설된 것으로, 음향장치가 최첨단이고,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서 내다보는 광경이 장관이라고 친구가 말해준다. 친구네는 여기서 재즈 공연을 관람했다고 한다. 문화산업이 지역경제를 진흥시키고 지역사회를 발랄한 생동감 넘치는 도시로 만드는 촉매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런던에서 볼 수 있는 그 이상의 문화공연을 볼 수 있다니,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에 지역문화를 통한 지역의 활성화가 돗보인다. 이전에는 경기침체로 고생을 했다는데, 문화를 매개로 한 지역의 주력산업이 되면서 문화수준도 더불어 향상되었다고 한다.
사진 : 밀레니엄 브릿지
밀레니엄 브릿지(Millenium Bridge). 큰 배가 통과할 때는 다리가 한 바퀴 회전한다고 한다. 강가의 엄청 큰 배는 뉴캐슬대학의 해양구조선이라고 한다. 작은 강에 해군 구축함(?) 같이 큰 배가 정박할 수 있다니, 도대체 수심이 얼마나 깊길래....- 이 밀레니엄 다리도 새천년 맞이하여 시에서 건설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다른 나라에 많이 있다고 시민들이 건설을 반대했으나, 일단 만들고 나니까 반대가 수그러졌다고 한다. 밤에 불이 들어오면 멋있다고...
사진 : 밀레니엄 브릿지 남단에 위치한 미술관.
이 미술관은 과거의 제분소를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건물벽 위에 Baltic Flour Mill Co. 이름이 선명하다. 내가 있는 버밍햄시내에도 왕년의 빵공장을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Custard Factory이다. 한 젊은 예술가의 치밀한 기획과 감수성에 의하여, 이전에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어두운 공간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찾아가는 젊은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런던의 Tate Modern Gallery 역시 과거 칙칙했던 발전소 건물을 해체하고 터빈을 뜯어내고 거기에 오늘날 런던시민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문화명물로 바꾸어놓은 곳이다. 템즈강 위의 많은 다리 중에서 사람들만이 통행하는 첫 번째 다리인 뉴밀레니엄 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템즈강 좌우에 테이트 모던 갤러리와 성 바울 성당이 있다. 또한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 역시 기차역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역시 문화는 건물의 외형보다 그 안에 무엇을 담았는냐 하는 컨텐츠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해본다.
첫댓글 서교수 사진을 아래 기본앨범에 먼저 올리고 복사해서 올려보세요 그럼 없어지지않는데요
오랜만입니다. 여름잠이 꽤 길었나 봅니다. 새똥 사진이 궁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