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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종지강연
백포 서일 지음
대종교 중광할 때에 홍암대종사께서 오대종지를 발포하시고 뒤에 백포 종사께서 아래와 같이 강연하시었다.
종지강연
머리말
우리 홍암 대종사께서 일쯕 한배검의 묵계(黙契)를 받으사 한얼의 큰 도를 펴실새 다섯 가지 종지로써 가르치시니 첫째는 공경으로 한얼을 받들 것이오 둘째는 정성으로 성품을 닦을 것이오 셋째는 사랑으로 겨레를 합할 것이오 넷째는 고요함으로 행복을 구할 것이오 다섯째는 부지런으로 살림을 힘쓸 것이다. 무릇 교인된 이들이 다섯 종지의 이름은 다 알건마는 그 진실한 이치는 깨닫는 이는 적을 지라. 그러므로 이미 대종사 앞에서 보고 들은 말씀을 대강 적으니 이것이 혹 대종사의 가르치심에 만일의 도움이 될까 바라는 바이로다.
◎ 첫째, 공경으로 한얼을 받들것
우리 사람은 조화에 의지하여 대대로 자손이 늘어가며 교화에 의지하여 온갖 이치를 깨달으며 치화에 의지하여 나라의 살림을 이루나니 이 세 가지를 완전하게 얻었으므로 사람이 만물 가운데 가장 영수(靈秀)한 것이니라. 사람된 근본을 앎으로서 영수함이오 사람할 직분을 앎으로서 영수함이며 사람의 자격을 지키고 사람의 권리를 부림으로서 영수함이니 우리의 근본은 한울이오 한울의 임자는 한얼이시니라. 우리 한배검께서는 조화를 차지하사 ‘한울나라’를 열어서 만물을 만드시고 교화를 차지하사 한얼의 도를 펴서 만민을 가르치시고 치화를 차지하사 다섯 일(곡식,명령,질병,형벌,선악)로서 ‘아홉겨레’(황,백,적,남,풍 ,양,간,방,견)을 다스리시니 그 몸으로는 한님[상제(上帝)]이시오 그 쓰임으로는 세검 곧 삼신[三神 임(因) 웅(雄) 검(儉) 이시니라.
그러므로 조화의 비롯도 우리 한배시며 교화의 비롯도 우리 한배시며 치화의 비롯도 우리 한배시니 가로 한울의 위 아래 및 넷 녘과 세로 천만고의 신간에 무엇이든지 우리 한배의 먼저는 없나니라. 구름 비 바람 우레와 해 달 별들을 차지한 신장 선관이 다 한배검의 부리심이며 공자 노자와 석가 예수같은 성철들도 다 한배검의 나누심이며 부여 숙신 예 맥의 전해오는 풍속이 다 한배검의 끼치심이니 그 자리는 지극히 높으사 우이 없으시며 그 덕은 지극히 둥그사 치우침이 없으시니라.
지극히 높으신 자리로서 지극히 둥그신 덕을 베프사대 사람이 그 크심을 깨닫지 못하며 아침 해와 간이 고우신 빛으로 온누리에 쪼히사대 사람이 그 밝으심을 알지 못하며 보려하되 얼굴이 없으시고 들으려하되 소리가 없으심으로 사람이 그 친할바를 얻지 못하며 착한이에게 행복을 주시고 악한이에게 재앙을 나리사대 사람이 그 오는바를 살피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뭇사람은 아득한 속에서 점점 그 근본을 잊어버리나니라. 사람이 되어 그 근본을 잊으면 짐승과 다름이 없나니, 가장 영수한 것은 무엇이며 가장 신성한 것은 무엇인가? 만일 이같을 진대 불효와 불경이 온누리에 가득차서 마침내 사람의 도가 끊어지고야 말것이니 대개 뿌리없는 나무가 시들지 아니할 수 없고 근원없는 물이 잦아들지 아니할 수 없나니라.
선철(先哲)이 이것을 근심하사 한얼의 도를 밝히시어 뭇사람을 건지시되 곧 근본에 돌아오게 하시었나니 만일 사람의 비롯과 도덕의 근원을 알고자하면 반드시 우리 역사의 한 옛날에 찾을지로다. 한 옛날 우리 겨레가 아홉으로 나누어서 늘어감은 많았으나 오직 어리석고 어두우므로 그 입은 것은 풀이며 그 사는 데가 둥이나 구멍이러니라
한님께서 이를 가엾게 보시고 한얼로서 사람이 되시어 태백산에 나리사 곧 한울과 한얼과 한울집과 누리와 참이치의 다섯 가지를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또 곡식과 명령과 질병과 형벌과 선악의 다섯 가지 일로써 다르시리니 이리하여 우리 인간에는 비로소 음식과 의복과 거처의 제도가 짜이고 더구나 남녀와 부자와 군신의 윤리가 밝은지라. 이로부터 우리 겨레는 영수한 값과 신성한 자리를 일찍 얻었나니라.
우리의 한몸을 돌아보자 한 덩이 살과 한 점의 피도 다 한배검의 끼치심이며 한 말씀과 한 거름도 다 한배검의 기르심이며 한 자 베와 한 홉 쌀도 다 한배검의 점지하심이니 언제든지 한배검의 높으신 음덕을 잊지 못할 것이다. 10월 초사흘 날은 한배검께서 처음 한울로 나리신 날이니 이날을 개천절이라 하고 3월 보름날은 한배검께서 다시 한울에 오르신 날이니 이 날을 어천절이라 한다. 그러면 개천절은 곧 우리 인간의 어두움을 깨트리는 날이오. 어천절은 곧 이 세상이 밝어짐을 증명하는 날이라. 이미 사람으로 되어있는 우리로서 마땅히 이 날을 기념하고 반드시 이 날을 경축할지니라.
한배검의 나리시던 땅에서 나아자라며 한배검의 점지하신 옷 밥을 입고 먹으며 한배검의 끼쳐주신 살림살이를 받아오면서도 그 갸륵하신 은덕을 모른다면 어찌 그 옳을까. 어베에게 효도롭지 못하고 윤리에 어두운 자는 한배님의 사랑받는 자손이 아니요, 나라에 충성치 못하고 동포를 해하는 자는 한배검의 끼치신 백성이 아니며 성품을 닦지 못하고 인도에 어기운 자는 한배웅을 믿는 무리가 아니니라.
그 어버이에게 죄를 지은자는 한 고을에 용납지 못하고 그 나라에 죄를 지은자는 이 세상에 용납지 못하거든, 하물며 한우에 계시사 듣․ 보심을 한으로 하시는 한님께 죄를 얻으면 온누리가 비록 넓다하나 어데가서 용납함을 바랄까. 정성과 공경이 없는 무리는 모두 한님께 죄를 짓는 자이니라. 죄가 되는 줄 알거든 그것을 빨리 고치라.
우리 한배검께서는 우리의 허물없음을 귀히 여기실 뿐 아니라 우리가 능히 허물 고치는 것을 더욱 귀히 여기시나니라. 공경은 겉으로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맘 속에 쌓여서 어느 때 어느 곳 할 것 없이 늘 생각하되 조금도 사특함이 없는 것이니 사람되어 한얼을 받들매 어찌 공경하지 아니하랴. 자손되어 한배를 믿으매 어찌 정성하지 아니하랴. 오직 참되고 뜨거운 마음으로 어서 근본에 돌아오라.
◎ 정성으로 성품을 닦을 것
사람의 성품은 한얼께 받은바라. 그 바탕은 비고 둥글므로 온갖 이치를 다 갖추었는데 그 마음이 성품에 의지하여 모든 경우를 따라서 항상 움직이나니라. 한얼이 태여주심과 만물이 받아가짐은 한 가지 성품이로되 오직 사람이 이것을 온전하게 얻었으므로 조금도 치우침이 없으며 이것을 잘 닦아 트이면 길우이 막히지 아니하여 오직 하나이오 둘이 없는 ‘상등철인’이 되나니라.
마음이 성품에 의지하여 움직임은 마치 구름이 한울에 의지하여 일어남과 같으니 한울이 비고 둥글지 아니하면 구름의 변화를 내지 못할것이오 성품이 비고 둥글지 아니하면 마음의 변동이 생기지 못할 것이다. 미친 바람과 모진 우레가 서로 부디치어 한울을 어지럽게 하면 맑은 김이 짙은 안개가 되고 붉은 놀이 검은 구름으로 변하여 비 우박과 눈 서리가 사나웁게 나리나니 대개 인정 물욕이 사람의 마음을 흐리게 함도 또한 이러하니라.
대저 마음에는 착함과 악함이 있으며 김에는 맑음과 흐림이 있으며 몸에는 두터움과 엷음이 있으되 다시 느낌과 숨쉼과 부딪침의 여러 가지 가달로 나누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좇을바를 알지 못하게 하나니 이것은 마음 구멍에 인정 물욕이 가리워서 능히 착함음 취하고 악함을 버리는 슬기가 나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한울나라’가 멀리 있다 이르지 말지어다 나의 몸가에 둘렸나니라. ‘한얼마을’이 밖에 있다 이르지 말지어다 너의 골속에 나려졌나니라. 그런즉 우리는 성품을 닦으되 멀리 생각하지 말며 밖에 찾지 말고 오직 제 몸에 도리키어 살피지니, 나의 몸은 곧 ‘얼나라’이오 나의 골을 곧 ‘한울집’이로다.
흐린 안개와 모진 불꽃이 한울에 가득 찰지라도 그 빈대는 아무 해됨이 없으며 어즈러운 티끌과 짙은 구름이 해를 가리울지라도 그 밝은 빛은 조금도 감함이 없으니 만일 좋은 바람이 한 번 불어 그 독한 기운을 흩어버리면 텡하게 빈 한울과 환하게 밝은 햇빛이 그대로 다시 나타날지라. 사람의 ‘맘구멍’에 가리운 인정 물욕을 물리치고 성품의 ‘본자리’를 트임도 또한 이러하니라.
성품을 닦는 방법은 세가지 있으니 느낌을 그침과 숨쉬힘을 고룸과 부딪침을 금하는 것이다. 선철이 이르사되 “느낌을 그치면 마음이 평하고 숨쉬힘을 고루면 김이 화(和)하고 부딪침을 금하면 몸이 편안하니. 이 세가지 법은 ‘망적고마(妄賊苦魔)’를 막는 날카로운 장기라”하시니라.
아홉 길되는 메를 쌓다가도 한 삼태기가 적으매 공이 이지러지고 천리 되는 길을 가다가 한 걸음이 더디매 목적을 달하지 못하나니. 성품을 닦음도 이와 같아서 중도(中途)데서 돌아서면 다시 막힘에 이르나니라. 다만 닦을 줄 아는 것만이 귀함이 아니라 닦음을 잘 행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움이니 한결같은 정성이 있는 뒤에야 비로서 닦는 길에 나아갈지니라. 이 길에 나아가려면 한 걸음이라도 멈추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대개 이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서 올라가면 필경은 ‘한얼지경’에 다다르고 나려가면 필경은 ‘마귀지경’에 떨어지나니 ‘한얼지경’은 오직 착할 뿐이오 ‘마귀지경’은 오직 악할 뿐이다. 진리찬(眞理贊)에 가로사대 “셋을 모여 하나에 돌아가니 아득함과 깨달음이 길을 갈랐다”하셨나니라.
크고 밝은 3․1의 이치는 뭇사람으로 철인이 되게하는 큰 문(門)이오 한 길이니 한결같은 정성으로 끊임없이 닦으면 필경은 바로 만선계(萬善階) 에 올라서 곧게 만덕문(萬德門)으로 들어갈지라. 우리 한배검께서는 그들의 공덕을 아름답게 여기사 한울의 쾌락을 길이 누리게 하시나니라.
정성은 한결같은 뜻을 이름이오 닦음은 되어가는 바를 이름이라 잠시도 멈춤도 없고 한 자국도 물러감도 없이 오직 나아갈 뿐이며 나울나울 되어갈 뿐이다. 곧 한가지 착함을 행하므로 비롯하여 백 가지 천 가지 만 가지의 착함을 쌓아 얻음은 나아가는 것이오 가달을 돌이켜 참함에 나아가며 참함을 돌이켜 한얼에 나아감은 되어가는 것이니라. 착한 행실도 삼백 예순 여섯이오 좋은 일도 삼백 예순 여섯이라. 오늘부터 비롯하여 오는 해 오늘가지 말지 아니하고 닦으며 공덕이 저절로 완전함에 이를지라. 만일 하루라도 게으름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이지러지나니라.
정성은 곧 공덕을 이루는 근본이라. 그러므로 참저성은 능히 한얼을 느끼시게 하며 능히 새와 짐승을 길드리며 능히 쇠와 돌을 뚫으나니 본 성품을 찾으려하는 이가 어찌 닦지 아니하랴! 어찌 정성스럽지 아니하랴!
◎ 사랑으로 겨레를 합할 것
한 옛날에 우리 인간이 ‘땅누리’의 동녘에서 아홉 겨레로서 불었나니 그 근본은 조화를 차지하옵신 한임(桓因)이오 한임은 곧 우리 한배검이시라. 우리는 바로 한임의 핏줄을 잇어오는 ‘한겨레’이오 또한 한배검의 고우신 빛을 먼저 받은 ‘배달나라’ 백성이오 더욱이 ‘한울메’의 남북 만 여 리에 버려있던 삼천단부의 옛 터전을 지키어 오는 조선사람이로다. 한 뿌리의 나무가 천지 만엽으로 뻗어 나가며 천파 만류로 흐르는 물이 동녘 바다에 돌아감과 같이 우리 인간의 비롯은 한배검 곧 한임의 갸륵하신 사랑의 빛이니 필경은 온누리가 ‘한나라로’ 돌아올지니라.
이미 한얼께 받은 바 성품이 한 가지므로 동류끼리 서로 모여사는 버룻이 저절로 있으며 또한 한배검의 사랑 가운데서 나아자랐으므로 오직 참되고 거짓없는 마음을 지니었나니 이 성품과 이 마음은 족히 겨레를 합할만 한 바탕이니라
나의 한 몸이 중간에 서서 조상과 자손을 세어보면 위로는 늘 갑절로만 더하게 되나니 대개 부모가 두분이시오 부모의 부모가 또한 두 분씩이라. 이와 같이 거슬러서 백천 만대의 우에 이르면 조상의 수가 셈없을 지며 또는 자녀가 모두 얼마인데 자녀의 자녀가 또한 얼마나 되는가. 이와 같이 늘어가서 백천 만대의 아래에 이르면 자손의 수가 셈없을지라. 이로써 미루어 보면 우리 한배검의 자손인 형제 자매의 수가 또한 한량이 없을지로다.
우리 형제 자매는 한배검의 같은 사랑을 받아오는 자손들이라. 마땅히 한배검의 뜻을 본받아서 서로 공경하며 서로 사랑하여 ‘한겨레’는 늘 친목하고 온누리가 더 평화롭게 힘쓸지어다. 아우의 경사는 형님의 기쁨이며 누님의 슬픔은 누이의 근심이니 한 아우의 나쁨으로서 여러 형님에게 근심을 주지말며 한 누이의 즐거움으로서 여러 누님의 기쁨이 되게하라.
사람의 힘으로서 능히 우리 인간에 모든 불평을 쓸어버리고 이 세상에 많은 행복을 불러오게 함음 오직 믿음과 사랑으로서 제 동포를 아끼는 착한 마음에 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마음을 가져야하고 사람마다 이 마음을 다 지닌다면 가족으로 집집이 흥왕할 것이오 민족으로 나라마다 부강할 것이오 인류로는 온누리가 평화하리니. 우리 인간의 참 자유와 이 세상의 참 문명이 다 여기에 있을지로다.
한배검의 은덕을 잊어버린 이는 겨레를 사랑하지 못하고 한얼의 도를 깨달음이 없는 이는 겨레를 사랑하지 못하며 마음이 거만하여 욕심이 많은 이는 겨레를 사랑하지 못하고 몸이 사치하여 게으른 이는 겨레를 사랑하지 못하나니. 그 심덕은 능히 사람을 용서하며 그 정성은 능히 한얼을 감동하는 이라야 참으로 겨레를 사랑할지니라. 한 집이 어지러우면 이웃집의 없우임을 받으며, 한 마을이 어즈러운면 이웃 마을이 없수임을 받으며 한 나라가 어즈러우면 이웃 나라의 없우임을 받으니. 같은 사람 같은 겨레로써 이런 경우를 당하면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랴.
개미와 꿀벌을 동물 가운데 가장 적은 것이로되 그 단체의 힘으로써 안에는 차례있는 사회를 이루었고 밖으론 까닭없는 남의 침해를 힘써 막나니. 만물 가운데 가장 영수하노라 자랑하는 우리 인간이 되어 담안에서 서로 다투다가 제 손으로 제 집을 헐어버리면 저 벌레를 보기에도 매우 부끄러울지니라.
나의 공경하는 우리 동포들이여! 자유와 문명을 자랑하려면 반드시 겨레를 합할 것이오 한 맘 한 뜻으로 겨레를 합하려면 마땅히 뜨거운 사랑을 서로 베풀지어다. 그리하면 우리 한배검께서 사랑에 사랑을 더하사 따뜻한 빛은 때때로 쪼히시고 단 이슬은 나날이 드리우실지로다.
한님께서는 밝으시게 우에 계시사 우리 인간의 먹은 마음과 하는 일을 거울같이 살피시나니. 만일 한 사람의 착함이 있어도 뭇 백성에게 권면이라 하여 행복을 골고루 주시며 혹시 한 사람만 악함이 있어도 모든 무리가 말리지 못하였다하여 죄벌을 함께 나리시나니. 어찌 두렵지 아니한가! 우리 ‘한겨레’는 어느 때나 어디서든지 착한이를 보거든 서로 권면하며 악한이를 보거든 서로 경계하여 조금이라도 서로 속이지 말며 비웃지 말며 없우이 말며 해롭게 말자. 그리하여 사람사람이 서로 미뻐함으로 얻으면 온누리가 한덩이 ‘꽃동산'이 되어서 우리 한님의 크시고 고우신 사랑의 빛을 길이 받을지로다.
◎ 고요하므로 행복을 구할 것
진리훈(眞理訓)에 가로사대 “맘은 성품에 의지하여 착함과 악함이 있으니 착하면 복되고 악하면 화된다” 하시니라. 대개 착하고 악함을 제 맘대로 하여 복이나 화이나를 부름은 사람의 일이오 착하면 복주시고 악하면 화주시되 털끝만치라도 사정이 없음은 한울이 법률이니라. 한울의 도는 치우침이 없나니 그 기쁨은 봄바람의 화창함이오 그 밝음은 가을 볕의 결백함이라. 이에 낯하면 따뜻하며 환하고 이를 등지면 차며 어둡나니 이 사랑의 빛을 받고저 하는 이는 반드시 본성품에서 찾을 것이오 함부로 달아나지 말지니라.
만일 한얼의 도에 어기우면 누른 금을 입고 흰 옥을 먹어도 복됨이 아니며 흰털이 다시 검고 빠진 이가 다시 났더라도 수함이 아니며 벼슬이 일품이오 훈장을 찾더라도 귀함이 아니라. 오직 도덕을 닦아서 공명을 이룬 뒤에야 비로서 참된 행복을 누리나니라.
그러므로 튼튼한 몸에 맑은 정신을 지니어서 도를 닦고 공을 이룸에 아무 부족한 것이 없음이 참으로 귀함이오. 밝은 슬기는 인간을 위하여 이 세상 문명이 더욱 늘게하고 꽃다운 이름은 후세에 전하여 그이의 공덕을 늘 기리게 됨이 참으로 수함이며, 착한 마음을 넓게 베풀어서 뭇사람이 괴로움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큰 덕이 멀리 흘러서 온누리가 한가지로 즐겁게 함이 참으로 복됨이니. 이것은 다 나에게 있고 다른데 없는 것이라. 어즈러이 밖으로 찾지말고 고요히 안에서 구할것이니라.
사람의 행복은 한 말씀 한 행위로 얻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고요하게 닦는 것이오 사람의 환란도 하루 아침 저녁에 받는 것이 아니라 오랜 동안에 어즈럽게 싸운 것이로다. 능히 인류의 환란을 구원하는 이는 반드시 온누리의 행복을 누릴 것이오 능히 민족의 환란을 구원하는 이는 반드시 그 나라의 행복을 받을 것이오 능히 가족의 환란을 구원하는 이는 반드시 그 집의 행복을 받을 것이라. 이른바 “큰 정성에 복이 있다”함이 이것이니라. 거울같은 ‘가을달’도 흐린 못에는 잘 비취지 아니하며, 기름같은 ‘봄비’도 굳은 땅에는 잘 적시지 못하나니. 오직 맑은 물이라야 달빛을 잘 받으며 오직 살찐 흙에라야 빗물이 잘 잡아드나니라.
우리 인간의 원하고 구하는 바 행복은 오직 한배검의 사랑의 빛이니. 그 밝으심은 '가을달’에 지나고 그 무젖음은 ‘봄비’와 같은지라. 우리들의 고요한 맘은 맑은 물과 같아 흐리지 말며, 한결같은 정성은 살진 흙과 같아 굳지 말것이다. 악한 사람이 자손많다 부러워말라. 길가에 쓴 매실과 같아 그 열매를 먹지 못하나니라. 악한 사람이 오래산다 기리지말라. 빈터에 꾀똥나무와 같아 그 재목을 쓸대가 없나니라. 악한 사람이 부귀하다 자랑하지 말라. 늦은 봄에 버들개지와 같아 바람 앞에 흩어지기 쉬우니라. 착한 사람이 받는 바 행복은 이와 다르니. 그 자손이 늘어감은 욋넌출의 뻗음이오. 그 몸이 장수함은 소나무의 빼남이오 그 이름이 나타남은 무궁화의 아름다움이니라.
장하도다! 한울에서 실행하는 법률이여. 천백 대에 베풀되 치우침이 없으며 크도다! 한님께서 차지하신 행복이여 만억 사람에게 주시되 모자람이 없나니라. 오직 즐거움만 있고 아무 괴로움은 없어서 길이 한울 복락을 누리는 이는 반드시 성품을 트이고 목숨을 알고 정기를 지니는 영철들이시라. 우리들도 이와 같은 행복을 받으려면 반드시 이것을 담을 만한 그릇을 준비할지니. 이 그릇을 만들 때에 그 형상은 비뚤지 말라. 비뚤면 복이 기우러질지며, 그 용적은 옅게말라 옅으면 복이 적을 것이오 또 안에는 채우지 말자 채우면 복이 넘을지며 밖으로 틈내지말라 틈나면 복이 샐것이다. 오직 바르고 곧으므로서 바탕을 삼으로 둥글고 모나므로써 형상을 지으며 깊고 넓으므로써 용적을 만들되 안은 텡하고 밖은 튼튼하게 할지니라.
한님께서 주시는 행복은 우리들의 준비한 그릇대로 담길지니 둥근 그릇에는 성품을 트여서 길이 막히지 아니할 ‘상등철인’의 복을 받을 것이오, 네모난 그릇에는 목숨을 알아서 길이 어리석지 아니할 ‘중등철인’의 복을 받을 것이오, 셋뿔난 그릇에는 정기를 지니어서 길이 없어지지 아니할 ‘하등철인’의 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비뚤고 튼튼하지 못한 그릇에는 나아․ 자라․ 늙어․ 앓어․ 죽어지는 다섯가지 괴로움이 가득 찰지니라.
한님께서는 우리들의 마음과 몸에 대한 일동 일정을 낱낱이 굽어 살피시므로 털끝만치라도 감히 속일 수 없나니. 만일 우리들이 게으르고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차마 못할 일을 하면 한님께옵서 곧 노염이 계실 것이오 또 우리들이 착하고 용서하는 마음과 부지런하고 힘써하는 행위를 가진다면 한님께옵서 곧 기쁨이 계실 것이다. 노염이 계시되 그 허물을 고칠줄 모르는 이에게 반드시 벌이 있고 기쁨이 계시되 그 정성이 쉬지 않은 이에게 반드시 상이 있나니라.
◎ 다섯째, 부지런으로 살림을 힘쓸 것.
살림은 우리 ‘인간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 배를 불리는 음식과 몸을 가리우는 의복과 가족이 모이어 사는 집이 다 중요한 부분일 뿐 아니라 한얼의 도를 닦고 사람의 의무를 다함에는 한 시간이라도 헛되게 보낼 수 없으며 무슨 일이든지 등한히 볼 것이 아니니라. 우리 인간의 생명을 잇어가기 위하여는 한 초 동안이라도 쉴틈 없이 활동하여야 될것이다. 만일 한 끼라도 먹지 못하면 몸이 편치 못할지며 더구나 한얼의 도를 모르면 서로 이아치어 인류의 생명이 끊어지기 쉬우니라.
그런데 사람은 한갓 먹고 입기만을 위하여 사는 것이 아니오 살기를 위하여 먹고 입는 것이며 옷 밥만을 위하여 활동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것이니. 마땅히 심뇌(心腦)를 밝혀 온갖 이치를 깨달으며 손 발을 가쁘게 하여 ‘공익사업’에 힘쓸지어다. 그리하면 인류의 문명이 늘어가는 동시에 우리 인간의 참 자유를 누릴지니라.
한 옛날 우리 인간이 풀을 먹고 나무 열매를 먹으며 둥이나 구멍에서 살 때에 그 알음은 어리석고 그 마음은 사나워서 날로하는 일이 서로 빼앗고 서로 죽이는 것 뿐이니. 그렇기만 하면 인류가 장차 이 세상에 없어질지라. 한배검께옵서 이것을 근심하사 3백 예순 여섯 일로써 인간을 다스릴실새 팽우로서 산천을 정하여 백성들을 편안이 살게 하시며 고시로서 농사를 시켜서 밥을 먹게 하시며 비서갑 신후로서 누에를 길러서 옷을 입게 하시며, 태자 부루로서 질그릇을 만들어서 살림살이에 쓰게 하시니 우리 인간의 살림이 이에서 비롯하니라.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인간생활’에 만족할 수 없으므로 다시 신지로 하여금 글을 지어서 교화를 넓게 펴시며 지제로 하여금 명령을 전하여 풍속을 고르게 하시며 옥저로 하여금 의약을 맡기어 병을 낫게 하시며 숙신으로 하여금 형벌을 차지하여 죄 짓는 이가 없게 하시며 여수기로 하여금 선악(善惡)을 살펴고 상과 벌을 베푸시고 또 마니산에 제천단을 쌓아서 뭇사람으로 하여금 근본을 같은 대의(大義)를 알게 하시는 우리 인간의 문명이 이에서 크게 나아갔도다.
한배검께서는 이와 같이 우리 인간을 위하여 옷 밥을 넉넉하게 마련해 주시고 온갖 살림에 아무 그리움 없게 하셨을 뿐 만 아니라 더욱이 검소함과 부지런함을 몸소 가르치사대, 그 계시는 곳을 ‘쑥대정자’와 ‘버들대궐’이오 낮이면 소를 타고 두루 다니시며 밤이면 새끼도 꼬셨나니라. 힘쓸지어다 형제들이여! 부지런하라 자매들이여! 농사와 길쌈은 모두 우리 한배검께옵서 친히 가르쳐주신 가법이니 반드시 때를 어기우지 말며 일을 틀리게 말고 오직 한맘 한뜻으로 함께 힘쓸지어다.
이 세상에 많은 큰 사업도 모두 옷 밥이 넉넉한 뒤의 일이니라. 잘 먹고 잘 입음이 어찌 사람의 원할바가 아니리오마는 다만 헛된 욕심은 제 몸을 해롭게하는 큰 병이니 남의 집이 가멸음과 다름 사람의 귀함을 보고 공연히 부러워하거나 함부로 미워하는 것은 결코 옳지못한 일이니라. 그러므로 우리 인간이 이세상에 살아감을 꾀할진대 반드시 살림을 힘쓰며 살림을 힘씀에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로다.
첫째는 거처에 대하여 힘쓸지니 우리의 집은 한 가족이 모여서 사는 곳이라. 바라지와 문은 햇볕을 많이 받게 하고 담벽을 두텁게 하여 찬 기운을 박고 지붕을 잘 덮어서 비 바람을 가림에 주의할 것이며. 둘째는 음식에 대하여 힘쓸지니. 우리의 먹는 곡식은 일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김을 매고 낟알을 거두기까지 때를 잃지 말것이며 셋째는 의복에 대하여 힘쓸지니 우리의 입는 옷은 뽕을 심어서 누에를 기르고 삼과 목화를 심어서 베와 무명을 짜기에 게을리하지 말 것이다.
이밖에도 공(工) 상(商) 의(醫) 학(學)의 여러 가지 직업이 있으니 제 생활을 꾀함과 그 사회를 위함은 다 일반이라. 무슨 직업을 힘쓰든지 몸으로나 맘으로나 그 힘을 다하여 얻은 바가 있거든 곧 있음으로서 없음을 바꾸어서 사는 것이다. 만일 아무 직업도 없으면서 남과 같은 생활을 바람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니라. 예로부터 조선 사람은 농사를 힘썼나니 그러므로 고기에 가로대 ‘나라 사람들이 정성과 믿음이 많아서 착함을 함에는 날래고 악함을 함에는 겁내는 지라. 한배검께옵서 크게 즐거워하사 곡식은 해마다 풍년이오 백성이 또한 탈없다’하니라. 그래서 우리의 생활을 아무 괴로움 없고 우리의 살림에 아무 모자람이 없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오는 것은 다 한배검의 끼쳐주신 살림을 지켜오는 바이다.
슬프다! 수달은 일봄에 물고기로서 제사하고 스랑은 가을에 짐승으로써 제사하며 매(鷹)도 저를 기른 은혜를 갚고 까마귀도 어이를 도로 먹이나니. 만물에서 가장 영수한 사람이 되어 우리 을 인간의 근본인 한얼 곧 한배검의 갸륵하신 은덕을 어찌 감히 잊어버리리오. 그러므로 우리가 해마다 10월이면 새 곡식으로 한얼께 천신(薦新)함은 이미 반만년 동안 전해오는 보본의 기념이오. 또 봄 가을에 산천제를 지냄은 팽우님의 공을 기념함이며 밭머리에서 한술밥 던지어 ‘고시네’를 부름은 고시님의 덕을 사모함이 아닌가 지금에 정성있는 형제와 믿음 많은 자매들이 끼마다 ‘한술쌀’을 떠서 모음은 곧 한배검의 크고 놓으신 신공성덕을 갚고저 하는 천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