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꽃 이효상입니다.
오늘은 비가 왔어요.
출근할 때 잠깐 안 오더니, 근무 중에는 계속 오더군요.
그리고, 집에 갈 때쯤 그치구요.
마침 포장한 바닥에 물청소를 해야 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하네요.
일찍 집에 들어오니,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네요.
뭐라고 자꾸 말하고 싶은데,
혼자 브라질 축구전을 보고 있으니, 계속 옆에서 말을 걸으시네요.
그러다가 '다담스럽다'는 낱말을 쓰셨어요.
함께 저녁을 먹다가 할머니가 음식을 다담스럽게 하셨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물었지요...
'다담스럽다'가 뭐에요?
음,... 작은 것이라도 그 가치가 드러나게 하는 거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음식을 만드실 때,
김치 하나, 밥 한 그릇을 아주 소중히, 다담스럽게 만들어주셨단다.
잊어먹을까싶어 이렇게 글 올립니다.
성당다음까페를 안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나서
누리그물 여행을 할 곳이 적어졌네요.
그래도 누리그물 한말글 모임에 깨끗한 글 한 편이 올라와 있어 함께 보냅니다.
좋은 하루^^
< 한글만 쓰기에 대한 몇 가지 개념 >
한자(한자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한자어가 그리도 조어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473개밖에 안 되는 한자음,
거기에다가 여러 음운 규칙으로 인해 변별력이 없어지는 소리로 인해,
실제로 우리말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자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말에서 한자어는 '팔다'와 '사다', '주다'와 '받다'가
같은 소리로 발음되는 등 치명적인 결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글자인 한글만을 전용하는 것은, 이런 죽은 말들을 우리말에서 몰아내고
새로운 우리말을 살아나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한자가 우리 전통이라고는 흔히들 말하나, 한자파들이 한자 학습의 필요성으로
그렇게도 내세우는 수많은 한자어(특히 학문 용어)들은, 사실 우리가 중국,
일본 학자들이 만든 용어를 손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베껴 온 것입니다.
그런 일제 찌꺼기를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일상 생활에서
까지 한자를 섞어 써야겠습니까?
한자는 누가 뭐라고 하든, 원시적인 문자이며, 예나 지금이나 컴퓨터를 무겁게
만들고 기계화와 정보화를 늦추는 암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글만 쓰기는 토박이말 살려 쓰기를 지향하지만, 한자어 폐지와 토박이말 전용을
표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자파들이 잘 거는 고전적인 말장난 중 하나가 "한글 전용 = 토박이말 전용"
입니다. 한자를 아는 것이 국어를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한자파들의 전형적인 전략 중 하나는 '한자어'와 '한자'를 문맥에 따라 원하는
대로 섞어 쓰는 것입니다.
우리는 '감정'이란 단어가 '느낌'(주로 이성의반대말)이란 뜻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원망하는 마음'(나한테 감정 있나?)이란 뜻이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또한, "핵 융합"의 '융'과 "금융", "융통" 같은 단어의 "융"이 같은 형태소임을
아는 것은 국어를 잘 아는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형태소를 한자로 쓸 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자파들은 한자를 통하지 않고는 국어를 알 수 없다고 걱정합니다.
별 걱정을 다 합니다.
그런 사람들치고 한글 맞춤법을 잘 알고, 기본적인 국어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한자어든 토박이말이든 그 단어의 정확한 뜻과 용법을 알려면 국어 사전 찾아
보는 걸 생활화해야 합니다.
한글만 쓰기는 한자만 안 쓰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한글만 쓰기를 가장 힘들게 하고 있는 존재는 한자보다도 영어 단어,
특히 로마자 약어입니다. 한자만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단어들도 그 발음을
한글로 써야 하고, 로마자 약어도 가능한 한 한글로 적어야 합니다.
한 나라(문화, 언어)의 문자는 하나인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지극히 정상입니다.
한글의 단점은 한글로 보완해야 합니다.
한글은 이미 홀로 글살이를 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문자임이 입증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가나, 한자, 로마자를 잔뜩 섞어 가며 글살이를 하는 것은,
그것이 능률적이고 편해서가 아니라, 자기 고유 문자인 가나가 그만큼
불완전하고 부족해서입니다. (너무 길어진다, 시각성이 떨어진다 등..)
미국의 글살이를 보십시오. 어학 교재가 아닌 이상 외국의 단어나 글자도 모조리
소리를 로마자만으로 적어냅니다. 한글보다 표음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문자를
쓰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는 대문자, 진하게, 이탤릭 등 여러 가지 효과로
자기 글자의 시각성을 높입니다. (고유명사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영어가 아닌
외래어는 이탤릭체로 등..)
이것이 바람직한 글살이입니다. 한글도 고유명사 뒤에 별표 찍기, 윗점 달기,
밑줄, 풀어쓰기/모아쓰기, 세벌 글꼴/네모꼴 글꼴 등 독자적으로 변별력을 높이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글의 기능성을 높이는 것은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입니다.
한글/한자 문제는 단순히 글자를 쓰고 안 쓰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겨레의 줏대 문제이고 자존심 문제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 나라가 자기 고유 문자만으로 자기 고유 언어를 받아
적는 것은 지극히, 너무나 당연한 모습입니다. 우리 나라 지식층들 대부분은
눈이 멀어서 이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있습니다.
한글 전용은 참으로 500년이나 늦게, 너무나 늦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삶과 사랑이 있는 한 너무 늦은 것은 없다.
꿈은 꾸는 것, 꿈은 찾아가는 것,...
용서할 수 있는 힘만큼 스스로의 일을 할 수 있다.
한 끼를 굶으면 평생을 못 찾아 먹는다.
저장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말자.
머리가 들어가면, 몸은 따라 들어간다.
♡♥♡♥♡♥♡♥♡♥♡♥♡♥♡♥♡♥♡♥♡♥2002. 11. 20. 들꽃 이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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