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프랑스 오픈 여자부 우승자는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선수로 확정되었다.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 '프랑스 오픈'(남녀총상금 1천 6백만 달러) 여자 4강전에서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 6번 시드)와 엘레나 디멘티에바(러시아, 9번 시드)가 모두 승리를 거두고, 5일 벌어질 결승전에서 생애 첫 그랜드 슬램 우승컵을 향한 러시아 선수끼리의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
파올라 수아레스(아르헨티나, 14번 시드)를 4강전에서 맞은 디멘티에바는 첫세트를 퍼펙트로 잡고 두번 째 세트에서 5-5가 되었으나 더블폴트에 이은 연속 실책을 범한 수아레스를 결국 2(6-0 7-5)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양 선수는 모두 합쳐 69개의 실책과 단 25개의 위너만을 나타내는 졸전을 치러, 준결승다운 경기를 기대한 관중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또 다른 4강전에서 미스키나는 이날 강약을 조절한 정확하고 예리한 샷으로 2001년 우승자인 제니퍼 카프리아티(미국, 7번 시드)의 파워를 무너뜨리며 2(6-2 6-2)0의 낙승을 거뒀다.
2001년에 이어 3년만에 결승진출을 노렸던 카프리아티는 미스키나의 좌우 각도 깊은 샷에 고전하며 실책을 연발, 36개의 실책에 위너는 단 11개만을 뽑아내는 실망스런 경기를 보여주었다.
미스키나는 "러시아 선수끼리 결승전을 갖게 됨으로써 내가 여전히 이곳 파리에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 둘에겐 멋진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스키나와 디멘티에바는 어린시절부터 마라트 사핀(러시아)의 어머니에게서 테니스를 배우며 함께 자라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아는 절친한 친구사이.
양 선수의 투어 상대 전적은 4승 3패로 디멘티에바의 근소 우위이나 클레이 코트에서의 두차례 승부는 모두 미스키나가 승리했으며 7번의 대전 중 6번이 3세트만에 끝나는 백중세를 보여왔다. 이로써 2004 프랑스 오픈 여자부 결승전에서는 누가 이기든 사상 첫 러시아 여자 선수의 그랜드 슬램 우승으로 기록된다. 그동안 러시아 여자 선수의 그랜드 슬램 최고 성적은 디멘티에바의 코치인 올가 모로조바의 1974년 윔블던 준우승과 나탈리아 즈보나레바(벨로루시)가 구소비에트연방시절인 1988년 이룩했던 프랑스 오픈 준우승.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들이 도중하차 하긴 했으나 러시아 선수들의 최근 그랜드슬램 우승 임박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작년부터 '러시아 군단'으로 불리워지는 일련의 러시아 여자선수들이 WTA 여자 테니스계의 상위 랭킹에 진입하며 전면에 부상할 기미를 보였었다.
러시아는 현재 WTA 20위 이내에 6명이 진입하여 전통적인 강호 미국과 세계 탑랭커인 벨기에 듀오와 함께 여자 테니스계를 3파전 구도로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1, 2: (c) AP Photo/Christophe Ena 4강전에서 서브를 선보이는 디멘티에바(위)와 미스키나(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