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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부활대축일에 수녀회 본원 마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수녀들 |
서울 길음뉴타운 9단지로 올라가면 길음동성당 건너편에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한국 본원이 있다. 소박한 건물에 수도회 본원과 부설 유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유치원은 한국 진출 초기 우선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자 파견된 본당에서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을 담당할 수녀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열었다고 한다.
수녀회의 영성은 '파스토렐레'(Pasto relle, 여성목자)라는 호칭에서 잘 드러난다. 이 이름은 수녀회가 선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나눠 받았음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수녀들은 하느님 백성들이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성장하는 여정에 동반하며 사제들과 협력해 '영혼을 돌보라'는 사명을 실행한다.
설립자 야고보 알베리오네(G. Alberione, 1884-1971) 신부는 수녀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이 받은 성소의 영적 의미는 사람들을 위하는 데 있습니다. 마리아가 인류를 위해 예수님의 어머니로 간택되었듯이 여러분은 생명의 길을 찾는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이 성소를 받은 것입니다."
한국위임구장 안복녀(데레사) 수녀는 "본당 수녀는 사제와 더불어 상호 보완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영적지도자로서 본당사도직 수녀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은 생각과 지향을 갖고 서로 의논해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듯이, 본당 공동체에서 사제들과 상호 협력하며 신자들의 영적성장을 돕는 역할이 저희 수도회에 맡겨진 사명입니다."
가장 모범적 가정인 성가정에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가 계셨듯이 여성 목자로서 양들을 보살피는 본당 수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한국교회 수도회가 본당사도직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와 함께 본당에서 철수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또 혹자는 과거와 달리 전례준비나 예비신자 교리 등 지금껏 본당 수녀들이 하던 일 대부분은 평신도들이 맡아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며 본당에 수녀들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제는 수도자의 전문성이 꼭 필요한 특정한 역할만 선택적으로 부여하는 형태로 본당사도직이 변화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평상시엔 잊고 사는 것처럼, 본당 공동체에서도 하루 24시간 신자들 신앙생활을 돌보는 본당 수녀의 중요성을 잊고 산다.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가 설립되기 전 이탈리아 등 유럽교회에서도 수녀들은 본당사목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다. 그렇다면 알베리오네 신부는 왜 본당에서 여러 분야에서 사제와 협력하는 수녀들의 필요성을 절감했을까?
"가정에서 어머니 역할이 단순히 밥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 뿐이라면 '가사도우미'가 대신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어머니의 존재 이유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본당 수녀는 목자로서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모성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양들을 돌보는 존재입니다."
안 수녀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여인으로 자신을 낮추면서도 철저하게 그리스도를 따랐던 성모 마리아는 본당 사도직의 가장 이상적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저희 회원들은 '요람(유아세례)에서 무덤(임종, 위령미사)까지' 신자들의 신앙여정에 동반자로 존재할 것입니다."
◆ 선한 목자의 어머니 마리아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총원 성당 제대 뒤쪽에 있는 이 모자이크는 '파스토렐레'의 사명을 받은 수녀회의 사목영성을 축약하고 있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수녀들이 선한 목자의 어머니 모습을 사도직 활동의 모델로 받아들이게 했다.
마리아는 양들에게 '신선한 풀'을 먹이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는데, 선한 목자 예수님과 함께 양 떼를 돌보고, 보호하고, 인도하는 것을 뜻한다. 또 마리아는 사랑으로 양들을 받아들이는 소년 목동 예수님 뒤에 서 있다. 이는 철저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을 뜻한다.
아울러 주보성인인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따라 믿는 이들과 아직도 그리스도의 품 안에 들어오지 않은 양들을 목자에게 인도하는 영적 모성을 살고자 노력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양들에게 보다 풍성하게 풀을 먹이기 위해서는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 안에 머무를 것을 강조한다.
▨ 수도회 영성과 역사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는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G. Alberione, 1884-1971, 사진) 신부가 설립한 바오로가족 수도회다. 성 바오로 수도회, 성 바오로딸 수도회,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에 이어 네 번째로 설립됐다.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의 씨앗은 설립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가 사제생활 초기 이탈리아 피에몬테시의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하던 1908년부터 싹텄다. 그는 작은 본당에서 사목을 하면서 본당 사제의 사목적 직무에 협력하는 본당 수녀들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필생의 소명으로 여겼던 출판 사도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무렵인 1938년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를 설립했다. 수녀회 사도직 카리스마의 특징은 예수의 공생활을 본받는 것이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여러분은 예수님 생애의 일부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분의 삶 전체를 본받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것보다도 구세주의 공생활을 본받고 구세주의 직무를 나누는 수녀들입니다"하고 당부했다. 즉 세상 안에서 말씀과 삶의 증거로 예수님을 사람들에게, 사람들을 예수님께 가까이 가도록 복음화 한다는 것이다.
수녀들은 수도회 카리스마에 따라 교회의 목자들과 상호 협력을 하면서 맡겨진 양들을 선한 목자 예수께 인도하고 돌보면서 그리스도의 사목적 사명에 참여한다. 특히 회헌에 따라 가능하면 촌락이나 도시 외곽 변두리 지역 본당, 무엇보다 복음 선포가 더 필요한 곳에서 활동할 것을 권한다. 이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모든 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며, 믿음의 길로 동반했던 성 바오로의 정신을 따르기 위한 것이다.
설립 이듬해 브라질에 첫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남미, 아프리카, 유럽 등 18개국에서 600여 명 수녀가 본당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83년 8월 17일 진출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수녀는 모두 28명. 서울ㆍ의정부ㆍ안동ㆍ춘천교구에서 본당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본당사도직을 수행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지역 이주민에 대한 사목적 돌봄 차원에서 이주민지원센터를 열었으나 지금은 교구에 넘기고 실무를 돕고 있다.
※ 성소모임 (http://cafe.daum.net/sgbp)
매달 마지막 주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길음1동 본원
문의 : 02-919-2754, 010-4907-2754, vocazione@sjb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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